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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나무 外세계불교설화(271호)

붉은 눈나무

옛날 옛적에 네 왕자가 살았다. 네 사람은 ‘붉은 눈나무’라고 불리는 멋진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네 사람 모두 ‘내가 가장 먼저 그 나무를 보았으면’하고 소망했다.

큰 왕자가 마차를 타고 마부에게 그 나무가 있는 깊은 숲속으로 가자고 말했다. 아직 이른 봄이어서 나무는 잎은커녕 아직 새싹도 나지 않았다. 마치 죽은 나무처럼 시커멓고 헐벗은 가지를 본 왕자는 도대체 왜 이 나무를 ‘붉은 눈나무’라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봄이 온 뒤, 둘째 왕자가 마부와 함께 붉은 눈나무를 보러 갔다. 이제 나무는 붉은 잎으로 덮여있었다.

두세 달 후 셋째 왕자가 나무를 보러 갔을 때는 푸른 잎으로 덮여 있었다. 그 역시 왜 이 나무를 붉은 눈나무라 부르는 지 알 길이 없었지만 질문은 하지 않았다.

얼마 후 막내 왕자가 붉은 눈나무를 보러 갔다. 하지만 그때 나무에는 열매만 가득했다.

숲에서 돌아온 막내는 형제들이 놀고 있는 정원으로 가서 외쳤다.

“나 붉은 눈나무를 보고 왔어.”

“나도 보고 왔지.” 큰 왕자가 말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대단한 나무로 보이지 않던데……. 꼭 죽은 나무처럼 시커멓고 헐벗어 있더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둘째 왕자가 말했다.

“아름다운 붉은 잎눈이 수백 개나 나와 있었어! 그래서 붉은 눈나무라고 부르는 거지.”

셋째 왕자가 말했다.

“붉은 눈이라고 했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해? 푸른 잎으로 덮여 있던데.”

나무를 마지막으로 보고 온 막내가 다른 형제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방금 보고 왔는데, 죽은 나무 같지 않았어. 붉은 눈도 없었고 푸른 잎도 없었어. 그저 열매만 가득 했다구.”

아들들의 이야기를 듣던 왕은 잠자코 말했다.

“아들들아! 네 사람 모두 똑같은 나무를 보았지만 서로 다른 시기에 본 것이어서 다른 것이란다.”

메추리의 싸움

옛날 어떤 숲에 많은 메추리가 모여 살았다. 그 중 가장 지혜로운 메추리가 지도자였다. 인근에 사는 남자는 메추리를 잡아다 팔아 생계를 잇고 있었다. 매일 남자는 지도자가 메추리들을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남자 역시도 메추리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남자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메추리들은 지도자가 부르는 소리로 생각했다. 메추리들이 모이자 남자는 그물을 던져 메추리를 잡아서는 시장으로 가서 잡은 메추리를 팔아넘겼다.

지혜로운 지도자는 메추리를 잡은 남자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그는 새들을 불러서 말했다. “이 남자는 우리들을 너무 많이 잡아간다. 그를 중단시킬 계획을 세웠다. 잘 들어봐! 다음번에 남자가 또 그물을 던지면 각자가 그물에 난 작은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어. 그리고는 모두 함께 인근의 가시나무숲으로 날아가는 거야. 그러면 그물만 가시나무 덤불에 남기고 너희는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어.”

메추리들은 아주 좋은 계획이라면서 다음번에는 그리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도 역시 남자는 메추리들을 불러 모아서 그물망을 던졌다. 하지만 메추리들은 지도자의 말대로 그물을 들어 올려 인근 가시나무 덤불로 가지고 갔다. 그곳에 그물만 남기고 날아간 새들은 지도자에게 계획이 정말 잘 실행되었다고 말했다.

남자는 가시덤불에 걸린 그물을 분리하느라 저녁나절까지 분주했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여전히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남자가 집에 돈을 가져오지 않자 아내는 화를 냈다. 남자가 말했다.

“이제 메추리들이 협동하고 있어. 내가 그물을 던지는 순간 그물을 들고 올라가서는 가시덤불에 그물만 남겨놓고 가. 메추리들이 싸움을 시작한다면 다시 잡을 수 있을 텐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먹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앉던 메추리 한 마리가 실수로 다른 메추리의 머리를 밟았다.

“누가 내 머리를 밟았어?”

“내가 그랬어. 그런데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 화내지 마.”라고 첫 번째 메추리가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메추리는 계속 화를 내며 못된 말을 쏟아냈다. 이윽고 모든 메추리가 이 싸움에 개입하여 편을 들었다. 그날 남자가 와서 이들 위로 그물을 던지자 이전처럼 그물을 지고 날아가는 대신 한쪽이 말했다.

“네가 그물을 들어라.”

그러자 다른 쪽이 말했다.

“네가 들지 그래.”

“우리만 그물을 들게 하려는 거지?”

한쪽 메추리들이 말했다.

“아니야, 너희가 시작하면 우리가 도울게.”

다른 쪽이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메추리들은 싸움을 했고, 싸우는 동안 남자는 모두 그물로 잡았다. 마을에 간 남자는 이들을 좋은 가격에 팔아치웠다.

사자와 토끼

옛날에 수많은 동물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초원이 있었다. 사나운 사자만 없다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다. 이 사자는 매일 사방을 돌아다니며 그저 재미삼아 놀이삼아 힘없는 동물들을 죽였다.

이를 막기 위해 많은 동물들이 한 마음이 되어 사자에게 가서 말했다.

“사자님! 사자님처럼 용감하고 씩씩하신 분이 저희를 다스려주셔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하지만 이토록 지체 높으신 분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 사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청을 드립니다. 이제부터는 왕의 지체에 어울리도록 댁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당신의 백성인 저희가 드실 음식을 굴 앞으로 가져오겠습니다.”

매우 우쭐해진 사자는 그 청을 즉시 수락했다. 이후 동물들은 매일 추첨을 했고, 제비를 뽑은 동물은 스스로 사자굴을 찾아가 사자의 식량이 되었다. 어느 날 토끼의 차례가 되었다. 자신이 죽을 차례가 왔음을 안 토끼가 말했다.

“우리가 여전히 사자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여러분은 왜 모르세요? 제게 맡겨만 주시면 이 포악한 사자의 손아귀에서 모두를 구해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동물들은 기뻐하며 그러라고 말했다. 토끼는 덤불 속에 한동안 숨어 있다가 천천히 사자굴로 갔다. 그동안 기다리느라 배가 고팠던 사자는 매우 화가 나서 으르렁거리며 꼬리로 땅바닥을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네놈은 뭐냐. 내 백성들은 도대체 무얼 하는 있는 게냐? 오늘은 종일 고기 한 조각도 못 먹었다!”

토끼는 사자에게 잠시 진정하고 말을 들어보라고 사정사정했다.

“오늘 당첨된 것은 다른 토끼 한 마리와 저, 이렇게 둘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사자님 저녁을 올리려고 이곳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덤불속에서 사자 한 마리가 튀어나와 제 친구를 잡아갔습니다. 저는 우리 둘은 왕의 식탁으로 갈 몸이라고, 더욱이 이 숲에서는 우리 대왕 말고는 아무도 사냥할 수 없다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사자는 제 말을 듣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응수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내가 이곳의 하나뿐인 왕이다. 너희가 모두 머리를 조아리는 그 사자는 침입자다.’ 저는 그만 두려움에 말문이 막혀 인근 덤불로 도망갔습니다.”

토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자의 분노는 점점 더 커졌다.

“그 사자 놈을 잡아서 이 숲의 왕이 누군지 본때를 보여주겠다.”

토끼가 겸손하게 말했다,

“대왕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놈이 숨어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토끼와 사자는 함께 숲을 건너고 초원을 지나, 맑은 물이 가득 고인 깊은 우물 가까이 도달했다. 토끼가 우물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곳에 적의 소굴이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공격하진 마시고 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말에 더욱 분노한 사자가 말했다.

“일단 내 눈에 띈 후에는 살아남지 못하리라!”

그렇게 토끼와 사자는 살금살금 우물에 다가갔다. 가장자리에서 허리를 굽혀 안을 들여다본 둘은 자신들의 모습이 물에 비친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자가 몰래 채어간 토끼와 함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자는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고, 이후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

여우와 고기

사냥을 하러 굴에서 나온 배고픈 여우가 싱싱한 고기 한 점을 발견했다. 며칠간 음식 맛을 보지 못한 여우는 얼른 고기를 잡아채서는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닭장을 지나던 여우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암탉 네 마리가 지렁이를 찾아 땅을 긁어대는 모습을 모고 입에 침이 고였다. 고기를 땅에 내려놓고 여우는 암탉을 갈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자칼 한 마리가 지나가다 말했다.

“여우야! 당혹스러워 보이네. 문제가 뭔지 말해봐. 내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

“자칼! 네 말이 맞아. 내 문제는, 여기 굴로 가져가는 고기 한 점이 있어. 그런데 이 닭들 중 한 마리도 두 번째로 먹고 싶어.”

“내 말을 들어.”

자칼이 말했다.

“이 닭들을 그냥 내버려 둬. 나도 오랫동안 눈독을 들였는데 남자애가 늘 지켜보고 있어. 그래서 그 눈을 피해 닭을 잡을 수가 없더라구. 지금 그 고기 매우 좋아 보이는데 그걸로 만족해라.”

그렇게 말하고 자칼은 갈 길을 갔다. 그래도 여우는 닭에 대한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고기를 땅에 둔 채 조심조심 닭이 있는 뜰로 접근했다. 가장 통통한 닭의 꼬리깃털에 막 접근하던 순간 소년이 여우 머리를 작대기로 내리쳤다.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진 여우는 울타리를 넘어 달려서는 고기를 놓아둔 곳으로 갔다. 하지만 그 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다. 잠시 전 지나가던 솔개가 고기 냄새를 맡고는 이미 둥지로 고기를 채간 후였다.

번역ㆍ진우기  ggbn@ggbn.co.kr

행복을 일구는 도량, 격월간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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