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음반 낸 불자 재즈가수 웅산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웅산. “불교를 포교하듯이, 그렇게 재즈를 전하는 가수가 될래요.”

농염한 허스키 보이스로 청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불자 재즈가수 웅산(雄山, 본명 김은영, 34)이 최근 3집 앨범 ‘Yesterday'를 발표하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그의 3집 앨범에는 타이틀곡인 ‘Yesterday'를 비롯해 재즈곡 14곡이 수록돼 있다. 지난 2005년 출시된 2집 앨범 ‘The Blues'에서 강한 음색을 드러낸 것과는 달리 이번 음반에는 비오는 날 조용히 들을 수 있는 감미로운 곡들을 담았다.

웅산은 사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 적도 있다. 대대로 독실한 불자 집안의 자녀였던 그는 화창한 어느 가을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천태종 구인사를 찾았다. 스님이 되기 위해 구인사에 1년 6개월간 머물면서 낮에는 밭일 등을 거들고, 밤에는 관음정진을 하는 천태종의 주경야선(晝耕夜禪)을 몸소 실천했다. 웅산의 어릴 적 꿈은 스님이나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에 저는 가부좌를 틀고 관음정진을 하거나,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반야심경을 외우면 보고 싶은 방송을 봐도 좋다는 조건을 다셨죠. 오죽하면 6살 때 반야심경을 다 외울 정도였으니까요. 스님이 되겠다며 구인사를 찾았을 때에도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스님의 꿈을 접고 가수가 된 이유는 음악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하루는 선방에서 관음정진을 하는데 깜빡 잠이 들었다. 스님의 죽비 소리에 놀라 잠이 깼을 때 그의 입에서는 ‘관세음보살' 대신 노래가 불쑥 튀어나왔다.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으면 수행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길로 하산을 했다.

웅산(雄山)은 구인사에 머물 당시 현재 통영 서광사 주지인 무안 스님이 지어준 예명이다. 사실 그는 처음에 이 예명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재즈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며 놀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풍부한 음색을 바탕으로 힘과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그의 노래를 들은 후 사람들은 찬사를 터뜨리면서 이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태도를 바꾸었다. ‘웅대한 산'이라는 뜻의 ‘웅산'에 대한 거리감도 없어졌다.

어린 시절 ‘불교는 정(正)이다'라는 아버지 말씀을 가슴 속에 새기며 살아 온 웅산은 “헛된 욕심에 의지하면 잠깐 즐겁거나 돈을 벌수는 있겠지만 곧 불편해질 것이기에 결국에는 정(正)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평생 바르게 살고자 노력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불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웅산은 불교와 재즈의 매력을 ‘자유'에서 찾는다.

“불교와 재즈의 매력은 비슷해요. 재즈의 매력은 틀 안에서의 자유로움이기 때문에 절대 방종이 아니죠. 화엄경의 정신과 상통한다 할까요. 흑인 음악에서 비롯됐지만 동양의 정서와도 잘 맞죠. 특히 우리나라의 한(限)이라는 정서와도 잘 맞아요. 제가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불자이기 때문에 재즈를 그만큼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웅산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곡 해석력이 독특하고, 가슴에 와 닿는다'는 평을 내린다.

1998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가수활동을 해 온 웅산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세계 공용어인 음악을 통해 전 세계를 누비고 싶은 것이다. 첫 발판으로 그는 올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말레이시아, 홍콩, 상하이 등에서 공연하는 아시안 투어를 준비 중이다. 아시안 투어 이후에는 미국과 유럽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프랑스나 핀란드, 덴마크에서 열린 재즈 페스티벌에도 참여한 바 있다. 영어·일본어·중국어·한국어 등 4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웅산에게 이런 꿈이 멀어 보이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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