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칼럼 260호

불교는 무엇을 목적으로 삼을까?

“깨달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 맞는 말이야. 깨달음을 빼놓고 불교는 존재할 수 없단다.

대부분 사람들은 언제나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휘둘리며 서툰 짓, 허튼 짓을 마구 저지른다. 나도, 너희도 예외는 아니지.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지. 조금 더 착하게, 반듯하게, 현명하게, 행동하고 생각하기를 강력히 열망하게 되지. 조금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잘 살펴야 한단다. 무엇을? 바로 내 자신이 왜 그렇게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되풀이하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서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단다.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면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게 되고, 그럴 때에만 우리는 조금 더 가치 있게 살아갈 수가 있게 된단다.

사람이 욕심을 부리는 이유, 벌컥 벌컥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은 깨달음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욕심과 분노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자꾸 연습해 보는 것을 ‘깨달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한단다.

불교는 이런 경지를 말하고 있고, 그래서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말하는 거란다. 상상해 보자. 그동안 번뇌로 어지럽던 마음이 깨끗해져서 더 이상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게 되니 이 얼마나 근사할까?

그런데 알고 있니?

사실 깨달음은 붓다가 우리에게 강조하는 것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불교신자들은 이렇게들 말하곤 하지.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고 어지러워도 내 마음 하나만 깨끗하면 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세상은 너와 나가 아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끝없이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세상도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지. 인정하지?

이런 관계가 우리 모두의 살아가는 모습인데, 이런 세상에서 내 마음 하나만 깨끗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까? 난 아니라고 본다. 불교신자 한 사람이 번뇌를 말끔하게 씻어냈다고 해서 이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이 사라질까? 아니지? 그건 아니지?

이런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단다. 너도 나도 사악한 사람들을 흉보면서도 그에 물들고 마는 것이지. 어느 사이 악한 행동이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얻게 되고, 사람들은 이제 뭐가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조차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게 된단다. 이보다 더 끔찍한 세상이 있을까?

이쯤해서 불교의 목적을 하나 더 일러주고 싶다. 그건 바로 부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이란다. 좀 뜬금없다 싶지? 너희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서 말해볼까? 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지.

살기 좋은 세상이란 어떤 것일까?

모두가 똑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 글쎄, 난 그보다는 개성이 넘쳐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을 활짝 꽃피우는 세상, 즉, 넘치면 넘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로가 서로를 메워 주고 다독여 주고 그렇게 어우러지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장미와 백합만이 최고의 꽃이라는 법은 없지. 민들레꽃, 무궁화, 채송화도 나름 최고의 꽃 아니겠니? 살기 좋은 세상은 이 세상에 장미와 백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꽃들이 제각각 행복하게 피어나는, 그런 세상이라고 나는 생각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가장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도 아주 커다란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단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이제 자기 혼자만 조용히 살고 있을 수는 없겠지. 팔을 걷고 나서야 할 것이야. 이런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일러주고, 세상에서 핍박받는 생명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돌려줘야 한단다.

할 수 있겠니?

아니, 너희는 이런 일을 해야만 한단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세상은 바로 너희가 주인이 되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불교에서는 ‘보살’이라고 부른단다.

요즘 주말마다 나는 참 멋진 보살들을 아주 많이 만났단다. 거리로 나와서 잘못된 것을 고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높이 치켜든 청소년, 너희들이었지. 너희가 밝힌 촛불에서 부처님나라가 살며시 보였다.

고맙구나. 그런 너희가 있기에 세상은 분명 살만한 곳이고,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바로 불자라는 것. 너희는 이런 불교를 믿고 실천해야한다. 정말 고맙구나. 붓다의 아들딸들아!

이미령
BBS FM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를 진행하고 있으며, 책읽기 모임인 <붓다와 떠나는 책여행>과 <대안연구공동체-직장인책읽기반> 에서 활동하고 있다. <붓다 한 말씀>,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등을 썼고, 여러 번역서가 있다. 2007년 행원문화재단 문화상 역경분야 수상, 불교여성개발원의 제3차 여성불자 108인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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