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海가 제시한 한국불교의 길
한용운 지음ㆍ정은주 해설/풀빛/14,000원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은 시인이자 승려인 독립운동가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 스님의 불교개혁론을 담은 책이다. 만해 스님은 서른둘의 나이(1910년)에 당시 불교의 타락상과 나태함을 하나하나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당시 불교계는 조선시대부터 내내 이어져온 억불승유(抑佛崇儒)로 인한 무기력과 무질서, 각종 인습과 폐단에 얼룩져 있었다. <조선불교유신론>은 ‘정치ㆍ사회 등 모든 분야에 변화와 혁신이 활발한데 오직 조선불교만이 미신ㆍ기복ㆍ은둔 등 인습에 젖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만해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불교교리와 철학에서 시작해 △승가 교육 △수행·참선·불교의식 간소화 △의례나 포교 방식 혁신 △불교를 통괄하는 조직기구 구성 등을 제안했다. 심지어 승려의 혼인 문제 등 일제 식민치하 당시 불교계의 당면 문제와 관련해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또 불교를 동양과 서양의 주요 종교·철학·사상과 비교해 논했고, 불교가 깊은 산중이 아닌 대중 안에서 호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설을 맡은 정은주 씨는 기존의 생소한 불교 용어나 고전 문구가 나올 때마다 원서에 없는 해석과 배경지식을 병기했고, 만해 스님이 저술한 다른 논설 자료나 시 등을 다각도로 참고했다. 원서는 서론부터 결론까지 17장으로 나눠 서술했지만, 책에서는 주제별로 묶어 6장으로 재구성했다.

정은주 씨는 “<조선불교유신론>에는 불교개혁 의지뿐 아니라 만해 스님이 지닌 역사의식과 세계관, 시대상이 담겨 있다.”면서 “종교적인 열정을 바탕으로 불교 전반에 걸친 예리한 관찰과 비판, 시대에 뒤떨어진 우리 불교를 개혁할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우리 사상계에 큰 영향을 남긴 명저로 손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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