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금강 기획
진리를 등불 삼아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新변상도로 읽는 부처님말씀(276호)
  • 글·편집부 그림·신진환
  • 승인 2019.01.21 14:23
  • 댓글 0

춘다의 공양을 받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나이가 여든이 되었을 때 건강이 좋지 않음을 스스로 느꼈다. 하지만 유행(遊行)을 멈추지 않은 채 끊임없이 법(法, 진리)을 전파했다. 그해 인도 전역에는 심한 흉년이 들었다.

우기(雨期)가 시작되자, 부처님은 제자 아난만 데리고 죽림마을에 머물렀다. 몸은 이미 노쇠해질 대로 노쇠해졌다. 부처님은 무더위에 지쳐 크게 아팠고, 며칠 뒤에야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중병이 들었다는 걸 안 부처님은 아난을 가까이 불렀다.

“아난아, 내 나이 어느덧 여든이다. 나는 늙어 몸이 쇠하였다. 내 육신은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 끈에 묶여 간신히 움직이는 것과 같다. 아난아, 진리의 눈은 형상(形相)을 벗어날 때 열리나니, 너희는 법(法, 진리)을 등불로 삼고, 의지처로 삼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아난에게 세 달 후 쿠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들겠다고 알려주었다. 부처님과 아난은 이후 바이살리를 떠나 파바 마을에 이르러 망고 밭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대장장이 춘다는 일행에게 아침공양을 올렸다.

전단나무 버섯(또는 돼지고기)으로 만든 음식을 공양한 후 부처님은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 모습을 본 춘다는 크게 놀랐다. 춘다가 부처님 발 앞에 엎드려 통곡을 하자, 부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춘다야, 너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오히려 너의 음식을 먹고 열반에 들게 되었으니 너의 공덕(功德)이 크다.”

쿠시나가라로 향하다

춘다가 올린 음식은 부처님께서 드신 마지막 공양이 되었다. 부처님은 아픈 몸을 일으켜, 일행과 함께 쿠시나가라로 다시 길을 떠났다. 많은 제자들이 걱정에 잠긴 채 뒤를 따랐다. 목적지까지 30km 정도였지만, 부처님은 절반에 이르렀을 때 나무그늘에 주저앉았다. 심한 갈증을 느꼈던 부처님은 가까운 강에서 물을 떠오게 했다. 아난이 떠온 강물은 흙탕물이었지만,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물을 정화한 후 마셨다.

때마침 말라의 왕자 푸트카사가 길을 가다가 부처님 일행이 머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왕자는 부처님께 문안을 드린 후 설법을 듣고는 바로 불자가 되었다. 그는 금색 찬란한 옷감으로 만든 가사 두 벌을 부처님께 드렸다. 왕자가 떠난 후 아난이 새 가사를 부처님의 몸에 대어보니, 돌연 색깔이 바뀌었다. 놀란 아난이 연유를 여쭈자 부처님은 보살이 성도하기 직전이나 부처가 반열반에 들기 직전에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설명해주었다.

부처님은 강 하류로 내려가 목욕을 한 후 기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수십 차례나 쉬어가면서 부처님은 말라족이 다스리는 도성인 쿠시나가라 사라 숲에 도착했다. 숲에 도착하자마자 부처님은 아난에게 사라쌍수 사이에 자리를 깔게 했다. 그리고 머리를 북으로 두고, 서쪽으로 향해 사자처럼 누워서 정념(正念), 정지(正智)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70 X 95cm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70 X 95cm

마지막 제자를 받다

아난은 이곳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장소가 몹시 초라하다는 사실이 슬펐다. 부처님께서는 그 마음을 아시고 아난을 불렀다.

“아난다, 울지 마라. 가까운 사람도 언젠가 한 번은 헤어지는 게 이 세상의 인연이다. 한 번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기 마련이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너는 그동안 나를 위해 고생이 많았다. 내가 간 뒤에도 더욱 정진하여 성인의 자리에 오르도록 하여라.”

아난이 슬픔을 참으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다음 그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출가수행자는 여래의 장례 같은 것에 관여하지 마라. 너희는 오로지 진리[苦集滅道]를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여래의 장례는 신도들이 알아서 치를 것이다.”

그날 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다는 소식을 듣고 말라족 사람들이 슬퍼하며 사라수 숲으로 모여들었다. 이때 쿠시나가라에 살던 늙은 수행자 수바드라도 그 소식을 듣고 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평소의 의문을 풀어야겠다고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러나 아난이 가로막았다.

“부처님을 번거롭게 해드려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은 지금 피곤하십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아난에게 수바드라가 가까이 올 수 있도록 이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진리를 알고자 찾아온 사람을 막지 마라. 그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설법을 듣고자 온 것이다. 그는 내 말을 들으면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수바드라를 위해 설법을 하셨다. 수바드라는 설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리고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사라쌍수 아래에서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시간이 가까워진 듯했다. 부처님은 무수히 모여든 제자들을 돌아보며 다정한 음성으로 물으셨다.

“그동안 내가 한 설법에 대해 의심나는 점이 있거든 묻도록 해라. 승단이나 계율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라. 이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의 제자도 묻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은 거듭 말씀하셨다.

“어려워 말고 어서 물어보아라. 다정한 친구끼리 말하듯이 의문이 있으면 내게 물어보아라.”

아난이 제자들을 대신해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수행자 중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의문을 지닌 사람이 없습니다.”

아난의 말을 들으신 부처님은 마지막 가르침을 설하셨다.

“너희들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 이외에 다른 것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희들은 내 가르침을 중심으로 서로 화합하고 공경하며 다투지 마라. 물과 젖처럼 화합할 것이요, 물 위의 기름처럼 겉돌지 마라.

나는 몸소 진리를 깨달아 너희를 위해 진리를 설하였다. 너희는 이 진리를 지켜 무슨 일에나 진리대로 행동하여라. 이 가르침대로 행동한다면 설사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죽음이란 육신의 죽음임을 잊지 마라. 육신은 죽더라도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진리와 깨달음의 길에 살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이 말씀을 남기고 부처님은 평안히 열반에 드셨다.

신진환

불교미술 작가. 금강산 신계사 복원 불사 벽화조성(2007), 제3회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향전 전체 대상(2009),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011), 제27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우수상(2013), 제2회 용성문화제 ‘올해의 불교미술인상’(2018)을 수상했다. 매년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금년에는 터키 앙카라 아트페어와 이스탄불 아트페어(AB갤러리 초대), 뉴욕 알재단 초대 옥션전, 홍콩 아트페어(Regina Gallery 초대)에 참가했다.

글·편집부 그림·신진환  ggbn@ggbn.co.kr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편집부 그림·신진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