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60호

인왕산 마애불 ⓒ 전제우

 물 흐르고 꽃 피듯이

문태준 시인

올해 제가 마음속에 간직해 거울로 삼았던 가르침은,

“고요히 앉아 있는 곳에서는 차를 반쯤 우려냈을 때의 첫향기 같고,

오묘하게 움직일 때는 물 흐르고 꽃 피듯이 하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멈춰 있을 때와 동작할 때 그 마음과 몸을 어떻게 사용하고 유지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깨끗한 곳에 앉아 담담하게 사유하고, 늦가을 날의 풀이 더 자라나는 것을 바라지 않듯이, 욕망의 격렬함을 버리고 맞춰 따르라는 제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덤불처럼 엉클어져 또 한 해를 산 것만 같습니다. 제 내면에 소요가 그치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이익을 따져 셈을 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조용하고 평온한 시간이 많지 않았음을 후회합니다. 모든 일에 제 의견을 밝혀 앞쪽으로 나서려고 했던 일의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과욕을 버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흔쾌히 맡기고, 또 그를 신뢰하겠습니다. 매일매일 기도하고, 신성함이 깃들도록 살겠습니다. 제가 보호를 받고 싶어 하듯이 다른 존재들도 보호와 도움과 사랑을 받으며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삶은 단순하고 즐거워/ 밝은 해가 달콤한 소리 내며 울리네/ 종소리가 가라앉았네/ 오늘 아침 빛이 모든 것에 스며드는구나/ 내 머리는 불 켜진 조명장치/ 그래서 내가 사는 방이 마침내 환해지네”

라고 쓴 시인 피에르 르베르디의 시 ‘지금은’을 제가 한 번 읽고, 또 한 번 더 읽어 당신께 바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