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총본산 단양 구인사는 요즘 잣 수확이 한창이다. 9월 25일부터 경내에 상주하는 사부대중이 모두 나서 잣 수확을 하고 있다. 구인사 인근에는 200만 그루의 잣나무가 있는데, 1960~70년대 천태종 사부대중이 조림한 결과물이다. 이하 내용은 월간 금강 267호 천태도량에 핀 연꽃 중 ‘주경야선의 종풍 드높인 구인사’의 일부분.

1960년대는 먹을거리부터 모든 게 부족하던 시절이다. 추운 겨울, 도시에는 일부 연탄이 보급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제대로 된 난방연료가 없어 인근 야산에서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했다. 일제의 수탈에 이은 전란과 도·남벌로 전국의 산이 벌거숭이가 된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민둥산의 비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정부는 1967년 산림청을 설치하고, 국가시책으로 녹화사업에 나섰다.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는 정부의 이 같은 시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표적인 사찰이다. 구인사는 1968년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의 원력 아래 생산불교의 일환으로 10개년 조림계획을 세우고, 인근 54만여 평의 황폐화된 국유림을 대부(貸付)받아 전 종도가 조림(造林)에 나섰다. 그런데 천태종은 10개년 계획을 3년 만에 달성한다. 그러자 다시 조림 5개년 계획을 세우고 100만여 평의 임야를 추가로 빌려 잣나무를 비롯해 유실수와 낙엽송을 심는데 이마저도 3년 뒤에 마무리한다. 그리고 1973년 4월 6일 ‘200만본 조림 달성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6년간 심은 나무는 160여만 평(500만㎡) 임야에 200만 그루에 달했다. 화전민들이 살면서 민둥산이 되어버렸던 충북 단양군 소백산 일대는 전국에서 동참한 천태종도들에 의해 울창한 숲으로 거듭났다. 충북도와 농림부는 1970년 연말, 산림조성에 대한 천태종의 공적을 인정해 상월대조사께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국가적 사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해 ‘나무 심는 종단’, ‘녹색혁명을 이룩한 종단’이란 훈장 같은 값진 별칭을 얻은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50년, 구인사는 매년 16만 그루의 잣나무에서 2,000kg(40kg 50포대) 안팎의 잣을 수확하고 있다. 잣 방울을 따고, 일일이 손으로 까는 일은 구인사 대중들의 울력으로 이루어진다. 시중 가격으로 추산할 때 1억여 원 가량인데, 판매하지 않고 공양물로 올리거나 선물용으로 사용한다.

다음은 잣 수확하는 사부대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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