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ㆍ김홍도 그림 등 8건은 보물

국보로 승격된 보물 제1866호 <삼국유사>. <사진=문화재청>

우리나라 고대사의 보고(寶庫)인 <삼국유사(三國遺事)>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주도로 편찬된 역사서인 <삼국사기(三國史記)>가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2월 21일 <삼국유사>와 <삼국사기>(2건) 등 3건을 국보로 승격하고, 고려 공민왕 때 제작된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및 제경(諸經)’,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 등 8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삼국유사>는 고려 일연(一然) 스님이 1281년(충렬왕 7년)에 고조선부터 후삼국의 역사‧문화에 관한 설화 등을 종합한 역사서이며, 지금까지 2건이 국보로 지정됐다. <삼국사기>는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이 1145년(고려 인종 23년)에 삼국시대의 역사를 정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관찬사서(官撰史書, 국가 주도로 편찬한 역사서)로, 국보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보 제306-3호 ‘<삼국유사> 권1~2’는 조선 초기 판본으로, 총 5권 중 권1~2권만 남아 있지만, 결장(缺張)이 없는 완전한 인출본이다. ‘임신본(壬申本)’으로 알려진 1512년 간행<삼국유사> 중 판독하기 어려운 글자를 보완하고 현존하지 않는 인용문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국보로 지정돼 있는 2건의 다른 <삼국유사>와 대등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 받았다.

국보 제322-1호 <삼국사기>는 1573년(선조 6년) 경주부(慶州府)에서 인출(印出), 경주 옥산서원에 보내준 것으로, 조선 태조와 1512년(중종 7년)에 개각한 판(板)과 고려시대의 원판이 혼합된 것이 특징이다. 국보 제322-2호 <삼국사기>도 유사한 판본을 바탕으로 인출한 책으로, 인출 당시의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두 건의 <삼국사기>는 총 9책의 완질본이자 고려에서 조선 초기 학술 동향과 목판인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았다.

문화재청은 또 고려시대에 유행한 각종 불교경전과 관련 자료로 구성된 경전 모음집인 ‘금강반야바라밀경 및 제경’, 조선 후기 이름을 떨친 김홍도와 신윤복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알려주는 회화작품,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전경함(螺鈿經函), 제작 기법이 뛰어난 사옹원인장(司饔院印章) 등 8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보물 제1968호 ‘<금강반야바라밀경> 및 제경’은 1370년(공민왕 19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첩(帖)으로 된 경전 모임집이다. 경전의 구성 등은 국내 희귀본이며, 발문과 시주질(施主帙, 시주 명단) 등을 통해 간행시기와 참여자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고려 시대 불교경전 연구에 크게 활용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보물 제1975호 ‘나전경함(螺鈿經函’」은 고려시대 대장경(大藏經) 등 두루마리 형태의 불교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함이다. 당시에는 다량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국내외 알려진 고려 나전칠기 공예품은 20점 안팎에 불과하다. 이 ‘나전경함’은 국내에 유일하게 알려진 고려 나전경함 유물이자 고려 후기의 우수한 나전기술이 응집된 작품이다.

보물 제1969호 ‘이광사 필 <서결(書訣)>’은 조선 후기 대표적 서예가인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자신의 서예이론서인 <서결>중 전편(前篇)에 해당하는 내용을 1764년(영조 40년) 필사한 것이다. 주로 서예의 기본적인 필법을 담고 있으며 이론과 평론을 겸했던 이광사의 면모와 필력을 잘 보여주는 서예작품이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매우 희귀한 서예이론이자 우리나라 서예이론 체계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다.

보물 제1970호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金弘道 筆 馬上聽鶯圖)’는 조선 후기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는 김홍도(1745~1806년 이후)의 작품으로, 선비가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를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풍속화다. 이 그림은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섬세한 모습을 표현한 조선 풍속화 중 가장 서정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

보물 제1971호 ‘김홍도 필 고사인물도(金弘道 筆 故事人物圖)’는 김홍도가 중국 역대 인물들의 일화를 그린 고사도(故事圖)다. 한국적 정취를 실감나게 표현한 김홍도 만년의 양식이 집대성된 그림으로, 한국 회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작품이다.

보물 제1972호 ‘김홍도 필 과로도기도(金弘道 筆 果老倒騎圖)’는 김홍도가 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면서 책을 읽는 당나라 때의 신선(神仙) 장과로(張果老)를 그린 도석화(道釋畵)다. 김홍도가 도교 신선을 주제로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한 한국 도석화의 대표작이자 18세기 조선 예술계의 우두머리였던 강세황(姜世晃)이 칭찬한 품평이 곁들여 있어 회화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보물 제1973호 ‘신윤복 필 미인도(申潤福 筆 美人圖)’는 조선 후기 풍속화에 있어 김홍도와 쌍벽을 이룬 신윤복(1758년경~1813년 이후)이 여인의 전신상(全身像)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 속 여인은 머리에 가체를 얹고 회장저고리에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는데, 여인의 전신상을 그린 미인도는 신윤복 이전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작품은 19세기 미인도 제작에 있어 전형(典型)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ㆍ예술적 의의가 크며, 필치나 화풍에서도 신윤복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보물 제1974호 ‘백자 사옹원인(白磁 司饔院印)’은 조선 궁중에서 식사와 음식을 담당한 중앙관청 중 하나인 사옹원(司饔院)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백자인장이다. 사자 형상을 정교하고 세밀한 기법으로 조각한 후 청채(靑彩, 청색 안료)와 동채(銅彩)로 장식한 것은 조선 후기 백자 조성방법 가운데 가장 수준 높은 기법에 속한다. 현존하는 관인(官印) 가운데 백자로 제작된 유일한 인장이며, 시대성과 조형미를 모두 갖추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삼국사기>. <사진=문화재청>
<금강바라밀경> 및 제경집. <사진=문화재청>
나전경함. <사진=문화재청>
이광사 필 서결. <사진=문화재청>
김홍도 마상청앵도. <사진=문화재청>
김홍도 필 고사인물도(무이귀도). <사진=문화재청>
김홍도 과로도기도. <사진=문화재청>
신윤복 필 미인도. <사진=문화재청>
백자 사옹원인.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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