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28~30일 평양에서 열린다. 비극적인 남북분단 60년 역사를 상기할 때 양국 정상의 만남 그 자체가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시기와 장소 ·정치적 파장 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고 2000년의 첫 번째 회담 보다 정치적 이벤트성이나 신선도가 훨씬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왕에 벌어진 잔치판에 재를 뿌리기 보다는 희망적인 기대를 걸고 차분히 지켜보는 게 도리일 듯 싶다.

우리 불교계는 한반도 평화체제니, 북핵문제니,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니 하는 굵직한 기대를 잠시 뒤로 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획기적인 남북 불교 교류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북한에도 묘향산 보현사나 안변 석왕사 같은 유서 깊은 큰 고찰들이 많다. 또한 근대불교의 중흥조로 추앙받는 경허선사(1849~1912)가 천화(遷化)해 묻힌 곳도 북한 함경남도 삼수갑산의 난덕산이다.

그러나 이들 고찰은 분단 이후 남측 불자들의 발길이 미칠 수 없었고 그들의 뜨거운 불심 또한 애끓는 기다림으로 ‘개방'의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묘향산의 보현사와 원적암(圓寂庵)은 우리 불자들이 숭모하는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서 구국의 영웅이었으며 한국불교 선맥을 이은 조사인 서산대사가 일생을 보냈던 사암이다. 석왕사는 경허선사가 해탈 도인으로 환속해 대자유인의 삶을 살고자 불문을 떠날 때 마지막 법문을 했던 절이다.

이런 고찰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교류 확대의 우선 순위로 개방돼 남측 불자들이 자유롭게 순례하며 애끓던 불심의 ‘한'을 풀 수 있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금강산의 유점사·장안사· 마하연 등도 남북불교가 힘을 합해 조속히 복원하고 천태종 개성 영통사 순례의 ‘제한'도 확 풀리길 거듭 기대한다.

단순한 불교계의 염원이 아니다. 통일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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