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과 바다에는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휴가를 보내러 온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런 번잡함을 피해 도심에 남은 이들을 위해 무더위를 피해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피서법을 소개한다.                편집자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밤. 시민들이 청계천에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다.

운동과 수행으로 열대야 ‘물렀거라'

무더운 여름날, 한 밤에도 더위는 식을 줄 모른다. 이 열대야로 인해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다 뜬 눈으로 새벽을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수행 열기로 후끈대는 시민선방을 찾아 용맹정진하며 무더운 여름을 이겨보자. 별빛을 보며 산을 오르거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 둔치를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 안국동 안국선원, 부산 미타선원 등 전국 도심 사찰에서는 시민선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한 달 혹은 석 달간 수행을 각오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지만, 몇방하고 있으며, 서울 관문사, 부산 삼광사 등 천태종 사찰들은 신도들의 수행을 위해 항상 개방하니 참선, 108배 등 수행으로 지루한 여름밤을 이겨내는 건 어떨까.

야간에 산을 오르는 것은 낮보다 더 강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도심 인근의 포장길을 따라 산책하듯 오르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
초보자라면 등산로가 황토로 덮인 청계산이 좋다. 굳이 포장길, 황토길이 아니라도 가로등이 밝게 켜진 인근 야산의 경우 야간 산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래도 비상시에 대비해 손전등은 항상 준비하자.

전통 숨결 어린 한옥 구경 어때요?

한국 전통 건축양식에 흥미를 갖고 있는 불자라면, 선글라스 쓰고 사진기 달랑 메고 전통 한옥마을에 들러 한국의 미를 즐겨보자. 서울 필동 한옥마을은 남산을 끼고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예전엔 청학이 노닐었다고 해서 청학동이라고도 불렸다. 순정효황후 윤씨 친가, 부마도위 박영효 가옥, 도편수 이승업 가옥 등을 옮겨와 집의 규모와 신분에 맞는 가구들을 배치해 선조들의 생활상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평일 오후 6시 30분에는 한국전통무용 등을 공연하며, 오후 10시까지 개방한다.

원서동, 재동, 계동, 가회동, 인사동으로 구성된 북촌 한옥마을은 전통한옥을 개조한 찻집과 음식점들이 산재해 있어,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하루 데이트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 속에 잘 보존된 7백여 채의 한옥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건물형태, 구조, 골목길 등을 알아보기에 가장 좋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시, 영주시 등도 전통 한옥과 전통문화를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남산 한옥마을을 찾은 시민들이 투호던지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다.

시원한 곳에서 영화 감상

잠은 안 오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그렇다면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아보자. 요즘 대부분의 영화관이 심야영화를 운영하고 있어, 낮에 비해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현재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다이하드4〉, 〈트랜스포머〉, 〈검은집〉, 〈디센트〉,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의 영화가 인기다. 8월에 개봉되는 심형래 감독의 SF영화 〈D-War〉(8월 1일 예정)도 볼거리다.
24시간 전문 심야영화관인 MMC(동대문 프레야)에서는 8월 20일까지 ‘2007 공포체험전'을 진행한다.

이밖에도 메가박스 코엑스몰, 시네마 의 DVD/비디오 대여점을 이용해 집에서 여유롭게 불교 영화를 대여해 보는 것도 좋다.

영화평론지 ‘사이트 앤 사운드' 75명의 평론가가 최고의 불교영화라고 극찬한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 환생을 주제로 다룬 〈중천〉 그 외에도 〈동승〉, 〈티베트에서 보낸 7년〉, 〈쿤둔〉 등이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즐길만한 불교 영화다.

불교 영화가 부담스럽다면 〈300〉, 〈이장과 군수〉, 〈못 말리는 결혼〉, 〈우아한 세계〉, 〈고스트라이더〉, 〈용호문〉, 〈1번가의 기적〉, 〈아들〉 등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DVD(비디오)를 골라 보는 것도 좋다.

볼거리 가득한 이색박물관

개인들의 취미에 맞게 모은 물품들을 전시하는 이색 박물관들도 각 도심 인근에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손꼽힌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들도 있어 눈 여겨 봄직하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독방 체험하기, 짚풀생활사박물관은 짚으로 용품 만드는 법 등 아이들에게 유익한 현장교육을 하고 있어 자녀들과 함께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 전통 민속 관련 박물관으로는 서울의 짚풀생활사박물관, 경기도 용인의 한국등잔박물관, 경기 광주의 세중옛돌박물관 등이 가볼만 하다. 혹시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면 삼성교통박물관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이밖에도 2천여 거미 표본을 전시한 거미박물관(남양주시), 아프리카 문화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아프리카미술관(남양주), 전 세계 유일의 틴호일과 세계에 2대뿐인 포노그래프를 등을 볼 수 있는 참소리박물관(강릉시), 책과 관련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영월책박물관(영월군), 새끼곰 인형을 전시해 논 테디베어박물관(서귀포시), 세계 각국의 화폐를 전시한 화폐박물관(대전시) 등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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