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가르침을 느끼게 하는 ‘시’
이양희/북인/8천원

1990년 <현대문학>에 ‘별종 금붕어’ 외 4편이 당선돼 등단했던 이양희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마음을 걸다>를 출간 했다.

이양희 시인은 ‘언어’와 ‘세계’의 마주침을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파(描破)해내고 있다. 생활이라는 지극히 사소한 곁과 주변, 그리고 뒤안길을 통해서 ‘세계’를 다시 쓰는 그의 독특한 시작 태도는 일상의 시간과 밀착되면서 깊어지고 확장되고 있다. 그는 일상과 밀착되는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스스로를 일상과 완벽한 대칭으로 만들고 있다. 이 점이 시집 <마음을 걸다>의 특이점이다.

그가 쏟아낸 ‘말’들은 “햇빛 오글오글 모여 꽃이 피듯 / 그렇게 피워내는 꽃”과 대칭되며 그런 과정을 통해 그는 ‘말’을 매개와 지시가 아닌 사물의 신비를 직접 드러내는 일종의 ‘알레고리’로 만든다. 시인이 생활을 시의 언어로 대칭적으로 그려낸다는 말은 이러한 사태를 함축한다.

이양희 시인은 대상에게 ‘말을 거는 일’을 ‘마음을 거는 일’과 동일시함으로써 그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말을 거는 행위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마음을 거는 일이자 당신에게 ‘나’를 거는 일이며, 동시에 ‘나’에게 당신을 거는 일의 시작이다.

이양희 시인이 열어젖힌 세계에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강렬한 삶의 소용돌이를 마치 나의 감각처럼 명징하게 느끼게 된다. 끊임없이 솟아났다가 흐트러지는 덧없는 생활의 사소한 풍경도 그가 놓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에게 ‘시’란 대상에 시인 자신의 마음을 모조리 거는 일이기 때문에 이 소용돌이 속에서도 시적 대상은 시인의 언어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양희 시인은 시를 쓰지 않을 때도, 그의 맹렬한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시를 쓸 때도 그 ‘장소’는 그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코 말해질 수 없는 생활의 ‘함께-함’이 곁과 주변, 뒤안길에 머물고 있는 한 그는 어린 매화의 첫말을 들으며, 톡톡 터지는 새순의 향기를 손에 움켜쥘 것이다. 그렇게 이양희의 시는 피어나 우리의 심성을 뒤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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