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붉은 닭의 기운처럼 희망과 소통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해 대통령의 비선(秘線)들이 드러나면서 국정농단의 뼈아픈 낙담과 깊은 실망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해를 넘기면서까지 낙담과 실망이 마냥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민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선 올바른 소통관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국정농단이 발생한 배경도 따지고 보면 소통의 부재가 한 원인입니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화목한 가정일수록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소통입니다. 한 가정에서도 이런데 하물며 국가에서 소통의 문제를 간과한다면 국정농단처럼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하지만 글로벌 사회에 이르러서도 누구나 소통을 강조하고 있으나 어떻게 소통을 이뤄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가 소통을 잘하기 위해선 부처님의 손바닥을 주목할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흔히 불교에선 불ㆍ보살의 공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손모양을 수인(手印)이라 합니다. 불교미술에서는 교리적인 뜻과 불상의 성격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수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시무외인(施無畏印)’이라 불리는 수인은 부처님께서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고 위안을 주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인도의 초기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오른손 또는 왼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세운 채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또 다른 형태의 ‘여원인(與願印)’은 부처님이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이루어주겠다고 하는 의미의 수인입니다. 형태는 왼손을 내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시무외인과 반대가 됩니다. 그렇지만 중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시무외인’과 ‘여원인’은 부처님과 중생이 교류하는 대표적인 수인입니다. 중생을 항상 살피시는 부처님에게 중생은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두려움을 없애고 소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둘을 합친 수인이 바로 ‘통인(通印)’입니다. 통인이란 모든 불상이 지을 수 있는 수인을 말하는 것으로 한 불상만 지을 수 있는 별인(別印)과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선정인(禪定印)과 시무외인·여원인은 어느 불상이나 지을 수 있는 통인인 반면,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과 초전법륜인(初轉法輪印)은 석가여래가, 구품인(九品印)은 아미타불이, 지권인(智拳印)은 비로자나불만이 지을 수 있는 수인입니다.

그런데 중생과 교감하는 통인의 특징은 모두 손바닥을 활짝 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손바닥은 소통할 때 신뢰와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암시하는 이미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즉 사람들은 대화할 때 대화의 내용보다 손짓ㆍ몸짓ㆍ표정 등 비언어적 메시지를 먼저 인지하는데 손바닥을 펼쳐드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아주 유용한 제스처라는 게 심리학자들의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불쾌하고 화가 나 있을 때 사람들은 손가락을 사용하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가해지는 모욕적인 손가락질은 부정적 감정을 심어준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손바닥을 펼쳐 보이면 상대를 설득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손바닥은 상대를 받아들이는 포용의 신호이자 나의 부드러움을 전하는 메시지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또 손바닥을 펴 보인다는 것은 ‘숨김’이나 ‘감춤’이 없다는 뜻으로도 통하고 있습니다. 손을 오므려 마치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상대방은 결코 마음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신의 대상으로 낙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곧 활짝 편 손바닥은 진실의 교류이자 상대와 마음을 열고 소통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불보살이 취하는 통인은 이러한 뜻과도 깊이 연관이 있다 하겠습니다.

손을 편다는 것은 또한 이기심과 욕심을 버린다는 의미와도 상통합니다. 열 사람이 구렁텅이에 빠졌는데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다투면 한 사람도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내 손이 먼저 다른 사람을 빠져나갈 수 있게 밀어준다면, 모두가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시비투쟁이란 따지고 보면 남을 속이거나 따돌린 채 혼자 이익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자들이 먼저 손바닥을 펴보여야 합니다. 숨김과 감춤 없이 누구든지 마음을 열고 소통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이 불자라면 반드시 수지해야 할 용맹정진입니다.

이와 달리 남들이 고통을 받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행동은 비겁합니다. 손을 펴기는커녕 옷소매에 감추는 수수방관(袖手傍觀)하는 태도는 불자로서 취해야 할 온당한 처신이 아닙니다.

정유년 새해를 희망으로 열고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선 이와 같은 손바닥의 철학을 꼭 가슴에 새겨둬야 할 것입니다. 풍성한 수확은 손에 가득 채워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주어서 비워야 비로소 풍성한 수확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바닥을 활짝 편 자리에 희망을 심어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 시대를 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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