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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육식 금지 이면에 숨은 뜻
  • 이미령 불광불교대학 전임강사, 불교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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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안타까운 사건 연속
부처님 “살펴야 한다.” 말씀
되새기며 살피고 또 살피자

마하우파사나는 믿음이 도타운 재가여성불자다. 어느 날 오래도록 병을 앓던 스님이 갓 잡은 싱싱한 고기로 국을 끓여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파사나는 서둘러 싱싱한 고기를 구하지만 하필 그 날은 나라 전체가 육식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었다.

스님과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해 애를 태우다 그녀는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내 그걸로 국을 끓여 보내드렸다. 병을 앓던 스님은 그 고깃국을 먹고 회복됐지만 생살을 뭉텅 베어낸 우바이가 병석에 눕고 말았다.

이런 일들을 알게 된 부처님은 그 제자를 불러다 물으셨다.

“그대가 먹은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 알고 먹었는가!”

오랫동안 병을 앓느라 그것까지 살피지 못했다는 고백을 듣고서 다시 부처님은 이렇게 당부하셨다.

“시주가 음식을 줄 때에는 으레 이것은 무슨 고기냐고 물어 보아야 한다. 만일 그 시주가 이것은 깨끗한 고기라고 대답하더라도 거듭 살펴보아 믿을 만한 것이면 먹고, 믿을 수 없는 것이면 먹지 않아야 한다.” 〈현우경〉

이렇게 해서 앞으로 출가자가 재가신도의 음식을 받을 때면 세 가지를 꼭 살펴야 한다는 계율조항이 정해졌다. 그 세 가지란, 자기를 공양하기 위해서 동물 죽이는 것을 보거나(見), 그렇다는 말을 듣거나(聞),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거나(疑)하는 경우이니, 이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육류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스님들의 육류섭취에 삼정육(三淨肉)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생겨나는, 불교의 역사적 장면이다.

사실 이런 사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부처님의 당부에서 새삼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다.

“어떤 것으로 만들었는지 알고 먹었는가!”

“왜 살피지 않았느냐?”

제자에게 “그런 음식을 왜 먹었느냐”고 추궁하기 전에 “왜 살피지 않았느냐”고 질책하셨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지 않던가. 지금 내게 절실한 것이 찾아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덥석 붙잡는다. 살고 봐야 하니까. 하지만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살펴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이 음식뿐이겠는가. 날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땅 밑이 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큰 불이 나고 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당장 나와 내 가족이 피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지만 내일 어떤 사고가 어디에서 터질 지 누가 알겠는가.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답은 하나다. 일단 잘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탓이다.

사는 게 급해서 벌였던 일들의 과보가 이제야 찾아왔으니, 날마다 펑펑 터지는 사건들을 보자면 부처님의 이 말씀이 떠오른다.

“왜 살피지 않았느냐!”

지나간 2018년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새해에는 살피고 또 살펴야 하지 않을까. 땅 밑에 묻어둔 온수관도 살펴야 하고,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도 살펴야 하고, 사립유치원을 포함한 온갖 교육기관도 살펴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업체 파견노동자도 살펴야 하고, 집까지 배달해주는 택배기사도 살펴야 하고…. 살펴야 한다. 살피는 곳에 탈은 없을 테니까. 살피는 것이 원인이 되면 미래는 더 안전하고 즐거운 과보를 받게 될 테니까.

이미령 불광불교대학 전임강사, 불교칼럼니스트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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