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신문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동화, 法話 속으로
<동화, 法話 속으로> 61. 염라국 다녀온 소 씨

사경 종이 살 때 벌써 극락에 태어나

삽화=강병호

중국 낙양사람 하현령은 당나라 고종 용삭 2년에 경성에서 죽었는데, 명부에 들어가니 염라대왕이 그 재능을 아깝게 여겨 주부(主簿) 벼슬을 시켰습니다.

‘주부’란 이승에서와 마찬가지로 염라국의 문서와 장부를 담당하며, 왕명출납을 맡은 행정실무관직입니다. 그러므로 염라국의 주부가 되었다는 것은 염라대왕의 직속관료가 된 것이지요. 물론 그는 염왕의 믿음대로 충실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령의 고향 사람이 죽어 명부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고향이란 그곳서 날아온 까마귀만 봐도 정다운 법, 현령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저는 소 씨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대가 어찌하여 이곳에 왔소?”

“귀졸(鬼卒)에게 잡혀 왔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였습니다. 분명 주부인 자신은 귀졸에게 잡혀온 모든 사람들의 이력을 세세히 알고 있는데, 전혀 알 수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소 씨라니? 그래서 그는 다시 문서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소 씨가 다른 사람 대신 저승으로 오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예?”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는 관계로 실수가 있었습니다.”

“실수라니요?”

“내가 문서를 검열하여 본 결과 그대는 남의 비명(非名)으로 잘못 온 것을 발견하였소.”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도 이렇게 빨리 밝혀졌으니 다행입니다.”

소 씨는 두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대를 즉시 인간 세상으로 다시 돌려보내 줄 것이니 환생하는 즉시 〈법화경〉을 사경하는데 힘쓰도록 하시오.”

“〈법화경〉이라니요?”

사실 소 씨는 〈법화경〉은 고사하고, 글자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글자를 알지 못합니다.”

“그럼, 부처님도 알지 못하오?”

“그렇습니다.”

“그대는 오히려 귀졸들의 실수로 천상의 복을 받았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건 차차 알게 될 것이오. 일단 얼른 내려가시오.”

그렇게 소 씨가 현령에게 하직하고 떠나려 할 때에 문득 이웃 마을에 살던 노파 한 사람이 그의 손을 잡고 울었습니다.

“나와 같은 고향에서 살던 그대가 여기까지 와 가지고, 어찌 나의 고통 받는 곳을 보지 않겠소. 부디 다시 이승으로 내려가거든 여기서 내가 겪는 실상을 전해주시오.”

“저는 통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나를 따라오시오.”

그가 비로소 승낙하고 그 노파를 따라가는데, 커다란 가마가 나타났습니다. 그 가마 안에는 물인지 기름인지가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안에 죄인들이 삶아지고 있었습니다.

“아아아!”

“아아아!”

죄인들의 비명소리가 허공을 채웠습니다.

그는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려 옷을 적셨습니다. 그는 그저 벌벌 떨고만 있었습니다.

노파가 울면서 다시 부탁하였습니다.

“우리 죄인들은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습니다. 매일 매일 이렇게 삶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이 지옥입니까?”

“지옥보다 더 무서운 지옥 중의 상지옥입니다. 이승의 사람들은 도무지 알지 못하지요.”

“그럼, 나중에 이 지옥을 벗어날 방도는 없는지요?”

“그래서 내가 그대를 데려오지 않았소?”

“어서 내게 이 지옥을 벗어날 방도를 알려주시오.”

“그대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간다 하니, 우리 영감을 찾아서 나의 부탁이라 전하고, 나를 위하여 〈법화경〉 한 부를 쓰라고 하시오. 그렇게 하면 내가 이 무서운 죄보를 벗어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입니다. 만일 승낙을 하신다면 앞으로 열흘 쯤 지나서 내가 살던 동리 앞 강가로 찾아 와서 내게 전해 주시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

소 씨는 그렇게 노파와 굳은 약속을 하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왔습니다. 죽은 줄 알고 장례를 준비하던 가족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었겠지요. 그런데 정작 죽었다 살아온 그의 얼굴은 밝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 당장 할 일이 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는 길 떠날 채비를 하였습니다. 기뻐하던 가족들은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가는 것은 좋은데 일단 숨 좀 돌리고 떠나시지요.”

그러나 그는 가족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한시가 급하다.”

그는 노파가 일러준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노파의 말대로 노파의 남편이 외롭게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계십니까?”

“누구시오?”

“영감님의 부인을 만나고 온 사람입니다.”

“무슨 말씀, 우리 할멈은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오.”

“하늘나라에 간 것이 아니고, 지옥 중의 상지옥에서 살고 있습니다.”

“예?”

그는 그동안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니 어서 〈법화경〉을 쓰도록 하세요.”

“그렇다면 써야 하는데, 난 글자를 모르오. 그러니 당신이 대신 좀 써 주구려.”

“부끄럽게도 저 또한 글자를 알지 못합니다.”

“이 일을 어쩐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내가 종이를 사 올테니 인근의 필경사를 수소문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여 노파의 남편은 종이를 사고, 소 씨는 필경사를 대령하였습니다. 필경사란, 전문적으로 부처님의 법을 문자로 쓰는 사람입니다.

염라국을 다녀온 소 씨와, 그곳에서 만난 노파의 남편이 보는 앞에서 필경사가 〈법화경〉을 다 쓰고 나니 어느덧 열흘의 기한이 되었습니다. 약속대로 소 씨는 지옥의 노파가 일러준 강가로 나갔는데 그 노파는 보이지 않고 엉뚱한 노인이 서 있었습니다.

“아니, 우리 이웃 살던 그 노파는 아니오고......”

소 씨가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자 그 노인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대가 전일 지옥에서 〈법화경〉을 써 달라고 부탁을 받은 사람인가?”

“그러한 언약이 있었지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것을 부탁한 부인은 그 영감님이 경을 쓰기 위하여 종이를 사던 그 시각에 벌써 천상에 태어났소. 그래서 나를 대신 보내셨소. 그 부인은 그대를 만나거든 〈법화경〉의 힘을 입어 이고득락(離苦得樂)한 사연을 세세하게 전해 주라고 하였소이다.”

“아하!”

그가 놀라는 사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르는 뽀얀 연기만을 남긴 채, 노인은 이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시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노인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법화경〉의 공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집안의 금전을 통틀어 종이와 붓을 사오너라.”

가족들은 도무지 그의 의중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글자도 모르시는 분이 붓이라뇨?”

그는 빙긋 웃었습니다.

“이제 나도 글자를 배우고, 〈법화경〉을 직접 쓰겠소.”

그 후부터 소 씨는 직접 〈법화경〉을 읽고, 사경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족들은 곧 그의 뜻을 알게 되었지요. 그는 죽을 때까지 사경을 하여 그것을 모든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사람이 이럴진데,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겠지요? 금강신문 독자 여러분, 늦은 새해에 제대로 된 붓 한 자루를 권해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홍찬전〉 제10권에 전합니다.

작가/우봉규  ggbn@ggbn.co.kr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가/우봉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