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태종이 덴마크 포교당인 고광사의 한인 입양인을 초청해 개최한 ‘한국체험학교'는 불교계가 해외 입양인에 관심을 표명한 이례적인 행사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행사에 참가한 덴마크 입양인은 총 7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덴마크 고광사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던 한인 입양인으로 학교교사, 경찰, 주부, 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몇몇은 현지인 배우자와 함께 고국을 찾았고, 2세와 함께 가족방문을 온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고국을 찾기 위해 한 달 가량 생업에서 손을 놓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참가한 이유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의 갈증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리라.

서구 사회에서 유색인종을 바라보는 눈길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우리 사회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를 바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이야 돈을 벌기 위해 자의로 타국을 찾았다지만 해외 입양인들은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국에서 낯선 눈길을 견뎌내며 고통스런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이들 일행은 보름에 걸쳐 대천 해수욕장 머드축제, 이천 도자기 체험, 불교예절교육 및 역사체험, 풍기 인삼축제,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보며 생애 처음으로 고국의 정겨움을 경험했다. 그리고 8월 1일부터 닷새간 열린 제4회 세계한인입양인대회 기간 중 600여 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관문사를 방문해 만찬과 함께 전통공연을 관람하며 고국의 향수를 맛보기도 했다. 천태종의 관심은 그들을 무책임하게 해외로 떠나보냈던 부모들과 우리 정부를 대신한 작은 사죄요, 자비 실천이라 하겠다.

우리는 흔히 불교를 자비의 종교라고 부른다. 자비는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고,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위다. 하지만 그동안 불교는 사찰의 담을 넘지 못하는 관념적 자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 입양인을 보듬는 일은 현실 속의 고통을 풀어주는 실천적인 자비라 칭찬받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국 땅을 밟았던 600여 해외 입양인들은 한국불교의 따뜻한 온정과 그 푸근함을 가슴에 안고 돌아갔을 것이다. 이런 행사가 자주 개최돼 불교의 자비가 관념적이란 오명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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