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습관으로 건강 지키기 260호

건강을 해치는 하루, 한 달, 일 년,
평생의 금기 사항 지키기

건강 양생은 우리의 생활과 함께 하는 내용이 많다. 간혹 생활과 동떨어진 산속이나 수도원, 단식원 같은 곳에서 값비싼 비용의 양생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는 모두 잘못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사실 문제는 우리 각자가 생활 속에서 알고 있는 사항을 얼마나 ‘실천하는가’에 달렸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하루와 한 달의 금기사항을 범하지 말고, 일 년 세시(歲時)의 조화를 잃지 말아야 하며, 평생의 금기사항을 지켜야 한다.

그 구체적인 실천사항으로, 먼저 하루의 금기사항은 저녁에 너무 배불리 먹지 않는 것이다. 늦은 저녁 시간부터는 소화기가 휴식에 들어가는 시간이므로, 하루의 금기는 장위(腸胃)의 건강을 보호하는 금기사항이다. 더구나 창자는 인체의 배설을 담당하는 장기이므로, 그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신장 등으로 2차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결국 건강·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저녁 8시 전에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산책이나 휴식을 취하고 취침하는 것이 좋다. 요즘 밤늦은 시간까지 먹고 마시고 하는 풍토는 많이 생각할 사항이라고 하겠다.

한 달의 금기사항은 그믐날 술에 취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젊은 청년층과 여성을 위하여 낮은 도수의 술이 유행하고 ‘불금’으로 술이 과소비되는데, 술은 기분 좋은 정도로 가볍게 하되, 특히 음기(陰氣)가 강한 그믐날에는 금하자는 것이다. 이는 술의 양기와 자연의 음기가 상충하여 인체의 심장과 간장을 크게 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과 낭만을 즐기되, 지혜롭고 건강하게 살기 위하여, 자연의 리듬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보면 된다.

한 해의 금기사항은 겨울에 멀리 다니지 않는 것이다. 겨울은 차가운 바람이 강하므로, 한 해의 금기는 한사(寒邪)의 침입을 막아서, 면역력을 담당하는 정기(正氣)를 보강하고, 그래서 호흡기, 순환기 그리고 신장의 건강을 방어하자는 뜻이다. 또 겨울은 한 해 건강의 뿌리에 해당하는 시절이므로, 정(精)을 저장할 수 있는 겨울을 잘 지내야, 다음 계절인 봄의 노곤함도 극복할 수 있으며, 그 한 해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일생의 금기사항은 밤에 환한 불빛 조명 아래에서 남녀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다. 옛적에는 촛불을 켠 채 방사(房事)를 하지 않는 것으로 주의를 당부하였다. 남녀 섹스는 정신적, 육체적 흥분으로 인체의 방어 기운이 매우 느슨해지기 때문에, 나쁜 사기의 침투가 쉽게 이루어지고, 또 생체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는데, 밝은 불빛이 이를 더욱 조장하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즉, 일생의 금기는 생명의 핵심 요소인 정기신(精氣神)의 조심스런 관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만약 건강한 임신을 원하는 경우라면, 이 금기사항은 필수적으로 지켜야 한다. 수태는 신수(腎水)의 저장 · 보관 · 간직하는 기능에 해당하므로, 밝은 조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 4가지 금기사항은 자연에의 조화를 강조한 생활 양생을 말한 것으로써, 평생을 두고 지켜야 할 아주 소중한 생활 실천 항목이라고 하겠다.

 

한편, 감정과 욕망에 대한 금기사항도 있다. 감정 조절은 우리 현대인에게 특히 중요하다. 먼저 지나친 기쁨과 성냄을 금해야 한다. 여러 가지 감정에서 가장 민폐가 큰 것이 바로 지나친 기쁨과 성냄이다. 지나친 기쁨은 심장과 혈액순환을, 과도한 분노는 간장을 손상하고, 또 정신적으로 우리의 뜻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친 슬픔과 생각, 걱정을 금해야 한다. 지나친 슬픔은 폐장의 호흡 기능을 손상하고, 우울해지기 쉽다. 집 나간 자식을 늘 걱정하는 우리네 부모님 같이, 없는 걱정도 만들어 하는 사려과다 · 심사숙고 · 우유부단 등의 태도는 위장과 담낭의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고, 의욕과 기운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도 어깨를 축 쳐지게 하므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 피곤하고 나약하게 비쳐,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도를 넘는 부귀영화를 원하면 수명을 단축하고 덕(德)을 어지럽힌다. 이는 부의 분배가 심하게 불평등한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항목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만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의 영혼과 장수 건강을 위하여 말이다.

또한 도를 넘는 지나친 성생활은 수명을 단축하므로 조절해야 한다. 부귀영화의 욕망만큼 강한 것이 남녀 성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성생활의 절제가 건강 장수에서 아주 중요하다. 신수(腎水)의 핵심인 정(精)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은 남녀 성생활에서 사정 배출하는 물질에 대하여, 단순하게 단백질 몇 g씩으로 인식하지만, 한의학의 양생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판단한다. 남녀 성관계의 배출 물질을 인체 기본 핵심 생명물질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의 과도한 배설은 스스로의 생명을 고갈하는 것이 된다.

건강하고 젊은 청춘시절엔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나이 들면 알게 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양반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러한 것들은 양생의 도를 배움에 있어서 크게 금해야 할 것이다. 조절이 가능한 중도의 자세로서, 생활 속의 온갖 모습을 잘 굴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들이 욕망과 잡념으로 가득차서, 온갖 모습에 떨어져,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편벽되고 편중된 변견을 버리고, 온갖 모습은 진짜가 아닌 가짜의 상대성임을 알고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김경철

1986년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한의학박사를 취득했다. 동의대학교 한의학연구소장과 한의대 부학장, 한국정신과학학회 부산ㆍ울산ㆍ경남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의대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대한한의진단학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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