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264호)

테라가타-장로게경
테리가타-장로니게경

전재성/한국빠알리성전협회/7만원·4만원

 

부처님 제자들이 부른
‘깨달음의 노래’ 완역

부처님 최초의 제자들(비구 260여 명ㆍ비구니 102명)의 오도송(悟道頌)을 기록한 팔리어 경전이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됐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박사의 〈테라가타-장로게경〉과 〈테리가타-장로니게경〉은 부처의 가르침을 찬탄하는 게송(偈頌)과 제자들의 오도송, 이들의 전·현생담을 기록한 주석으로 구성돼 있다. 게송을 포함한 주석이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라가타-장로게경〉은 ‘장로들의 시’라는 제목으로 〈장로게경〉으로 알려진 빠알리대장경의 경장에서 제5부 니까야에 해당하는 경으로 모두 1291수의 시가 실려 있다. 주로 △장로들의 출가 동기 △출가 신분과 출가 연령 △출가 생활의 어려움 △승단적 기질과 숲속 생활 △내적 성찰과 마음의 발견 △내적 성찰과 마음의 제어 △수행생활의 반성 △의취에 맞는 이상적인 삶 △해탈과 해탈의 즐거움 △삶의 스승이셨던 자상한 고타마 붓다 등을 주제로 비구 260여 명이 읊은 시다.

반면 〈테리가타-장로니게경〉은 부처님 제자들 가운데 여성 출가수행자들의 게송을 묶은 책이다. 〈테라가타-장로게경〉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수행자의 이름 아래 결집된 시로, 비구니 102명의 시 522수가 엮어져 있다. 특히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질곡의 삶과 수행과정이 담긴 작품으로, 고대 인도의 성속을 둘러싼 다채로운 사회·문화현상과 여성으로서의 인간적인 고뇌가 반영돼 있어 주목된다.

주제는 △세계최초의 여성철학자들의 출현 △재가신자로서의 출가 △부유한 상류층의 출가 △시녀로서의 출가 △자식을 잃은 여인의 출가 △팔려가는 여인의 출가 △남편이 죽은 여인의 출가 △가문의 영락에 의한 출가 △불행한 결혼과 출가 △역모혼에 의한 출가 △기구한 운명에 의한 출가 △수행의 어려움 △연로한 수행녀들의 불굴의 수행 △이교도에서의 개종 △해탈과 열반 등이다.

전재성 박사는 “장로와 장로니는 연로한 수행승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구족계를 받은 지 10년 이상이 된 수행승을 의미한다.”면서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수행승들은 부처님 당시에 살았던 인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시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

월호 스님/쌤앤파커스/14,000원

행복에 관한 붓다 이야기

무엇인가에 얽매여 살아간다는 건 힘겨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유’를 외치고 갈망한다. 그만큼 묶여 사는 삶의 피로도가 크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누구누구 때문에 내 삶이 묶여 있어서 행복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정말 자신을 얽어매는 존재가 다른 사람일까? 그로 인해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행복’에 관한 붓다의 말씀 가운데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어 줄 이야기를 엄선해 묶은 책이 나왔다.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당신이 주인공입니다’의 진행자 월호 스님이 펴낸 〈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는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저자는 지식과 돈을 쌓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삶이 버겁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단호하게 되묻고 답한다. “누가 당신을 묶었나요? 자승자박(自繩自縛)입니다.”라고. 그리고 “우리는 본래 자유롭고 어디에도 매인 적이 없다. 이것을 깨달아야 물질과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직접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행복의 본질을 달에 비유한다.

“우리는 때에 따라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 등으로 달의 모양을 구분해서 부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달은 한 번도 이지러진 적이 없습니다. 달은 항상 보름달이고, 늘 크고 밝고 둥근 모양입니다. 이렇듯 행복은 달의 본모습처럼 매일 우리 곁에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이처럼 저자는 행복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들려준다. 이 책에는 자존감이 낮아 고민하는 사람, 가슴 속에 가득 찬 분노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장인 등 고민에 휩싸인 사람들이 이를 떨쳐버리고 행복을 발견한 사례도 다수 실려 있다. 그리고 〈법구경〉과 〈잡아함경〉 등에 실린 부처님의 지혜의 말씀도 수록했다.

책은 △머물지 않는 마음이 평화롭다 △달은 항상 보름달이다 △무엇이 그리 바쁘십니까? △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 △세상은 큰 놀이터 등 5장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짧은 글 40편과 작가 필몽의 수묵 일러스트도 실렸다.

비우는 연습

마스노 슌묘/담앤북스/13,000원

정리가 필요한 건
물건 아닌 마음

치워도 치워도 정돈되지 않는 방, 넘쳐나는 물건 속에서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禪)을 수행하는 승려이자 정원 디자이너 마스노 슌모는 일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건 마음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근본적인 정리정돈을 위해서는 ‘덧셈 대신 뺄셈’, 즉 줄이는 삶의 태도를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순간순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살다보면, 진짜 정리해야 할 것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란 걸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방 정리뿐 아니라 몸을 비우고, 공간을 비우고, 생활을 비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뭔가 대단한 비결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있는 힘껏 살아가기 △작은 목표를 세워 날마다 노력하기 △무슨 일이든 다음에 하겠다고 미루지 않기 △호흡하는 습관을 가다듬기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 방 청소하기 등을 제안한다. 물건 뿐 아니라 정보·쇼핑·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과잉되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는 휩쓸리지 않고 사는 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저자는 1953년생으로 일본 조동종 총본산 총지사(總持寺)에서 수행했다. 현재 일본 건공사(建功寺)의 주지. 다마미술대학 환경디자인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특별교수를 역임했다. 정원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일본 예술선장문부대신 신인상을 받았다. 도쿄의 캐나다 대사관과 세룰리언타워 도큐호텔의 일본 정원 등이 그의 작품이다. 저서로는 〈화내지 않는 43가지 습관〉, 〈9할〉,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인생이라는 산에서 내려가는 연습〉 등이 있다.

당송시대 선종사원의 생활과 철학

윤창화/민족사/25,000원

옛 중국 선종사원, 포교보다
깨달음 치중한 作佛학교

“당송시대 선종사원은 자급자족을 했습니다. 신도들에게 보시를 받은 후 목탁을 치며 기도를 해주는 과정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심에 위치해 있던 교종이나 율종 사원과 달리 산중에 절을 지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당 말까지는 법당에 불상을 모시지도 않았습니다. 신도들의 기도를 해주며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좌선을 통해 해탈을 하는 게 선종사원의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송시대 선종사원은 종교적 기능보다 중생을 깨달은 부처와 조사로 만드는 작불(作佛)학교였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최근 8년 간 당송시대 선원의 생활문화에 대해 고찰해 온 저자는 선어록이나 문헌을 통해 당시 선 사상을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각종 청규를 중심으로 선원에서의 소임, 운영방법, 가람구조 등을 제반 여건을 통해 선사상의 본질을 탐구했다.

당송시대 선원총림의 납자 지도 및 교육시스템은 법문·독참(獨參, 개별지도)·청익(請益, 보충교육)·좌선 등 네 가지였다. 이런 시스템은 각종 제도에서는 물론 가람 구조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는데, 당송시대 선종사원에서 가장 중요한 당우는 법당과 방장, 승당이었다. 법당에서 설법을 듣고, 방장에서 독참과 청익을, 승당에서 좌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세 당우가 성불작조(成佛作祖)의 핵심 건물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불교의 선종 사찰도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을 폐지하고, 설법당만 세우고 △총림의 모든 식생활을 울력으로 해결했으며 △참선을 지도하는 방장이 곧 법왕이었던, 당송시대의 선종사찰로 돌아가자고 제안하는 저자는 “한국불교의 선종사원도 깨달음을 향한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송시대의 선종사원을 거울삼아 현재 우리 시대 불교의 모습을 비추어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1972년 해인사 강원을, 1999년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을 졸업했다. 〈왕초보, 선박사 되다〉, 〈근현대 한국불교명저 58선〉 등의 저서와 ‘무자(無字)화두 십종병(十種病)에 대한 고찰’, ‘성철스님의 오매일여론 비판’, ‘경허의 주색(酒色)과 삼수갑산’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도서출판 민족사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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