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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과 천태종 3대 지표

지난 3월 1일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항거해 전 민족이 일어나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3.1운동 100주년이었습니다.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들불처럼 일어난 이 민족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일어난 최초의 대규모 독립운동으로 세계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천태종 상월원각대조사께서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그 참혹한 광경을 목도하셨고, 훗날 소백산 구인사를 창건하셨습니다. 그 후 천태종을 중창하고자 새불교운동을 전개하셨는데, 이 때 일제강점기 때의 기억 또한 적지 않게 반영됐으리라 짐작합니다. 이에 불교계 원로학자 두 분에게 ‘3.1운동의 정신과 천태종 3대 지표’, ‘3대 지표의 21세기적 회향’이란 주제의 글을 의뢰해 3대 지표의 참된 의미를 제고해 보고자 합니다.

3.1운동은 나라를 잃은 민족의 주권회복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일제에 항거한 운동이다. 천태종의 3대 지표는 대한불교천태종의 중창과 함께 종단이 나아가야할 이념적 지표이다. 3.1운동은 1919년에 일어났으며 3대 지표는 1967년 천태종의 중흥조이신 상월대조사의 새불교운동의 지표로 발표된 것이다.

따라서 3.1운동과 3대 지표는 직접적 관계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3대 지표에는 생활불교, 대중불교와 함께 애국불교가 제시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3.1운동은 구국운동이며 애국운동이요, 3대 지표의 애국불교는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 호국불교의 배경과 실상

3.1만세운동의 중심에 선 33인 중에는 불교 · 천도교 · 기독교의 지도자 다수가 포함돼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불교의 경우에는 많은 사찰과 승려가 이에 동참하여 지방 사찰을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전개하고 독립선언서를 배포하였다. 불교계의 이 같은 운동은 한국불교의 호국적 전통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불교의 역사에는 수많은 호국적 활동이 있었다. ‘세계적 보편 종교로서 한 국가를 위해서 호국한다는 것은 종교의 본질과 어긋나지 않는가.’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더구나 불교는 연기(緣起)와 자비를 표방하는 종교로서 자국만을 위한 자리(自利)행위는 불교사상에 위배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먼저 호국불교의 배경과 실상을 알 필요가 있다.

호국불교는 한국불교의 특성이기 이전에 이미 인도와 중국불교에서도 있어 왔다. 호국불교의 배경은 호법(護法)과 관계가 있다. 인도 · 중국 등의 역대 왕조들은 자기의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소신에 따라 불교를 탄압한다거나 배척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은 불교의 존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불교를 지켜야한다는 호법의 염원이 호국이란 카드로 제시되었다. 호국경전과 호국불사가 만들어지고, 그 내용으로는 ‘신불(信佛)에 의해 호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위정자는 왕권의 유지와 국가의 존립을 위해 숭불(崇佛)과 호법이 불가피했다. 이에 많은 호국불사와 호국의식이 나타났으니, 불교에 있어서 호국은 호법의 방편이 되었고, 호국과 호법의 관계는 국가와 불교의 공존의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의 호국이념은 오로지 자국만을 보호한다는 편협한 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오로지 불법을 옹호해야 한다는 절실한 호법의 방편이었으므로, 불교사상과 모순된다고는 볼 수 없다.

이응노 3.1운동. 〈청관재 소장〉

한국불교의 호국적 성격은 다양하게 전개되었고, 시대에 따라 그 성격을 달리하기도 하였다. 소위 호국삼부경으로 알려진 〈인왕경(仁王經)〉 · 〈금광명경(金光明經)〉 · 〈법화경(法華經)〉 등의 경전에 대한 신앙을 비롯하여 사원의 건립, 불상의 조상과 각종 불사, 그리고 국가적인 재난 극복을 위해 개최되었던 수많은 종류의 법회,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한 의승군(義僧軍)의 활약 등이 모두 호국불교와 관련된 것이다.

| 3.1운동 정신과 호국불교

삼국시대 신라의 호국불교사상은 삼국통일의 중요한 사상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신라 청소년에게 세속오계(世俗五戒)를 가르쳤던 원광(圓光), 황룡사의 9층탑의 건립을 제안했던 자장(慈藏), 당(唐)의 신라 침공 소식을 전한 의상(義相), 문두루비법으로 당군의 격퇴를 기원하고자 사천왕사의 건립을 건의했던 명랑(明朗) 등의 활동, 그리고 〈인왕경〉에 배경이 있는 백고좌대회(百高座大會)의 개최 등은 모두 호국불교와 관련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거란과 몽고를 물리치기 위해 1 · 2차에 걸쳐 대장경이 조판되었는가 하면, 항마군(降魔軍)으로 불리는 승병(僧兵)의 활약이 있었고, 특히 수십 종에 이르는 각종 법회의식이 궁중과 사원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개최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수륙재 등의 의식도 있었지만,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서산(西山), 사명(四溟), 영규(靈圭), 처영(處英) 등의 의승장(義僧將)들이 보여 준 활약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불사(佛事)의 발원 중에는 거의 예외 없이 국가의 평안을 빌었고, 또한 왕실의 복을 축원했다.

그러나 이같이 다양한 의식과 행사를 호국불교라는 이름으로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문제가 있다. 불교의 호국이란 이름으로 법회의식이나 여러 불사와는 성격이 다른, 출가자 스스로가 병기(兵器)를 들고 군인의 신분으로 전쟁에 나아가 적을 살상하는 행위는 불계(佛戒)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적이라 하더라도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동물까지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불살생의 엄격한 계율을, 적군이기 때문에 죽여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는 이중적 판단이 있을 수 있으니, 국민으로서 국가를 위해 전쟁도 가능하지만, 출가자가 총칼을 들고 살생의 전투를 하는 것은 불교의 본연에 어긋나는 일이 된다.

우리의 역사에서는 출가자가 승군이 되어 칼을 들고 전투를 하였다. 이것은 반성의 여지가 있는 호국이다.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출가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1919년에 일어났던 3.1운동은 총검으로 항거한 전투가 아니었다. 오직 주권의 회복과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일어선 철저한 비무장의 저항이었다. 그러므로 3.1운동의 정신은 불교사상과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호국불교사상이요, 애국운동이라 말할 수 있다. 3.1운동의 주역인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 측 대표로는 만해 한용운(1879-1944), 백용성(1865-1940)이 있었고, 이밖에 불교계의 활발한 활동이 있었다.

구인사 사부대중들이 인근 밭에서 울력을 하고 있다.

| 3.1운동과 천태종의 애국불교

대한불교천태종을 중창한 상월대조사는 1911년생으로 1919년의 3.1운동 시에는 아홉 살의 어린나이였다. 그러나 암울한 일제의 식민지 통치시대를 살아야 했다. 아마도 나라가 없는 삶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통감 했으리라고 추측이 된다. 그 후 천태종을 중창하면서 종단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애국불교를 포함시켰다. 생활불교와 대중불교는 한국불교가 반드시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그러나 한 종파의 지표에 애국불교를 포함한 것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경계가 없는 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범위 안에서 국민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국가의 국민이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며,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선택이다. 사람이 종교생활을 한다는 것은 국가라는 바탕 위에서 가능한 것이며, 경우에 따라 국가가 없어지면 종교생활도 없어질 수 있다. 국가의 중요성은 종교가 있는 사람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같은 것으로 종교인이 애국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3대 지표 중 애국불교는 전쟁에 나아가 싸우자는 것이 아니고, 나라를 사랑하는 불교가 되자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불국토(佛國土)를 건설하는 것이고, 정토(淨土)를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천태종 3대 지표 중 애국불교는 세부적인 실천방향을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민족중흥의 과업에 헌신한다.
둘째, 복지사회 건설에 이바지한다.
셋째, 사회정의 운동에 적극 참여한다.
넷째, 민족도의 재건에 적극 힘쓴다.

라고 하였으니, 이상의 애국불교 실천은 전쟁에 나아가 싸워서 이기는 호국이나 구국이 아니라, 민족도의, 사회정의, 복지사회 등을 통한 애국임을 알 수 있다.

오늘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도덕의 문제이다. 전(前) 시대의 유교 중심적인 윤리는 잊혀져가고 있고, 새로운 방향의 새 윤리는 정립되지 못해 윤리부재,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에 천태종은 도의(道義) 재건을 통한 애국을 실현하는 것이 첫 번째 애국이고, 사회정의를 바로잡자는 것이 두 번째 애국이며,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세 번째 애국이다. 애국불교의 애국은 불타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며, 이 실천을 통해 불국토를 건설하는 것이다.

〈법화경〉에서는 불교의 두 가지 목표를 개인의 인격 완성과 불국토 건설[淨佛國土 成就衆生, 信解品]이라 하였다. 3.1운동이 일제의 침략에서 벗어나 자유독립국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천태종의 애국불교는 민족도의와 사회정의를 구현하여 복지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불국토 실현의 애국불교라 할 수 있다.

권기종

동국대 명예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 ·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1988년부터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를 지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장, 한국불교학회장, 천태종 원각불교사상연구원 초대원장을 역임했다.

글 · 권기종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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