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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님은 왜?4_바닷가에 머무실까?남인도 바닷가 머물러 중생 보살핀 인연 때문
양양 낙산사의 해수관음. 한국의 대표적인 해수관음상이다.

“말랄야산 동쪽에 포달락가산이 있다. 산길은 위험하고 바위 계곡은 가파른데 산꼭대기에 연못이 있다. 그 물은 거울처럼 맑은데 이 물이 흘러내려 큰 강을 이룬다. 두루두루 흘러내리며 산을 감싸고 20겹으로 돌아서 남해로 들어간다. 연못 옆에는 돌로 만든 천궁(天宮)이 있는데 관자재보살이 오가며 머무는 곳이다. 보살 뵙기를 원하는 자는 목숨을 돌보지 않고 물을 건너고 산을 오른다. 그 험난함을 무릅쓰고 도달하는 자 또한 매우 적다. 그리고 산 아래에 사는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뵙기를 청한다면 어떤 때는 자재천의 형상으로, 또 어떤 때는 숯을 바른 외도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그 사람을 위로하며 그 소원을 들어준다. 이 산에서 동북쪽으로 가면 해안에 성(城)이 있는데 이곳은 남해(南海) 승가라국(僧伽羅國)으로 가는 길이다. 그 지방에서 전하는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서 바다로 들어가 동남쪽으로 3,000여 리 남짓 가면 승가라국에 도착한다고 한다.”

7세기 인도로 구법여행을 떠났던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 제10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대당서역기〉에서 기록하고 있는 이 장소를 인도 지도에서 찾아보면 아라비아해와 벵골만, 그리고 인도양이라는 세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케랄라주 파파나삼(Papanasam)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대표적인 힌두교 성지로서, 언제나 순례객들이 찾는 곳이며, 석양이 아름다운 해변으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지요.

〈대당서역기〉의 이 기록에 집중하는 이유는 딱 하나, 관세음보살님(현장법사는 관자재보살이라고 부르고 있지요.)이 사는 이곳이 승가라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승가라국은 바로 스리랑카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고향은 이렇게 오래 전부터 무역을 하기 위해 스리랑카로 배를 띄우는 곳이었는데, 더 오래전에는 스리랑카와 인도 대륙이 뭍으로 연결돼 있어서 오가는 데 그리 어려움이 없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아소카왕이 스리랑카로 전법사를 파견했을 때도 이곳을 거쳤을 것이며, 불교가 이곳에서 번성했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리랑카로 배를 띄우는 사람들은 상인들이었을 것입니다. 무역하려고 나아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거친 파도라도 만나면 그들이 믿고 의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오직 기도뿐! 큰소리로 ‘관세음보살님’ 이름을 부르며 이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빌었고, 행여 난파당하더라도 안전한 섬으로 자신들을 이끌어달라고 빌었을 테지요.

관세음보살님을 향한 신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묘법연화경〉 속의 ‘관세음보살보문품’은 이런 상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만일 어떤 이가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면, 혹은 큰물에 떠내려가게 되더라도 곧 얕은 곳에 이르게 되며, 혹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이 금과 은, 유리와 자거, 마노와 산호, 호박, 진주와 같은 보배를 구하려고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폭풍이 일어 그들의 배가 나찰 귀신들의 나라로 흘러 들어갔을지라도, 그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그 모든 사람들이 전부 나찰 귀신의 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중략) 또 삼천대천 국토에 원적(원수와 도적)이 가득 찼는데, 이곳을 어떤 상인의 우두머리가 상인 일행을 이끌고 귀중한 보물을 가진 채 험한 길을 지나갈 때, 그 중에 한 사람이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대들은 일심(一心)으로 관세음보살 이름을 불러라. 이 보살은 중생들의 두려움을 없애주니, 이 보살 이름을 부르면 이 원수와 도적들에게서 무사히 벗어나게 되리라.’고 하여, 이에 여러 상인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소리 내어 ‘나무 관세음보살’이라 외치면 곧 그 난에서 벗어나리라.”

중국 보타산의 청동대불인 남해관음.1997년 세워진 이 불상은 높이가 33미터에 달하는데, 전체에 금을 입혔다.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일러주고 있는 것처럼, 남인도 바닷가가 고향인 관세음보살님은 언제나 스리랑카로 배를 타고 떠나는 무역선을 지켜보았고,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보살폈을 뿐만 아니라 행여 모진 풍파를 만나도 그들을 보호해서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상이 깊은 산속보다는 바다나 물가를 향해 조성된 것도 바로 이런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관세음보살보문품’이 기원후 2세기 무렵 서북인도에서 성립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북인도라고 하면 이란 종교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관세음보살의 기원도 이란 종교에서 다루는 여신 아나히타라고 보고 있지요. 그런데 내륙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었을 관세음보살이 유독 바닷가에서 더 열렬히 신앙되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아마 예로부터 인도사람을 태운 배가 자주 난파되어서 스리랑카로 흘러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간신히 살아나 그 섬에서 지내다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숨이 끊어진 채 스리랑카로 떠밀려갔다면 고국에서 그를 기다리는 가족들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스리랑카는 큰 재산을 챙기기 위해 찾아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이 많이 따르는 곳이었다는 정보가 인도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을 테지요. 그에 따라 목숨의 안위를 바라는 마음, 큰 재산을 챙겨서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관세음보살 신앙과 잘 어우러진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사람들의 이런 바람을 품고서 서북인도에서 탄생하여 남인도 바닷가로 흘러가 그곳에 자신의 주소를 정한 관세음보살님 신앙의 자취를 살펴보는 것도 참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대형해수관음상의 탁본.

자, 아무튼, ‘관세음보살보문품’을 언급했으니, 이 경에서 일러주고 있는 관세음보살님 기도법도 살펴보지요. 예전에는 관세음보살님 이름만 열심히 부르면 원하는 것을 다 이뤄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전을 세밀히 살펴보니 세 가지 기도법이 있었습니다.

첫째, 관세음보살님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는 기도.
둘째, 관세음보살님을 마음속으로 늘 생각하고 공경하는 기도.
셋째, 관세음보살님에게 절을 하고 공경하는 기도.

이 가운데 첫째, 관세음보살님 이름을 정성을 다해서 소리 높여 부르는 기도는 어떨 때 올리는 것일까요?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아주 위급한 때로, 일곱 가지 재난의 경우가 해당됩니다. ①불의 재난[火難], ②물의 재난[水難], ③바람의 재난[風難], ④무기의 재난[刀杖難], ⑤나찰 귀신의 재난[鬼難], ⑥형벌의 재난[枷鎖難], ⑦원수와 도적의 재난[怨賊難]입니다.

이런 재난을 당했을 때면 그저 “제발 날 살려주세요.”라며 간절하고도 간절하게 ‘관세음보살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는 것입니다. 재난에 휩쓸린 모든 사람이 소리 높여 부른다면 더 좋겠지만 너무나 경황이 없어 그조차도 힘들 때면 단 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기도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관세음보살님이 응답한다고 말합니다.

둘째, 관세음보살님을 마음속으로 늘 생각하고 공경하는 기도를 올려야 하는 때는 앞에서와는 조금 다른 처지에 놓였을 때입니다. 즉, ①자기 마음에 음욕이 차오를 때 ②마음에 분노가 솟구칠 때 ③어리석음에 휩싸였을 때입니다. 탐진치라는 근본 번뇌의 독에 마음이 오염되면 소리 높여 힘껏 관세음보살님을 부르기 보다는 마음 가득 관세음보살님을 떠올리며 생각하고 진심으로 절을 올리는 심정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마음속에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나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셋째, 관세음보살님에게 절을 하며 공경하는 기도를 올려야 하는 때는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입니다. 가령 자식을 낳지 못하는 부부가 아들이나 딸을 낳기 원할 때와 같이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을 강력하게 원할 때, 소리 높여 관세음보살님 이름을 부르거나,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지극한 절을 올리며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면 복덕과 지혜가 있는 아들을 낳거나 단정하고 아름답고 덕스런 딸을 낳을 것이요, 이렇게 낳은 자식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고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말합니다.

물론 이 세 가지 기도의 경우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바로,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는 힘’입니다. 그 힘이 관세음보살님의 응답을 부르는 것이지요. 관세음보살님은 언제든 우리를 위해 달려올 준비를 갖추고 계신다는 믿음, 반드시 나를 구제해주시리라는 믿음만 저버리지 않는다면, 그 힘이 관세음보살님으로 하여금 손을 내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령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전번역가이자 불교대학 전임강사, 북 칼럼니스트이다. 현재 BBS불교방송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붓다 한 말씀>·<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이미령의 명작산책> 등이 있다. 또 <직지>·<대당서역기> 등 많은 번역서가 있다.

글 · 이미령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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