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칠보살좌상의 상반신 옆면 컴퓨터 단층촬영 사진, 팔뚝에 흙이 차 있는 모습과 형태를 지지하기 위한 금속제 실이 보인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CT로 분석한 대형 건칠보살좌상 외 네 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소장 불교조각 조사 사업의 성과를 담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불교조각 조사보고 3>을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두 점의 건칠(乾漆)보살좌상을 비롯해 총 네 점을 2017년부터 2년간 실시한 조사 결과와 2012~2018년까지 진행한 보존처리 내용을 담았다.

이번 조사는 불상의 제작 방법과 기술ㆍ구조를 파악하고자, 컴퓨터 단층촬영(CT:Computed Tomography)을 도입해 불상을 3Dㆍ좌우 종단면ㆍ앞뒤 종단면으로 상세히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수록된 건칠불상은 표면에 건칠을 바르기 전 내부의 원형 소조상을 옷 주름까지 완전한 형상으로 제작하고 그 위에 삼베와 칠을 바른 뒤 내부의 흙을 제거해 완성한다. 이번 단층촬영 조사 결과 표면에 있는 장신구와 영락ㆍ끈 등만을 따로 만들어서 부착한 점과, 삼베와 옻칠의 양을 형태에 맞춰 섬세하게 조절한 점 등이 상세하게 파악됐다.

대형 건칠보살좌상(등록번호 덕수5547) 조사에서는 눈동자를 다른 재질인 석영으로 끼워 넣는 방식이나, 귀와 손 등을 별도의 나무로 만들어 못 대신 접착제를 사용하여 부착하는 등의 전통 방식을 확인했다. 또 다른 건칠보살좌상(덕수2253)은 60cm 내외로 상의 크기가 작아 눈동자를 채색으로 표현하거나 귀 등을 따로 만들지 않고 건칠로 만든 양상이 확인됐다.

소조보살입상(덕수2209)은 내부에 목심으로 3단의 목재를 사용했고 목재를 서로 견고히 연결하고 부재의 균열을 보완하기 위해 못 66개가 곳곳에 사용된 모습을 확인했다.

이밖에 목조석가불좌상(덕수1981)은 머리 종단면의 영상으로 후두부를 절개한 뒤 속을 어느 정도 파낸 것과 불상 머리에 있는 두 개의 구슬장식(중앙계주髻珠ㆍ정상계주頂上髻珠)은 원목에서 계주 모양으로 조각한 것을 확인했다.

불상 얼굴에 채색된 안료 분석 결과도 데이터로 축적했다. 불상의 눈썹ㆍ수염 등에 칠한 녹색 안료는 구리가 주성분인 석록(石綠)임이 밝혀졌다. 또한 입술에 칠한 적색 안료는 진사(辰砂)ㆍ주(朱)ㆍ연단(鉛丹)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미경 조사로 건칠보살상의 칠포층(漆布層)을 확대 관찰한 결과, 상 제작에 사용된 직물은 삼베로 확인됐고, 옻칠과 토회(土灰)ㆍ골회(骨灰)를 배합해 도포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로 한 쌍을 이룬 보살상들의 짝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두 구의 소조보살입상(덕수2209ㆍ덕수1780)이 본래 한 쌍의 협시보살상이었던 점이 밝혀졌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조사에 도입된 컴퓨터 단층촬영 조사 결과로 최근 활발해진 중ㆍ근세 불상과 복장물에 대한 제작기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높아졌으며 향후 전시와 한국 불교조각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http://www.museum.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건칠보살좌상, 고려 후기, 높이 124.51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건칠보살좌상 컴퓨터 단층촬영 사진, 내부 흙 제거를 위해 머리 뒤쪽에 절개선을 표시했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소조보살입상 입술의 안료는 진사ㆍ주ㆍ연단을 혼합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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