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하고 입술을 여는 순간, 화엄이다.

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묻고 답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은 ‘얼음장이 녹고 꽃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미움과 원한이 녹고 사랑의 꽃이 피어야 진짜 봄이 온 것’이라 노래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뜰 안 나뭇가지 끝에 핀 꽃망울에서 봄을 보았다.’는 옛 시구절도 나름 감동적이다. 봄은 사람의 마음에서 온다는 말로 봄을 맞이하는 감동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

나는 봄을 선언한다. ‘봄’ 하고 입술을 달싹 거리는 순간 이미 당신의 마음에는 봄이 가득하다. 얼음이 녹고 새가 울고 꽃이 핀다. 소리도 없이 소문도 없이 입술 한 번 달싹이는 사이에 천지는 봄이고 꽃이고 노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봄은 당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대로 화엄(華嚴)이다.

최문정

불화작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로, 2003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북 · 충남도 문화재위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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