불교·철학·심리학으로 고찰한 ‘느낌’
자현 스님 외 4인 집필/운주사/20,000원

추상적인 개념을 가진 ‘느낌’을 명료하게 개념화 시킬 수 있을까? 초기불교와 선불교·동양철학·서양철학·심리학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느낌’의 의미와 본질, 구조, 특성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찰, 개념화를 시도한 책이 나왔다.

〈느낌, 축복인가 수렁인가〉는 사)밝은사람들연구소(소장 박찬욱)와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와심리연구원(원장 윤희조)이 올해 11월 16일 공동 주최한 제18회 학술연찬회에서 발표한 글을 모은 학술서다.

편집자인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서문을 통해 불교 철학적 관점에서 느낌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 느낌과 감정, 그리고 생각의 순환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이필원 교수는 초기불교 분야에서 느낌의 문제를 다뤘다. 그는 느낌이 번뇌가 잠재된 부정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해탈이나 열반으로 나아가는 문의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것으로도 봤다. 

자현 스님은 미학을 ‘만족과 행복을 중시하는 학(學)’으로 규정한 뒤, 감정을 깨달음의 현현(顯現)으로 수용하는 남종선의 현실긍정의 정신이 중국철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미학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형조 교수는 불교가 외부 사물의 자극으로부터 평정을 위한 수행인데 비해 주자학은 자신의 본성을 자연스럽게 지켜나가는 것을 더 중요한 공부로 여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양선이 교수는 데카르트, 윌리암 제임스, 흄 등 서양 근대 철학자들의 ‘느낌 이론’에 대해 설명한 뒤, 그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된 인지주의적 관점의 ‘감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권석만 교수는 느낌을 ‘감각’, ‘직감’, ‘감정’ 등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세밀하게 분석했다. ‘감각’은 개념이나 언어가 개입되기 이전의 순수한 인식, ‘직감’은 무의식적인 심리과정의 산물로 마음에 떠오르는 수동적 인식, ‘감정’은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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