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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내 아들이라 생각하면 신명 납니다.”호국 보훈의 달 특집 (266호)

서울 관문사 ‘금강 군포교 지원봉사단’
대가 없이 펼치는 ‘軍 위문’ 봉사

금강 군포교 지원단과 백골 부대원들이 멸공 OP 혜산진 법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힘들지만, 내 아들이라 생각하면 신명 납니다.”

“실상(實相)은 무상(無相)이고 묘법(妙法)은 무생(無生)이며, 연화(蓮華)는 무염(無染)이다.
무상(無相)으로 체(體)를 삼고, 무생(無生)에 안주(安主)하여 무염(無染)으로 생활(生活)하면
그것이 곧 무상보리(無上菩提)요, 무애해탈(無碍解脫)이며
무한생명(無限生命)의 자체구현(自體具現)이다.
일심(一心)이 상청정(常淸淨)하면, 처처(處處)에 연화개(蓮華開)니라.”

휴전선과 북한 땅이 눈앞에 보이는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에 위치한 3사단 22연대 백골부대 멸공 OP에 위치한 혜산진 법당에 천태종 중창조이신 상월원각대조사님의 법어가 울려 퍼진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는 부대에 어떤 연유로 상월원각대조사 법어가 봉독되고 있을까?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월 두 차례씩 부대를 찾아 군인들에게 공양을 제공키 위해 새벽 5시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4월 23일 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서 만나 함께 부대를 방문한 ‘서울 관문사 금강 군포교 지원봉사단’ 이춘화 재무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재무뿐 아니라 군부대 위문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봉사자들이 준비해 온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장만해 군 장병들에게 공양한다.

법회 시작 전 불단을 정리하고 있는 봉사단원들.

‘관문사 금강 군포교 지원봉사단’은 2007년 7월 서울 금강불교대학 25기 동문들이 실천 수행을 목적으로 조직하여 시작했다. 이들은 군부대 포교에 중점을 두고 30사단 법당과 9사단 훈련대대 늘푸른법당, 수색대대 영축사 법당에 간식지원과 함께 월 1회 법회에 참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10월 당시 학장 세운 스님(현 부산 삼광사 주지)과 손택룡 총동문회장, 이필창 25기 회장, 동문회 및 25기 간부·동문들이 동참해 ‘금강 군포교 지원봉사단’을 발족했다.

이후 제2기갑여단 충성사, 25사단 898포대 보타사, 6포병여단 911포대 호국만불사, 3사단 22여대 전방대대 혜산진 법당 등에서 법회를 봉행했다. 현재는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 3사단 22연대, 9사단 수색대대, 6포병여단 911포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대 군 장병, 포교하기 가장 좋을 시기

6포병여단 911포대 호국만불사 법회 모습.

“처음에는 군부대에서 법회 요청이 있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젊은 불자 포교에 이것만큼 좋은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 보세요. 20대 혈기왕성한 나이에 군대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는 젊은이들이 종교를 접하게 되면, 그 종교가 평생가지 않겠어요? 포교활동하기 가장 좋을 때죠.”

봉사단 유창무 총무의 설명이다. 오전 8시 자동차를 타고 군부대를 향해 길을 나선다. 답답한 서울 시내를 지나 시원한 자유로를 달린지 어느덧 3시간. 민간인 통제구역을 거친 후 오전 11시 첫 번째 목적지인 연천 6포병여단 911포대에 도착한다. 위병소에서 간단한 신원확인을 마치고, 호국만불사에 도착하니 군장병 10여 명이 봉사단을 반갑게 맞이한다. 평소 50여 명이 넘는 인원이 가득 차지만 이날은 갑자기 걸린 비상으로 인해 인원이 적었다. 윤귀임 사업위원이 넌지시 “군대라는 곳의 특성상 자주 있는 일”이라고 귀뜸했다.

봉사단들은 한 달에 한 번 오는 법당이기 때문에 그동안 불단에 쌓여있는 먼지를 말끔히 닦는다. 이어 이날 법사로 나선 남극렬 부회장이 “여러분들이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면, 모든 일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장병들에게 짤막한 법문을 했다. 그 사이 훈련을 마친 장병들이 법당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봉사단은 전역 장병에게 미리 준비한 책과 호패를 전달했고, 이성례 홍보위원은 전역 장병에게 집 주소를 물어본 후 인근 천태사찰을 소개해 줬다.

이윽고 군장병들이 가장 기다리는 간식 시간이 다가왔다. 이날의 간식은 순대와 직접 담근 파김치였다. 평소 군대에서 먹기 힘든 음식이기에 장병들은 허겁지겁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준 봉사단에게 감사의 박수도 잊지 않았다.

호국만불사 군종병 김재갑 상병은 “타 종교 행사도 그 행사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불교는 일단 사람을 편하게 해줘서 좋다. 또 우리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해 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종교가 없는 신병들도 처음에는 선임을 따라 오다가 분위기와 교리가 너무 좋아서 불교를 종교로 가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천태종과 인연 있는 멸공 OP 법당

봉사단이 혜산진 법당에 봉안한 백옥관음존상.

봉사단은 오전 호국만불사 법회가 끝나자 부지런히 뒷정리를 한 후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오후에는 천태종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육군 3사단 22연대 백골부대 멸공 OP에 위치한 혜산진 법당에서 법회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혜산진 법당이 위치한 멸공 OP에는 1987년 6월 천태종 2대 종정인 대충대종사가 건립한 범종각이 있으며, 법당 또한 2005년 9월 천태종이 건립했다. 이 인연으로 봉사단은 2012년 6월 후불탱화만 모셔져 있던 법당을 증축했으며, 같은 해 7월 법당 전면부 확장 및 냉온풍기 등을 설치했다. 이어 10월 백옥관음존상을 봉안하고, 법당 외부 단청 작업을 진행했다.

“백골부대 멸공 OP는 비무장지대(DMZ) 내 위치한 최전방부대로, 대충대종사 재세 시 범종을 기증, 평화의 종각을 건립한 바 있어 천태종과 인연이 깊은 부대입니다. 백옥관음존상은 군 장병들이 서로 인화단결 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고, 조국의 앞날을 밝게 비추는 자비의 등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시게 됐습니다.”

범종각을 참배한 후 남극렬 부회장이 혜산진 법당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봉사단은 대충대종사의 원력으로 세워진 범종각에서 각자의 소원을 빈 후 법당으로 내려가 예불 준비를 했다. 법회는 오전과 동일하게 진행됐으며, 법회가 끝난 후 군 장병들은 봉사단이 미리 준비한 수육과 순대 등의 간식을 맛있게 먹었다.

봉사단이 간식으로 준비한 순대를 그릇에 담고 있다.

혜산진 법당 군종병 변명섭 병장은 “원래 불교 행사에 참석한 인원이 6~7명이었는데, 봉사단 덕분에 지금은 17~20명 정도가 참여한다. 아들처럼 챙겨주시는 덕분에 앞으로도 인원이 늘어날 것 같다.”면서 “우리들을 챙겨주기 위해 3시간 정도 걸리는 먼 길을 마다 않고 2주에 한 번씩 와주신다. 또 좋은 말씀도 자주 해주셔서 다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봉사단의 노고에 군 장병들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법회에 참석한 군 장병들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봉사단을 위해 박수를 쳐줬다.

봉사단이 준비한 간식을 먹는 군장병들.

새벽부터 오후까지 봉사활동
“내 복, 내 가족 복 짓는 일”

봉사단은 혜산진 법당 법회를 끝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위병소에 들러 미리 챙겨 놓은 간식을 전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가 뜨기 시작한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일과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봉사단 최인숙 재무는 지친 몸을 추스리며 “우리가 준비한 음식이 남더라도 넉넉하게 준비해 군인들을 배불리 먹일 때마다 참 뿌듯하다. 우리의 정성을 아는지 군인들도 맛있게 먹는다. 거리도 멀고 힘들지만 기왕 하는 일이고, 내 복, 내 가족의 복을 짓는 일이니 정성을 다해서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군 위문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서울 관문사 금강 군포교 지원봉사단. 이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힘들게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 장병들의 마음속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싹 틔우며, 천태종의 군 포교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조용주 기자  smcom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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