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시범 성지순례를 성공적으로 마친 천태종이 7월 26일 개성 영통사 첫 공식 성지순례를 성공적으로 회향했다. 불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할 의미 있는 행사가 정식 궤도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순례는 통일부의 방해에 부딪혀 반쪽짜리 행사가 되고 말았다. 정식 성지순례 허가를 차일피일 미뤘던 통일부가 1인당 방문비용을 50달러로 인하하면 조건 없이 허락하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방문규모를 월1회 500명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천태종이 요구하는 주 3회 1회 500명 규모와는 너무나 차이가 큰 통일부의 방침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1년에 고작 6000명의 규모로 어떻게 300만 천태종도들의 갈증을 달랠 수 있단 말인가. 영통사 성지순례에 대한 조계종 등 다른 종단 불자들의 관심이 지대한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는 당초 방문 규모를 제한한 분명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천태종이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히 항의하자 지난 20일 뒤늦게 공문을 보내 “영통사 성지순례는 개성시내관광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현대아산의 개성관광사업 독점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천태종의 성지순례를 제한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통일부의 이 같은 결정은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이요, 종교적 자유를 제한한 명백한 종교탄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통사 성지순례가 남북불교교류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행사임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일반관광 성격이 짙은 금강산 관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종교교류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영통사 성지순례는 당초 약속대로 주3회 1회당 500명 규모로 허용돼야 마땅하다.

정부가 현대아산과 어떤 약속을 주고받았는지 우리는 알지도 못하고,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순수한 목적의 종교교류가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 남북한 8천만 민족이 진정으로 염원하는 평화통일의 길에 무엇이 더 든든한 디딤돌이 될지 통일부는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한다. 통일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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