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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세 마리 外세계불교설화(270호)

물고기 세 마리

옛날에 물고기 세 마리가 머나먼 강에서 살았다. 세 물고기의 이름은 사려, 대사려, 무사려였다. 어느 날 그들은 강물을 타고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황야를 떠나 마을 근처로 이동했다.

대사려가 두 물고기에게 말했다. “여기서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어부들이 각종 그물과 낚싯대를 가지고 와서 물고기를 잡지. 그러니 전에 살던 황야로 돌아가자.”

하지만 이제 너무도 게을러져버린 사려와 무사려는 돌아갈 날을 하루하루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려와 무사려 두 물고기는 대사려보다 앞서 헤엄쳐나가다가 어부가 친 어망을 보지 못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대사려는 두 물고기를 구하기 위해 어망 주위를 돌며 ‘어망을 뚫고 나와 강 상류로 가는 물고기처럼’ 물을 찰방찰방 튀겼다.

물 튀기는 것을 본 어부들은 물고기가 어망을 빠져나왔다 생각하여, 즉 한 마리는 상류로 가고 또 한 마리는 하류로 갔다 생각하여, 어망 한 쪽을 잡아당겨 올렸다. 그로 인해 두 물고기가 망을 빠져나오자 곧바로 대사려에게 가서 말했다.

“대사려! 네가 우리 목숨을 구했어. 이제 황야로 돌아가자.”

그래서 셋은 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서 안전하게 살았다.

 

좋은 곳으로 인도하다

티베트에서는 초상이 나면 라마를 초빙하는 것이 관습이 있다. 의식을 행하여 죽은 이를 더 좋은 세상으로 인도하기 위해서이다.

어느 황량한 바람 부는 날, 티베트 땅 어딘가에서 유목민 가족의 가장이 죽었다. 그곳은 라마의 숫자가 적었고 또 매우 멀리 있었기 때문에 라마를 초청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누더기를 걸친 사람이 마을로 걸어서 다가왔는데 그 사람은 라마였다. 가족은 그에게 죽은 이를 위한 의식을 집전해 달라고 부탁했고 라마는 수락했다. 라마가 죽은 남자가 누운 침상에 도달하자 가족은 사자(死者)를 커다란 내면의 기쁨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달라고 청했다.

라마는 말했다.

“저는 가난하고 글을 배우지 못한 수행자지만 부처님에 대한 믿음으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라마는 단지 한 주문만을 반복해서 염송했다. 염송이 끝난 후 라마는 시체를 염주로 한 번 치고는

“지는 해 쪽으로 여행을 가라.”

고 말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가족은 시체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방 안에는 향기로운 냄새까지 났다. 그리고 시체의 정수리에 커다란 돌출부가 나타나자, 모두가 기뻐하며 만행 중인 라마에게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라마는 다시 여행길을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라마는 귓불이 유달리 긴 여행자를 만났다. 그 여행자가 말했다.

“그때 우리가 유목민 가족에게 해 준 일은 좀 힘들었었어. 안 그래?”

이윽고 그들은 함께 웃으며 염주로 서로를 툭툭 쳤다.

 

자고새와 까마귀

도로를 가로질러 날아가던 까마귀가 땅바닥에서 활보하는 자고새를 보았다.

“저 자고새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좀 봐!” 까마귀가 말했다.

“나도 저 새처럼 걸을 수 있는지 한 번 시도해봐야겠어.”

자고새 뒤로 내려앉은 까마귀는 활보 방법을 배우려고 장시간 노력했다. 마침내 자고새가 뒤를 돌아보며 무엇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화내시지 말아주세요.” 까마귀가 대답했다.

“당신처럼 아름답게 걷는 새를 저는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걸어보려고 배우는 중입니다.”

“어리석구나!” 자고새가 말했다.

“까마귀는 까마귀답게 걸어야지. 까마귀가 자고새처럼 활보한다면 얼마나 얼뜨기 같겠나!”

하지만 까마귀는 계속하여 자고새의 활보를 배우려 애썼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신의 고유한 걸음걸이조차 잊었을 뿐만 아니라 자고새의 걸음걸이도 배우지 못했다.

 

왕의 흰 코끼리

옛날에 커다란 숲이 있는 강변에 목수들이 여럿 살고 있었다. 매일 목수들은 배를 타고 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베어서는 목재로 다듬었다.

어느 날 숲에서 작업을 하던 중 코끼리 한 마리가 발을 절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한쪽 발을 들고 세 발로 걸었는데 들어 올린 발에 염증이 생겨 부어올라 있었다. 이윽고 코끼리가 누웠는데 아픈 발바닥에 커다란 나뭇조각이 박혀있었다. 목수들이 나뭇조각을 빼내고 상처를 깨끗이 씻어내자 상처는 금방 나았다.

고마운 마음에 코끼리는 생각했다.

‘이 목수들이 정성껏 치료를 해주었으니 나도 이분들을 위해 쓸모 있는 일을 해야겠다.’

이후 코끼리는 목수들을 위해 나무를 쓰러트리는 일을 했다. 때로는 쓰러진 나무를 굴려 강으로 밀고 가기도 했다. 또 때로는 필요한 연장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목수들은 코끼리에게 아침 · 점심 · 저녁마다 먹이를 잘 챙겨주었다. 이 코끼리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온 몸이 흰색인 아름답고 강하고 젊은 코끼리였다. 늙은 코끼리는 생각했다.

‘이제 내가 늙어 힘도 이전만 못하니 아들을 내가 일하는 숲으로 매일 데리고 가서 목수들 돕는 일을 배우게 해야겠다.’

그래서 늙은 코끼리는 아들에게 자신이 심하게 다쳤을 때 목수들이 치료해 준 것에서 시작해 그동안 잘 돌보아 준 것까지 모두 말했다. 흰 코끼리는 아버지 말씀에 따라 목수들을 잘 도왔고, 목수들은 흰 코끼리를 잘 챙겨 먹였다.

밤에 일이 끝나면 젊은 코끼리는 강으로 놀러 나갔다. 강물 속에서 그리고 강둑에서 목수들의 자녀들과 함께 놀았다. 젊은 코끼리는 코로 아이들을 들어 올려서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았다가 자신의 등을 타고 도로 내려오도록 하곤 했다.

어느 날 강가에 온 왕이 이 아름다운 흰 코끼리가 목수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코끼리에게 매료된 왕은 목수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했다. 이윽고 아름다운 흰 코끼리는 어린이 놀이친구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후 왕과 함께 떠났다.

흰 코끼리가 자랑스러운 왕은 살아있는 내내 코끼리를 잘 돌보았다.

 

진우기

불교·명상 전문 번역·통역가이며 로터스불교영어연구원 원장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Texas A&M University에서 평생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달마, 서양으로 가다〉 등 수행·명상서 번역과 국제회의 통·번역에 힘쓰고 있다.

 

번역ㆍ진우기  ggbn@ggbn.co.kr

행복을 일구는 도량, 격월간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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