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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法話 속으로 52. 고법안 이야기

삼보 비방해 간 저승, 독경 공덕으로 살아나

당나라 옹주(雍州) 장안현의 고법안(高法眼)은 고종 3년 정월 25일에 선과(選科)를 보고 정오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당나라 때 시작된 과거시험이지요. 그의 집은 동남 모퉁이에 있었는데, 거리를 향해 문을 열면 바로 화도사(化度寺)였지요. 그래도 나름대로 독실한 불자였던 그는 절이 사방으로 둘러싸인 곳에 집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쪽 순의문으로 나가려는데 말을 탄 두 사내가 그를 쫓아왔습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랐지만 불안한 그는 발걸음을 빨리했습니다. 이윽고 성을 나서자 법안도, 그를 따라오는 사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어디론가 빨리 도망을 가야 하는데, 마침 그 길 북쪽에 보광사(普光寺)가 있었습니다. 법안은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옳지 빨리 절로 숨어야겠구나.’어릴 때부터 숭앙한 부처님, 그래서 법안에게는 절보다 편안한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를 쫓아오던 한 사내가 소리쳤습니다.

“너는 어서 달려가서 저 사람이 보광사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사내는 얼른 달려가 절 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법안은 정신이 아득하였습니다. 그는 다시 서쪽으로 도망쳤습니다. 서쪽에는 회창사(會昌寺)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다시 두 사내가 쫓아왔습니다. 이제 수상한 사내들은 넷이나 되었지요.

새로 온 사내가 먼저의 두 사내에게 말했습니다.

“빨리 가서 회창사 문을 지켜라!”

사내들은 그 말대로 달려가서 절 문을 지켰습니다.

절망한 법안은 두려워하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았습니다.

“당신네는 어떤 사람인데 나를 이처럼 쫓아오는가?”

사내들은 말하였습니다.

“대왕님이 우리를 보내 너를 잡아가려고 왔다.”

법안은 이 말을 듣고 이들이 저승사자임을 알고는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직 난 갈 때가 되지 않았소. 모두 물러가시오!”

그러나 사내들은 크게 화를 내며 저희끼리 말했습니다.

“얼른 저 놈을 잡아라!”

법안은 도망치려 하였으나 그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는 엎어져 울면서 말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이리 강압적이오?”

그러나 그들 중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가 외쳤습니다.

“빨리 그 머리털을 베어라!”

그리고는 한 사내가 칼을 들고 곧 법안의 상투를 베었습니다. 상투는 살이 붙은 채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도 없었지요. 법안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악!”

그리고 서쪽 거리까지 가서는 까무러쳐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미 큰 거리까지 나갔으므로 잠깐 사이에 구경꾼들이 수없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저승의 사자들이 법안의 눈에는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눈에는 피 묻은 법안의 상투가 저 혼자 떨어져 나간 것이지요.

“아니 어떻게 저런 일이?”

“저 사람 죽었구먼.”

마침 거리를 순찰하던 관리가 구경꾼들을 보고 물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이처럼 모였느냐?”

거리의 사람들이 모인 까닭을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관리는 곧 수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이 사람의 집이 어디냐?”

“저 모퉁이에 있습니다.”

“얼른 저 집에 가서 가족들을 데리고 오너라!”

그 길의 서쪽 끝, 소식을 들은 법안의 식구들이 달려 나와 그를 수레에 싣고 집으로 갔습니다. 이미 법안은 반죽음 상태였고, 이튿날 비로소 깨어나 자초지종을 묻는 집안사람들에게 두려움에 떨며 말했습니다.

“나는 지옥에 들어가 염라대왕을 보았다.”

그러나 집안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를 실성한 사람으로 여겼지요.

“과거시험을 보느라 정신이 혼미한 것입니다.”

“말에서 떨어져 그렇게 된 것입니다.”

집안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나는 결코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의 정신과 말이 너무 또렷한지라 집안사람들이 그제야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그는 고개를 흔들며 지난 일을 말했습니다.

“염라대왕이 높은 자리에 앉아 나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너는 무엇 때문에 화도사의 명장 스님 방에 가서 상주승들의 과일을 먹었느냐? 인간의 하루는 지옥의 1년이니, 너는 마땅히 뜨거운 쇠알[鐵丸]400개를 4년 동안 다 먹어야 한다. 그러니까 정월 26일에서 29일까지 1일에 100알씩 먹어야 한다.”

사람들은 숨죽여 듣고 있었습니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그렇게 큰 죄인 줄 알지 못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해한 적도 없고, 또한 평생을 다른 사람을 속인 적도 없거늘, 단지 화도사의 스님들이 먹을 과일 몇 개만을 먹은 것밖에 없는데…….”

법안은 옛날의 그 때를 생각하며 눈물지었습니다.

걱정이 된 집안사람들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나요?”

“이제 다시 그 저승사자들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법안이 깨어난 26일에 또 귀신들이 그를 잡으러 왔습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귀신들과 싸웠으나 힘이 미치지 못해 다시 지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집안사람들이 볼 때는 혼자 악을 쓰고, 혼자 기절하였던 것이지요. 그런데도 누구도 그에게 접근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순간, 기절한 그는 지옥으로 가서 그가 잘못한 과보를 그대로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빨갛게 단 쇠알을 다 먹어야만 했습니다. 쇠알을 먹을 때에는 목구멍이 틔었다 막혔다 하고 몸은 타서 빨갛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쇠알을 다 먹은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염라대왕이 또 말하였습니다.

“너는 이제 쇠 알을 다 먹었으니, 다시 쇠쟁기로 네 혀를 1년 동안 갈아야 한다.”

“예?”

너는 무엇 때문에 삼보를 공경하지 않고 스님들의 허물을 말하였느냐?”

“아!”

그는 단 한번 덧없이 삼보와 스님들을 비방한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29일에 쇠알을 모두 먹고 정월 30일 아침에 다시 죽어 지옥에 가서는 다시 쇠 쟁기로 혀를 갈리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는 제 혀의 길이가 몇 리(里)나 되는 것을 보았고, 곁에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1척 남짓이나 혀를 토해 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다시 옥졸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삼보의 장단점을 말했으니, 큰 쇠도끼로 그 혀뿌리를 찍어 끊어라.”

그런데 이상하게 옥졸들이 도끼로 찍었으나 혀는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염라대왕은 다시 말했습니다.

“그 도끼로 그 혀를 잘게 썰어 끓는 솥에 넣어 삶아라.”

그러나 법안의 혀가 삶기지 않자, 염라대왕이 그 까닭을 법안에게 물었습니다.

법안은 말했습니다.

“저는 일찍부터 〈법화경〉을 읽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대왕님께서 조사를 해보시면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왕은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신하를 시켜 공덕부(功德部)를 조사해 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진실임을 알고서야 비로소 그를 놓아 보냈습니다.

“너의 허물이 많으나 그래도 그간 〈법화경〉을 독송한 공덕이 있으니 너를 보내주는 것이다.”

법안은 깨어나자 이전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장꾼과 함께 구경한 사람들도 모두 발심하였고, 그 집안사람들도 다 불교를 믿어 뜻을 가다듬어 정진하면서 보시와 인욕에 이지러짐이 없이 지성을 다해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실, 그러나 굳이 많은 승려와 속인들은 다른 어떤 증명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지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지 못한 것도 믿을 수 있는 세상. 올해부터는 그런 너른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우봉규 작가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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