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하지메.

인도불교의 파노라마 보여주는 명저
나카무라 하지메 외 지음 · 김지견 번역

〈불타의 세계〉를 처음 접한 것은 대략 30여 년 전인 학부 2~3년 때였다. 이 때 일본원서와 우리말 번역판을 비교하며 보았다. 다시 2000년에 신편이 출간되었다. 이번 원고 집필 중에야 열람해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불타의 세계〉는 언제나 가독력이 좋다. 특히 유적지 사진은 더욱 눈길을 끈다.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어쩌면 인도 유학은 이 책을 보면서 꿈꾸었는지 모른다. 필자는 이 책으로 불교의 발상지에 대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책에 나오는 인도 자연환경과 불교 유적의 사진만 따라 보더라도 불교사의 전체를 파노라마처럼 느낄 수 있다. 사진에는 아주 섬세한 감성이 담겨있다. 성도지의 보리수 위를 나는 새나 초전법륜지 다메크탑 위를 나는 석양의 까마귀 떼는 성지와 유적지에 대한 종교적 감성을 자극하였다. 이는 유학 시 보드가야 성도지의 경우 6개월가량을 머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책의 사진은 종교적 감성이 물씬 배어 있다. 보다 보면 성지와 유적지를 직접 밟는 착각을 일게 한다. 시대를 거슬러 불적을 순례하는 듯한 기쁨을 주기도 한다.

집필 참여자와 출간 배경

〈불타의 세계〉.

〈불타의 세계〉는 1984년에 김영사에서 일본원서를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일본에서는 1980년에 출간하였다. 일본에서 유학했던 김지견 교수가 번역하였다. 출판사에 출판 상황을 문의해 보았더니 1984년 첫 출간 이후 2011년까지 3판 4쇄라고 한다. 이 책은 불교권을 넘어 일반 지식사회에서도 읽혔던 고급 불교서적이다.

책의 주 저자는 나까무라 하지메(中村元, 1912~1999)이다. 다시 간기를 살펴보면 나라 아스야끼(奈良康明, 1929 ~ 2017)와 사또오 료오준(佐藤良純, 1932~ )이라는 또 다른 공동저자가 있다. 사진부문에는 마루야마 이사무(丸山勇)라는 이름도 볼 수 있다.

나까무라 하지메의 저술은 국내에도 많이 번역되어 읽힐 정도로 유명하다. 영어권에도 알려진 불교학자이다. 그의 주 전공 영역은 인도철학과 불교사상이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다른 전통의 사상사 비교 연구에도 큰 성과를 보여주었다.

몇 해 전 필자는 학술회의 차 동경대학교 학과 사무실에 들렀다가 거기에서 히라까와 아끼라(平川彰) 등 유명학자들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던 모습을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나라 아스야끼의 저술 또한 국내에 많이 번역되었다. 그는 인도에서 유학(캘커타대)한 인도불교학 전공자이며 조동종 승려이기도 하다. 또 다른 저자인 사또오 료오준는 2002년에 다이쇼오대(大正大)를 정년퇴직하였다. 그의 저서들은 다른 연구자에 비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 또한 인도에서 유학(델리대)하였다. 마찬가지로 나까무라 하지메도 바나라스 힌두대에서 교환교수로 현지체험을 한 이력이 있다. 모두 인도 풍토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학자들이다. 〈불타의 세계〉는 이러한 현지경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목차 구성과 중심 내용

〈불타의 세계〉는 역사기술에 있어 현지조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현지조사에 바탕을 둔 역사기술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현장의 생생함을 체험하게 한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6장은 전체적으로 석가모니 붓다의 출현을 시작으로 한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인도불교의 기원과 전개는 문화사적 측면과 함께 연대기적 기술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일목요연하게 전체 구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장면을 소개해 본다.

서장 불타의 근본사상과 그 인류사적 의의, 제1장 불타의 대지 - 인도불교의 문화적 배경, 제2장 석존의 생애 - 깨달음에의 길·열반에의 길, 제3장 불교교단의 확립 - 불교 상가와 교법의 전수, 제4장 인도불교의 전개 - 불교 상가의 사회적 정착, 제5장 불교도의 생활 문화 - 교리와 실천의 마찰, 제6장 대승불교와 굽타기 이후의 불교 - 인도 불교의 성숙과 쇠퇴 그리고 연표 · 지도, 인용문헌 / 참조문헌, 색인

서장의 집필은 나까무라 하지메가 시작했다. 제2장 석존의 생애는 사또오 료오준의 집필이며, 그 외 제1장과 제3장에서 제6장까지는 나라 아스야끼의 집필이다. 이로 보면 나까무라 하지메가 대표 저자로 되어있지만 나라 아스야끼가 가장 많은 분량을 집필한 셈이다. 필자는 이번 서평을 쓰면서 ‘머리말’과 ‘역자의 말’을 읽어볼 수 있었다. 이어서 ‘주요 현지취재 일람’과 인도아대륙 지도에 ‘주요 현지취재지’도 제대로 읽어 보았다. 마찬가지로 본문 뒤에 배치된 ‘연표’와 ‘불교유적지도’ 그리고 인용문헌과 참고문헌도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책의 구성에 있어 제3장까지는 인도불교의 기원 또는 성립에 대한 기술이다. 붓다의 근본사상과 그 인류사적 의의를 시작으로 인도 불교의 문화적 배경과 붓다의 생애 그리고 불교 교단의 확립까지를 보여준다. 교단이 정비되어 제2결집에 이어 마우리야 왕조의 아소카왕에 이른 시기이다. 이 때는 불교교단이 인도 대륙에 전파된 시기이기에 인도불교 성립의 전기가 마련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여러 부파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부파불교는 인도불교 발전의 원동력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인도불교 기술은 북인도 마우리야에서 출발하여 중인도와 서인도 그리고 남인도로 옮겨간다. 서인도 석굴 사원과 스투파(탑)와 안드라 불교 그리고 남인도 불교에 대한 설명이 그것이다. 계속해서 바다 건너 스리랑카 불교까지 설명한다. 다시 반대로 올라와 불교발상지인 마가다의 서북방향 마투라와 간다라 지역의 불교를 조망한다. 이로써 스리랑카를 포함한 아대륙의 거의 모든 지역으로 확장 전개된 불교문화가 그려진다. 이처럼 이 책은 종적으로는 역사와 횡적으로는 아대륙(亞大陸)의 남북을 아우르는 종횡의 구성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제5장부터는 불교도의 생활문화로서 불교 생활윤리와 불타 숭배 문화와 공덕과 주술의례 또한 분석된다. 마지막 제6장은 대승불교의 흥기와 원류에 대한 논의와 굽타기 이후 불교가 차츰 힌두화로 되는 경향에 대해 서술한다. 결국 밀교로 귀결되는 인도불교는 쇠망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으로 끝맺는다. 그리고 밀교와 함께 인도불교 쇠망의 원인분석과 현재 인도불교 부흥운동을 조망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렇게 석가모니 붓다의 출현으로 시작하는 인도불교의 기원과 전개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대단원을 보여준다.

본문 다음에는 ‘연표’, ‘지도’, ‘인용문헌 / 참조문헌’ 그리고 ‘색인’을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목차 구성을 위해서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 독자로서 이러한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인용문헌과 참고문헌에는 일본의 연구결과물과 함께 영어권 연구결과물이 주를 이룬다. 영어권은 인도학자들의 연구결과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집필자들의 인도 유학 경험, 인도에서의 연구물의 반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필자가 놀라웠던 점은 인도에 인접한 국가의 박물관과 단체 그리고 그러한 기관으로부터 빌린 사진의 목록을 일일이 언급했고, ‘도판출처’까지 성실하게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대작은 여기서 마치지 않는다. 우리말 번역서에서 누락된 부록의 ‘특론 Ⅰ~Ⅳ’까지도 인도불교에 대한 대단히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전체 구성은 필자에게 완벽에 가깝다는 생각을 들게 해 탄복하게 한다.

일본 불교학 수준 · 역량 보여줘

〈불타의 세계〉는 인도사상과 역사 · 문화 · 고고학 · 인류학 · 사회학 등의 분야가 동원되었다. 현지조사 차원에서 여러 학문이 동원된 종합적 결과물인 것이다. 각 유적지마다 고대 전적과 고고학적 연구결과가 꼼꼼하게 비교되었다. 이를 위해 1975년부터 1978년까지 18개월 이상 아대륙 전역을 밟는 현지조사를 거쳤다. 인도뿐만이 아닌 인접국 불교유적지를 두루 답사한 것이다. 약 2500km를 이동하며 각국의 박물관과 고고학국의 협력 아래 이루어졌다. 그리고 2년 후 출간하기까지 모두 6년이 걸렸다. 결론적으로 〈불타의 세계〉는 전 세계에 일본의 불교학 수준과 역량을 과시한 역작(力作)이라 할 수 있다. 당시까지의 일본은 물론 인도와 서구의 인도불교 연구결과와 동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대작이며, 걸작임에 틀림없다.

조준호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동국대 · 인도 델리대 불교학과에서 석 ·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고려대 인문대학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우파니샤드 철학과 불교〉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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