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다- 물과 과학

바닷속 과학이야기 ‘씨몬스터전’

세상의 모든 물이 한데 모이는 바다는 만물의 어머니이고, 수많은 생명의 삶의 터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육지의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의 몇 십 배 크기의 고래까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바다. 바다 속 생물의 몸을 잘 살펴보면 경이로운 진화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구에 처음 생명이 숨쉬기 시작할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물을 비롯해 육지에서 사용했던 기관이 퇴화한 동물, 바다에 잘 적응해 발달된 기관을 지닌 동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등 4개국 20개 도시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던 ‘씨몬스터전 : 바닷속 과학이야기’가 부산 벡스코에서 9월 2일까지 열리고 있다. 상어류, 고래류, 거북이류 약 30여 점과 화려한 색상의 어류 약 40여 점, 기타 어류 및 동물 구성체 약 80여 점을 포함해 총 150여 점이 전시된다. 해양척추동물의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성난 파도는 상상만 해도 두렵다. 인간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워주는 바다. 그 속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산다. 이 중에는 사람과 같이 척추를 가지고 있는 생물들도 적지 않다. ‘씨몬스터전’은 바다 생물 중에서 척추동물의 진화를 보여주는 전시회다. 첨단기술을 통해 해양생물의 몸 속 장기의 여러 기관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심해를 연상시키는 조명과 음향으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10여 년 전 사람의 근육·뼈·장기와 신경을 가감 없이 드러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인체 신비전’에 비하면 비교적 무난한 전시다.

해양 척추동물의 진화과정
전시회 명칭은 아쿠아리움(대형 수족관)을 연상시키지만, 전시장에 살아 있는 바다 생물은 없다.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박제한 생물을 모아놓은 전시회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척추동물의 신체구조와 기관들을 있는 그대로 전시, 수족관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해부학적 표본들을 관람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 해양생물과 그 해부학적 구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어떤 경로로 입수해 표본을 만들었을까? 고래 사냥과 같은 과격한 상상은 금물. 바다 생태계의 보호를 촉구하는 전시회인 만큼 죽은 후 해변에 떠밀려 왔거나, 수족관에서 자연사한 해양생물의 신체를 사용했다. 표본 제작에 사용된 플라스티네이션(Plastination)기법은 생물 표본을 영구보존할 수 있는 첨단 기술 중 하나다. 해양 동물의 장기나 신체를 원상태에 가깝게 복원시켜 박제하는데, 고비용으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표본 제작에는 단층촬영, 주물제작, 투명표본 등의 기법도 사용됐다. 단층촬영기법은 대상의 단면을 절단한 후 합성수지 또는 폴리머로 여러 층의 조직적 구조를 보존하는 기법이다.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로 단면을 나눠 해양생물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주물제작기법은 틀을 주조한 다음, 관을 통해 이형제와 염색제를 주입한 후 금형을 사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투명표본기법은 생물에 플라스틱을 주입해 보존하는 기술의 하나로, 여기에 사용되는 합성수지는 무색투명해 생물조직의 미세한 구조까지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돕는다.

고래에게 다리가 있었다?
거대한 고래의 창자 끝에 있는 뼈는 퇴화한 다리뼈다. 특별한 표시가 없으면 보고 지나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않는다. 생물이 어떻게 바다 환경에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또 원시시대의 면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투구게는 피가 파랗다. 구리 성분이 섞여 푸른색을 띄는 투구게의 피는 백신연구에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매년 50만 마리의 투구게가 포획되고 있다고 한다. 환경의 변화에도 초기 형태의 기관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환경오염과 지나친 포획,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상어의 지느러미는 샥스핀이라는 고급 요리 재료로 무참히 잘려지고, 인간이 버린 스티로폼을 삼킨 바다거북은 꺼끌꺼끌한 위로 스티로폼을 뱉어내지 못해 죽음에 이른다.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바다 생물들의 알은 지구온난화로 암컷만 부화한다.

이 전시를 보며 느낀 건 현재의 발달된 과학기술이나 그들의 특별한 신체구조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심각한 환경오염과 지나친 포획에 대한 반성이었다. 휴가철 백사장 위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작은 행동 하나가 건강한 바다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다.

돌고래 투시단면.
알을 품은 상어 투시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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