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포교현장(270호)

어린이 맘껏 뛰노는
사찰 최초의 키즈 카페 ‘해 달 별’
 

스님을 유난히 따르는 아이들이 월경사 주지 대명 스님에게 매달리며 장난을 치고 있다.

2017년 8월 12일, 진주 월경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카페’를 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탁 트인 공간에 푹신푹신한 정글짐과 트램펄린, 미끄럼틀, 빙글빙글 도는 야자수모양의 놀이기구가 널찍널찍 놓여있다. 각종 놀이교구, 장난감이 가득한 수납공간의 오른편에는 편백나무 큐브 놀이터가, 왼편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싱크대와 오븐, 앙증맞은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돼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어머니들이 직접 운영ㆍ관리하며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꿈의 놀이터다. 현재 가입한 회원만 157명, 월 회비는 단돈 1만원이다. 주중에는 월경사가 운영하는 유치원 아이들이, 주말에는 일반 어린이들도 이용하는 이곳은 월경사의 특별한 포교 현장이다.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놀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월경사 키즈 카페 ‘해 달 별’이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아이들이 놀다 간 편백나무 놀이터.

월경사의 주지 스님이신 대명 스님과 함께 키즈 카페 ‘해 달 별’에 들어섰다.

놀고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스님에게 달려든다. 양 손에 매달리는 아이, 다짜고짜 품에 안기는 아이, 스님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 하는 아이, 요리교실에서 고사리 손으로 만든 쿠키를 스님께 드리는 아이, 수줍어하면서도 스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 스님을 유난히 따르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스님의 모습은 유치원 선생님들과 엄마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주지 스님의 아이들 사랑은 유달리 특별해요. 스님께선 아이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바로바로 실천에 옮기는 편이세요. 경내에 실내놀이터를 만들어주신 이외에도, 10년이 넘은 유치원 버스를 교체하고, 어린이 전용 화장실도 깨끗하게 수리해 주셨죠. 아이들이 법당에 인사드리러 갈 때 안전하도록 난간도 설치해주셨답니다.”

7세, 5세 두 아이의 어머니인 자모회장 임은원 불자는 주지 스님과 유치원 선생님들, 월경사 신도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빙빙 도는 회전야자수에 올라탄 어린이가 활짝 웃고 있다.

“어린이들이 넓고 좋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도록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에 말씀을 들었을 때, 사찰 안에 키즈 카페가 생긴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혼자 꿈꾸면 영원히 꿈이지만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걸 대한민국 사찰 키즈 카페 1호 ‘해 달 별’을 고마운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배웠습니다.”

유치원에 다닌 뒤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도 행동도 예쁘게 하는 큰아들을 따라, 작은아들도 곧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라는 임은원 불자. 매일 아침 신나게 등원을 준비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월경사 유치원에 보내길 잘 했다!’고 생각한단다. 그는 아직도 키즈 카페가 처음으로 문을 연 그날을 떠올리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고 했다.

“사찰 정기법회날 키즈 카페를 열었는데, 아이들 웃는 소리와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없이 기뻐하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모두가 하나 된 축제의 날이었어요.”

아이들은 스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스님은 아이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찰 최초의 키즈 카페 ‘해 달 별’을 만들었다.

사찰 내 키즈 카페 설립을 이끌어 내신 월경사 주지 대명 스님은 이전에도 전국에 몇 되지 않는 어린이 전용 법당을 만든 이력이 있다. 스님은 사찰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린이 법당이 따로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공간의 주체가 어린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주체라야지 아이들에 맞는 물건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습니다. 같은 법회를 보더라도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으로 꾸며진 법당에서 법회를 보는 것과, 어른들 위주의 일반 소강당에서 법회를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요. 그 공간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아이들의 집중력과 심리상태는 달라집니다.”

한 어린이가 요리 실습 때 직접 만든 쿠키를 대명 스님께 드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찰 내에 ‘어린이 법당’도 아닌, ‘키즈 카페’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걸까?

“어린이 포교에 앞서 엄마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질문해 봤습니다. 엄마들은 잠시나마 아이들로부터 개인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 합니다. 또 되도록 경제적 부담이 없는 편을 선호하고요. 그러나 일반적인 키즈 카페를 이용하려면 입장료부터 만만치 않더군요. 아이들이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면 가격은 더 높아지고요.

서울에 있을 때부터 사찰 내에 실내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일반 키즈 카페 이용료가 그렇게 비싼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서는 상업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니까 한 달에 1만원만 받아요.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엄마들이 더 좋아합니다. 월경사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더라도 학부모가 법당에 들어올 일은 거의 없었는데, 키즈 카페가 생기니까 부모들이 아이들 노는 동안 절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내가 여길 애들 공간으로 만들어버리니까 법당으로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강의도 듣고 하는 거죠.(웃음)”

진주 월경사 일승전 1층에 들어서면 곧바로 키즈 카페 ‘해 달 별’의 노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스님의 이런 생각이 반영돼 키즈 카페 바로 옆에는 부모들이 차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다실(茶室)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키즈 카페 음식물 반입 금지다. 여기에는 위생문제나 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점 외에도, 누구나 평등하게 음식을 먹게 하겠다는, 각 아이들의 경제적 상황도 배려한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어린이들의 마음,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사찰 내에 큼지막한 놀이공간을 만들어 주신 월경사 주지 대명 스님. 스님은 ‘어린이 포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놀며, 절에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낀 아이들은 시간이 흐른 뒤에 자연스럽게 절을 찾는다는 것.

아이들이 벽면에 공을 던지며 눈사람을 맞추는 3D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계속되는 저출산과 노인들의 요청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 어린이 놀이터를 노인 건강공원으로 교체하는 국가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어린이들이 건강기구를 잘못 이용해 몸을 다치기도 하고, 놀이터 대신 골목이나 도로에서 공놀이를 하면서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정부는 놀이터를 없애는 대신 어린이와 노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격언처럼,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키즈 카페 ‘해 달 별’은 주지 스님, 유치원 선생님, 자모회원, 월경사 신도들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한 가지로 묶어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를 일궈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따스한 햇볕과 은은한 달빛과 초롱초롱한 별빛처럼 느껴지는 행복한 기분이 전해진다.

고사리 손으로 조물조물 쿠키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키즈 카페 ‘해 달 별’에서는 2018년 1월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쿠킹 클래스’를 열고 있다.

월경사에서 운이 좋다면 키즈 카페에서 막 요리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어린이들을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고요하고 적막하게 느껴지는 사찰에서 앞치마 입은 꼬마들의 기다란 행렬을 보는 건 드문 일이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해맑은 얼굴로 방긋 인사해 준다.

“행복합니다!”라고.

아이들의 밝은 미소와 ‘행복’이라는 말이 인사를 듣는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행복하게 한다. 전국 어느 절에서 이렇게 많은 꼬마부처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생경한 광경을 어디에서든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집집마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온 가족이 절에 모여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새로운 공동체가 꾸려지면 좋겠다.

월경사 주지 대명 스님과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월경사 금강유치원 개구쟁이 아이들의 재미있는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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