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백련암과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11월 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학술세미나 ‘성철스님의 수행과 공부’를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묘법연화경>(1236) 권수 제면, <묘법연화경>(1236) 정안 발문, <십현담요해언해>(1548).

11월 22일, 일반에 ‘백련암 고문헌’ 공개

그동안 일반인에게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성철 스님 불서의 소장 경위와 조사 현황을 보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해인사 백련암(감원 원택 스님)과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사업단(단장 정승석)은 11월 22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백련암 소장 불서 조사 완료기념 학술세미나 ‘성철스님의 수행과 공부’를 개최했다.

불교학술원은 2017년 11월부터 백련암 소장 고문헌 조사를 시작했다. 백련암 고문헌은 성철(1912~1993) 스님이 생전에 소장, 연찬했던 2천 2백여 분량의 책이다. 성철 스님의 소장불서 대부분은 1947년 김병룡(1895~1956) 거사에게 증여받은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백련암 문헌 조사에서 증여계약 서목뿐만 아니라 성철 스님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책을 친필로 기록한 도서목록을 확인했다. 증예계약은 1948년 9월 증여자 김병룡 거사와 성철 스님, 그리고 입증인으로 김낙인(金洛仁)과 자운 스님의 참관 하에 체결됐다. 증여서목에는 총 25부로 분류한 1,773책이 기록돼있다.

김병록 거사에게 증여받은 불서에는 19~20세기 초 불교계에서 활약한 혜월거사 유성종·인허 성유·박선묵·최취허·권상로 등의 장서인(藏書印)이 다수 확인됐다. 이번 조사보고에서 장서목록과 장서인을 통해 김병룡 거사에게 성철 스님이 어떻게 책이 유전되었는지도 밝혀졌다.

백련암 소장 중요 전적으로 고려 고종 1236년에 정분(鄭奮, 정안)이 진양후 최우의 무병장수와 가문의 안녕을 기원할 목적으로 개판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전7권 2책)과 1464년 간경도감판 <선종영가집언해(禪宗永嘉集諮解)>(상하 2책), 1472년 왕실발원판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10권 10책) 등이 확인된다.

또한 1475년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주석한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는 희귀 판본이며, 이를 언해한 강화도 정수사판(淨水寺版) <십현담요해언해>는 유일본으로 추정된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백련암 장경각 불서의 문화재적 가치와 선사로만 알려진 성철 스님의 교학과 사상의 지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학술세미나는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서수정 동국대 교수의 ‘백련암 소장 문헌의 현황과 가치’ △남권희 경북대 교수의 ‘해인사 백련암 소장 한국본 불서의 서지적 분석’ △김영진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의 ‘중국 근대 금릉각경처의 각인 사업과 백련암 소장 금릉각경처각본 유식문헌의 성격 고찰’이 발표됐다.

2부는 △최원섭 위덕대 교수의 ‘퇴옹 성철의 불서 인용과 유필노트’ △김광식 동국대 교수의 ‘성철의 꿈과 김룡사 운달산 법회‘가 각각 발표됐다. 토론에는 옥영정(한국학중앙연구원), 박현규(순천향대), 서재영(성균관대), 박희승(불교인재원) 교수가 나섰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22일 오전 11시 30분 학술대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철 스님께서 1967년까지 백련사에 계시기 전 20여 년 간 거처를 옮길 때마다 책의 훼손을 막기 위해 궤짝에 담아 이동하는 등 소중히 보관한 책들이 일반에 공개되어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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