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60호
밥 한 사발의 법문
김추인 시인
누가 굴렁쇠를 굴리고 있다
우리가 여러 생을 돌아
일천 강을 건너오기까지
바다가 일만 지평을 걸어
다시 바다로 펄럭이기까지
그의 물 한 사발
초록으로
꽃으로
구름잿불로
어미의 노래를 지나
풋 넋들의 불을 지나
끈끈한 땀 한 사발의 노래가
다시 한 사발 밥으로 담기기까지
누가 밥을 짓고 있다
구름의 생 하루치를 철부덕 싸지르면
뭇 산 것들의 밥잔치,
잘 눈 똥 한 무더기의 야단법석이다
누런 밥 한 사발에
처얼 철 일천 생이 피어난다
옴 아리야 승하 사바하(3번)! *
* 누군가로부터 은혜를 입었을 때의 진언
김추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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