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설화(269호)

모자 쓴 원숭이

옛날 옛적에 착실한 젊은이가 이 마을 저 마을로 모자를 팔러 다녔다. 어느 여름 날 오후, 넓은 숲속을 지나던 그는 피곤을 느끼고 가지가 많이 달려있는 커다란 망고나무 아래 모자가 든 가방을 내려놓고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잠에서 깬 젊은이가 짐을 챙기려고 보니 가방 안에 있던 모자가 모두 사라져 안 보이는 것이었다.

“맙소사!”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젊은이는,

“아니 도둑이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나를 털었단 말이냐?”

며 한탄을 했다. 바로 그때 망고나무를 올려다보니 귀여운 원숭이들이 형형색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젊은이는 원숭이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랬더니 원숭이들도 젊은이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번엔 인상을 썼더니 원숭이들도 따라서 웃기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원숭이들에게 돌을 던졌더니 원숭이들은 망고를 따서 마구 던지는 것이었다.

‘모자를 되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답답한 마음에 젊은이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땅에 내팽개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원숭이들이 모두 모자를 벗어 던지는 것이었다. 그는 잽싸게 모자를 주워 챙기고 그곳을 떠났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어느 날 이제는 그의 손자가 그 정글을 지나고 있었다. 오랫동안 걸은 손자는 가지가 많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망고나무에 이르렀고 거기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윽고 두세 시간 후 잠이 깨어보니 가방에 있던 모자가 다 사라지고 없었다. 모자를 찾아보던 그는 그 모자를 쓰고 망고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원숭이들을 발견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늘 해주시던 이야기가 떠오른 그는 할아버지의 방법을 시행했다. 먼저 원숭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원숭이들도 손을 흔들었다. 이번엔 코푸는 시늉을 했더니 원숭이들도 코를 풀었다. 그가 귀를 잡아당기자 원숭이들도 귀를 잡아당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자를 벗어 땅에 던졌다. 그때 원숭이 한 마리가 나무에서 뛰어내리더니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의 등을 손바닥으로 탁 치면서 말했다.

“너만 할아버지가 있는 줄 알아?”

 

꿈속에서 꿈을 꿔요

옛날에 한 양치기 소녀가 가족이 키우는 양떼를 산비탈에 풀어두고 지키고 있었다. 머리 위 높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히말라야의 밝고 따스한 햇볕을 쬐며 소녀는 어느 새 스르르 잠이 들었고, 많은 꿈을 꾸었다.

그 중 한 꿈에서 소녀는 붓다가 먼 인도에서 가사 입은 스님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가고 난 후, 너희가 나를 부를 때마다 너희 정성에 힘입어 내가 그리로 갈 것이다.”

잠이 깬 소녀는 그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붓다의 빛나는 얼굴에 집중하며 붓다를 마음에 그리고 소녀는 붓다의 말씀을 반복했다. 그러자 붓다가 정말 현신했다.

“와아. 이게 꿈인가요?”

소녀가 궁금해 물었다.

“그렇단다.”

붓다가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깨어날 수 있을까요?”

소녀가 물었다.

“지금 누가 잠자고 있지?”

붓다가 물었다. 그 순간 자신이 꿈을 꾸고 있었음을 단박에 이해한 소녀는 외쳤다.

“저는 이제 깨어났어요.”

순간 붓다는 사라졌고 소녀는 깨어났다.

이후 사람들은 서서히 소녀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누군가 물어볼 때마다 소녀는 대답한다.

“꿈속에서 저는 꿈을 꾸고 있었어요. 그런데 꿈속의 붓다께서 저를 깨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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