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해지더니 어느덧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늦가을과 함께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불청객 ‘독감’입니다. 독감에 걸리면 일상 생활하는데 지장이 많습니다. 독감을 옮길까 사람들을 만나기도 거북스럽고, 몸도 마음도 푹 지치게 마련입니다. 10월 중순 기점으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생후 6개월에서 만12세 어린이 563만 명과 65세 이상 노인 753만 명 등을 포함해 총 1,326만 명을 상대로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질병이 바로 독감입니다.

사람은 행복의 조건 중 하나로 건강을 꼽아왔습니다. 건강이 무너지면 행복 또한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일단 이런 저런 질병에 걸리게 되면 재정부담 또한 늘어납니다. 특히 암 같이 재정부담이 큰 병에 노출되면 경제적 약자의 경우 가정생활까지 어려울 수 있는 위험을 안게 됩니다. 더욱이 타인의 시선을 유달리 의식하는 한국사회에서 중대질병은 행복을 해치는 위험요소 제1군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건강을 잃지 않으려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 지키기 첫걸음은 ‘손씻기’라고 합니다. 한 국제의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성인 2만 명을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올바른 방법으로 손을 자주 씻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염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15~25%가량 낮았습니다. 결과 보고서는 “손씻기는 감기는 물론, 신종플루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 식중독과 설사와 같은 소화기계 질환 등에 있어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매년 10월 15일을 ‘세계 손씻기의 날(Global Handwashing Day)’로 지정해 2008년부터 해마다 기념행사를 펼쳐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매일 2,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감기, 설사 등의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강은 행복감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신체활동에 있어서 적극성을 띱니다. 무엇보다 신체활동은 인간의 불안감과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요인입니다. 건강을 앞세운 활동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말해주듯이 건강은 사회적 활동성을 높여주고 이는 행복감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지수에 따른 건강이 참된 건강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몸이 튼튼하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건강엔 반드시 정신적 건강이 수반돼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건강은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이를 경계하는 부처님 말씀이 〈유교경(遺敎經)〉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미 계(戒)에 머물게 되었으면/오관(五官)을 잘 거두어/오욕(五慾)에 들어가지 말게 하라.

이를테면 소치는 사람이/회초리를 쥐고 단속함으로써/소가 남의 논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오관을 제멋대로 놓아 버리면/오욕뿐 아니라 가는 곳이 끝없어/마침내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것은 사나운 말과 같아서/단단히 재갈을 물리지 않으면/그 수레에 태운 사람을/구렁텅이에 내동댕이칠 것이다.

도둑의 침해를 받으면/그 침해가 한 생에 그치지만/오관의 화는 여러 생에 미치어/그 해독은 매우 무겁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스스로 자제하여 오관에 따르지 않고/도둑을 붙들 듯하여/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 오관도 그 주체는 마음이다./그러므로 너희들은/마땅히 그 마음을 다스려라.

흐트러진 마음은 두렵기가/독사나 맹수보다 더해서/큰 불길이 치솟아 일어나는 것도/그것에 비길 바가 못 된다.

그것은 마치 꿀 그릇을 든 사람이/꿀만 보고 좋아서/이리저리 날뛰기만 하고/깊은 구렁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그것은 고삐 없는 미친 코끼리나/나무를 만난 원숭이와도 같아/이리 뛰고 저리 뛰어 붙들기 어려우니/빨리 꺾어 방일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 마음을 놓아 버리면/모든 착한 일을 잊어버리게 되지만/그것을 한 곳에 모아 두면/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정진하여/자기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계를 건강에 비유하면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관과 오욕에 빠지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게 될 위험에 직면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오관과 오욕에 끄달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건강을 크게 잃게 됩니다. 따라서 지혜 있는 사람은 건강과 마음을 잘 조화하고 다스려 무엇이든 성취하고 큰 행복감을 누리게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일기가 고르지 못한 환절기를 맞아 불자 여러분도 건강에 유념하시고 이러한 때 마음을 잘 다스려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