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환상이 테마…국내 촬영지 제주 약천사

영화 '디워'의 한 장면.

평론가 ‘수준이하다' 네티즌 ‘재미있다'

2007년 최고의 문화계 화두로 떠올랐던 영화 ‘디워'가 뜨거운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객 수 700만명을 넘어섰다. 뒤늦게 영화를 보려는 불자라면 디워와 불교의 연결고리를 알고 극장을 찾자.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 전생 인연 내생으로 이어져
중생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믿는 것이 바로 불교의 윤회(輪廻) 사상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불교의 윤회 사상을 근간으로 전개된다.
5백년을 주기로 용이 되기 위해 출몰하는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여의주. 여의주는 사람 몸에 깃들어 있으며, 그 사람이 20살이 될 때 발현하는데 조선시대에 나린이란 처자가 그 주인공. 이를 간파한 보천대사가 그의 제자 하람과 함께 나린의 호위무사로 나서지만 악한 이무기와 추종세력인 부라퀴 일당에 의해 하람과 나린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진다. 절벽 아래로 떨어졌던 하람과 나린은 500년 뒤 미국 LA에서 방송사 기자인 이든과 세라로 환생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우린 전생부터 인연', ‘다음 생에서 만나요'라는 등 주인공들의 대사는 이러한 윤회 사상을 뒷받침한다.

◇ 용, 불법 수호신 역할
영화에 나오는 이무기들의 최종 목적은 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용을 어떤 존재로 표현하고 있을까? 용은 불법을 수호하고 대중을 교화한다는 팔부신중(八部神衆) 중 하나로 부처님을 수호하는 역할로 불교 설화에 자주 등장한다. 전국 각 사찰의 그림이나 조각을 통해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영화에서 선한 이무기와 여의주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는 이가 보천대사라는 사실도 불교에서 용을 바라보는 이 같은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뱀은 불경에서 애욕이나 유혹을 상징한다. 《법화경》에는 ‘뱀은 유혹이요, 애욕이다. 그는 제 몸을 그냥 드러내는 게 아니라 꽃나무 뿌리 밑에 숨어서 사람을 미혹시킨다' 고 표현하고 있다. 경전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비바사론》의 8대 지옥에는 독사지옥도 포함돼 있다.
이렇듯 디워에 등장하는 선한 이무기는 용이 되기 위한 한 과정에 머물러 있는 선(善)의 이미지로, 악한 이무기는 선한 이무기를 방해하는 악의 이미지로 그려져 선악구도를 취하고 있다.

◇ 영화 속 사찰 제주 약천사
영화 속 조선시대 풍경은 대부분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특히 보천대사와 그의 제자 하람이 무술을 연마하던 사찰은 제주 약천사.
약천사는 사시사철 약수가 흐르는 연못 때문에 붙여진 명칭으로, 1981년 주지로 부임한 혜인 스님에 의해 1996년 단일 사찰로는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대적광전이 세워졌다. 29m 높이의 대적광전은 조선 초기 불교건축 양식을 띤 8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로 법당에는 1만 8000불이 안치돼 있다.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한 약천사를 한 번 찾아보자. 보천대사와 하람이 대련을 펼쳤던 이곳에서 이무기가 출현할 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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