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CT 촬영 시 발견, 이장계와 처 이씨 시주
송일기 교수 감정, 국가지정문화재급 가치 추정
전북 남원 실상사의 건칠불좌상의 머리에서 고려시대에 제작된 사경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조계종 실상사(주지 응묵 스님)과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 스님)는 남원 실상사 극락전의 건칠불좌상과 보광전의 건칠보살입상의 제작기법과 보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3D-CT 촬영을 실시한 결과, 불두 안에서 뽕나무(상지)로 만든 종이에 은가루로 쓴 고려시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桑紙銀泥大般若波羅密多經)’ 1첩을 발견했다고 5월 24일 밝혔다.
건칠불에서 발견된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은 전체 600권 중 권제396에 해당한다. 경전의 권말제 다음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주목된다. 이 경전은 이장계와 그의 부인이 선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재액(災厄)을 물리치기 위해 조성한 고려시대 사경으로 밝혀졌다.
상지에 은니로 <대반야경>을 사경해 절첩장 형태로 만든 경전은 현재 국내에 4점만 남아 있어 희소가치가 매우 크다. 실상사 <대반야경>과 가장 유사한 사경은 경주 기림사의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3첩(권210 秋, 권259 餘, 권561 果)으로, 보물 제959호로 지정돼 있다.
한편 실상사 건칠불에 대해서는 2005년도에 X-선 조사를 한 바 있는데, 당시 머리 안에 복장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관찰됐지만,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어 그대로 두었다. 그러다가 국내 최초로 불상에 실시한 3D-CT 촬영을 통해 접힌 책에 금속성 물질로 쓴 글자들이 겹쳐 있는 것을 확인, 보존 상태를 고려해 수습했다.
<대반야경> 사경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송일기 교수가 감정했으며, 국가지정 문화재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조사를 통해 획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상사 건칠불상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를 통해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건칠불상의 제작기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