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각사 출토 유물. <사진제공=문화재청>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국보 승격 예고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쓴 경북 군위 인각사 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공양구(供養具)가 보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월 26일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에 제작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와 고려ㆍ조선시대 금속활자로 인쇄한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新刊類編歷擧三場文選對策)> 권5~6’을 보물로, 우리나라 청자 제작의 시원(始原)이라 일컬어지는 보물 제237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一括)’은 2008년 인각사의 1호 건물지 동쪽 유구에서 발견된 유물로, 금속공예품과 도자류로 구성된 총 18점의 일괄 출토품이다.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금속공예품’으로는 총 11점으로 금동사자형 병향로(金銅獅子形 柄香爐), 향합(香盒), 정병(淨甁), 청동북(金鼓) 등이 있는데, 사찰에서 사용하는 청동제 의례용품들로서 조형성이 뛰어나고 섬세한 기법이 돋보인다. 특히 불교에서 천상의 새를 상징하는 금동가릉빈가상(金銅迦陵頻伽像)은 그동안 출토 사례가 거의 없어 도상적으로 희귀하며, 청동발(靑銅鉢)과 청동뚜껑 역시 통일신라시대부터 유행한 전형적인 형태로, 당시 공예기술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청자’ 7점은 모두 당나라 월주(越州)에서 생산된 중국 도자기로 추정하고 있다. 발굴 당시 포개진 채 발견됐다. 청자는 8세기 말~10세기 전반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국내 출토 중국 도자의 편년기준을 제공할뿐 아니라 국내산 청자 기법 연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신라 말에서 고려 초 금속공예품 대부분이 사찰이나 박물관 등지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인각사 출토 공양구는 보기 드물게 땅속에서 온전히 출토된 것들이다. 비교적 이른 시기의 보기 드문 금속기명과 청자 유물들이 일괄 출토돼 명확한 출토지와 편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ㆍ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은 원(元)나라 유인초(劉仁初)가 원에서 시행한 향시(鄕試)와 회시(會試), 그리고 전시(殿試)의 ‘삼장(三場)’에서 합격한 답안들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1341년 새롭게 편집한 책의 권5와 권6에 해당한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대상은 총 72권 중 임집(壬集)에 해당하는 고려본(2권 2책)과 조선본(2권 2책) 권5~6이다. 모두 금속활자로 인출(印出)하였고 일부 떨어져 나간(缺落) 부분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보물 제237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는 고려 태조 왕건을 비롯한 선대 임금들의 제사를 위해 건립한 태묘(太廟)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한 왕실 제기(祭器)다. 굽 안쪽 바닥면에 돌아가며 ‘순화 4년 계사년 태묘 제1실 향기로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淳化四年 癸巳 太廟第一室 享器 匠崔吉會 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993년(고려 성종 12) 태묘 제1실의 향기(享器, 제기)로 쓰기 위해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항아리는 현전하는 초기청자 가운데에서 드물게 크기가 큰 대형 항아리로 바탕흙〔胎土〕의 품질이 우수하고 형태가 비슷한 사례가 없는 유일한 작품이다. 특히 초기청자를 대표하는 유일한 편년자료로서의 가치와 위상이 매우 높고, 우리나라 청자 발달사를 밝히는데 필수적인 유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ㆍ학술적ㆍ예술적 가치가 매우 큰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하는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ㆍ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다.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앞면). <사진제공=문화재청>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권6(고려본). <사진제공=문화재청>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