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김재일의 힘(HiM)콘서트 리뷰

▲ 마지막 연주가 끝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강식 기자>

지난 6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성악가(바리톤) 김재일 씨의 콘서트 무대 위에는 그와 피아노 한 대, 피아노 연주자(박은영)와 바이올린 연주자(김수연), 국악인(조엘라) 1명이  전부였다. 으레 설치되는 마이크는 없었다. 오로지 피아노, 바이올린, 사람의 목소리로만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이 시작됐다.

마이크도, 스피커도 없는 '힘(HiM, Happiness in Music) 콘서트' 무대는 관객들의 웃음과 환호성, 박수로 가득 채워졌다. 풍부한 성량과 유려한 연주만으로도 관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공연장은, 자연스러웠지만 흔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립싱크와 전자음이 만연한 이 시대에 라이브를 뛰어넘어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겠다는 그의 제안은 신선했다.

노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대신 조금만 더 집중해 귀 기울여 들어보는 시간을 갖자”고, “TV소리의 음량을 키우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마음을 다해 들어보자”고 했던 말이 잔잔한 물결로 마음의 해변에 닿았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으로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 왔다.

음악회는 가곡, 판소리, 만화영화 OST, 아리아, 찬불가 등 여러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됐고, 힐링과 소통을 주제로 한 만큼 관객들에게 친숙한 곡이 주를 이루었다. 서울대 음대 출신인 그는 석사과정을 마친 뒤 독일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수학했다. 그래서일까. 풍부한 감정을 담아 슈만의 ‘연꽃’과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들려주었다. 또한 해설가로서 노래 내용을 설명해주는 세심한 배려는 외국어의 생경함을 덜어주었다.

한 해의 절반에 다다른 우리들이 앞으로 남은 반년도 힘차게 걸어갈 용기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6년 유월 마지막 날에 음악회를 열었다는 김재일 씨. 작은 부분에서도 보여주기 위한 음악회가 아니라 함께 느끼는 음악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따뜻함이 묻어났다.

노래마다 지닌 사연은 관객들을 음악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했다. ‘님이시여’의 ‘님’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조국이기도 하다. 같은 산이라도 이 노래의 산과 저 노래의 산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고향과 같은 산이 있다”고 더해지는 설명이 기막히게 맛깔스럽다.

힐링음악회에서 관객의 역할은 노래를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있다. 민족의 아픔을 지닌 음악가의 삶을 돌아보며 지나온 역사를 되새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무대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나누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어우러져 때로는 멋진 화음을 내는 합창단이 되고, 때로는 투우사에 열광하는 시민이 되고, 때로는 흥겨운 마당극에 둘러앉은 마을 사람들이 되어 함께 웃고 노래했다.

음악회가 끝난 후, 시원한 소나기가 한차례 내린 뒤의 후련함이 찾아왔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소리,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본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 빗방울 듣는 소리, 자동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 문득 그리워지는 가족들의 목소리……. 눈앞을 가렸던 무언가가 치워진 듯 말끔하다. 새삼,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고 있던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예술은 우리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밤이다. 가슴을 울리는 이 시대의 아름다운 예술가, 살아있는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노래를 선사한 성악가 김재일. 자신만의 빛깔과 신념으로 당당히 서 있는 그의 존재가 참 고맙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무대가 벌써 기다려진다.

▲ 노래를 하기 전 해설을 하고 있는 김재일 씨. <사진=이강식 기자>
▲ 노래를 마친 김재일 씨가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이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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