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자세와 호흡, 평정심으로 행해야

 

한국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학자로 칭송받는 분은 누구일까? 퇴계 이황선생은 그 중 한 사람일 것이다. 퇴계 선생은 허약한 신체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 아침 1시간씩 꾸준히 건강 도인 운동을 실천했다. 그 결과 90이 넘도록 장수하셨고, 수많은 제자를 양성해 일본에까지 그 명성을 날렸다.

건강 장수를 위한 생활 요소로 사계절 기후 적응ㆍ음식 섭취ㆍ남녀 성생활ㆍ운동과 거처ㆍ마음과 감정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인간 생명의 특성이 ‘끊임없는 움직임(동정, 動靜)’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한 운동은 근육과 관절뿐만 아니라, 오장과 우리 마음에도 큰 영향을 끼치므로 아주 중요하다.

도인 운동이란?
한의학과 <동의보감>의 건강 도인(導引) 운동은 신체를 마사지하거나, 굽히고 펴는 음양(陰陽) 굴신(屈伸) 운동으로서 단전을 단련하고, 척추와 오장을 강화하고,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평정한 마음으로 행복감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최근에는 이를 ‘기공운동(氣功運動)’이라고 하여, 한의학의 임상뿐만 아니라, 간호 중재ㆍ스포츠ㆍ실버 건강ㆍ심리학ㆍ교육학ㆍ어린이 동작교육 등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도인 운동 양생법은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허리를 펴고 자연스럽게 신체를 바르게 하는 조신(調身), 호흡을 고르게 하는 조식(調息), 마음을 가라앉히는 조심(調心) 등을 통해 생명의 3대 요소인 정기신(精氣神)을 보익하는 것이다. 침착하게 잡념을 떨쳐버리고, 몸과 마음을 잘 조화해 밖으로는 동(動)을, 안으로는 정(靜)을 유지하는 운동이다.

또 운동의 분량은 개인의 건강 상태ㆍ체질ㆍ시간ㆍ장소ㆍ계절 등에 따라 알맞게 조절해야 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신체조건ㆍ나이ㆍ체질에 맞추어 운동량을 정하고 몸에 맞는 운동 방법과 운동량을 골라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자신의 질병에 적합한 몇 가지 운동을 골라서 집중적인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조금씩 운동의 방법을 바꿔 가거나 운동량을 늘릴 수도 있다.

대체로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데 아침의 공기가 가장 맑기 때문이다. 나무가 있는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서 밤에 움직이지 않았던 팔다리를 굴신해 하루의 활동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운동을 선택하듯이 어떤 사람은 저녁에 또는 잠들기 1시간 전에 운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역시 개개인의 습관과 상태에 따르면 된다.

또한 이 도인 운동은 몸ㆍ마음ㆍ호흡의 합일을 통해 우리의 평정심 유지에 도움을 주므로 신행 생활에도 일정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도인 운동은 몸ㆍ마음ㆍ호흡의 합일을 추구하는 운동이므로, 동작을 할 때 잡념이 생기면 효과가 많이 줄어든다. 잡념으로 호흡은 어긋나고 동작도 잘못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의 집중ㆍ호흡의 조절ㆍ동작의 신중함을 반드시 지키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흔히들 도인 운동을 움직이는 선(禪)이라고 하는데, 조신ㆍ조식ㆍ조심으로 표현하는 도인 운동의 요체는 초보자부터 전문가에게까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아주 중요한 수칙이다. 특히 도인 운동은 슬로우 운동으로 정신과 호흡과 육체를 합일해 운동하기 때문에 나이 든 분이나 만성질환의 환자에게 굳센 의지와 정신을 길러주고, 젊은 활기를 되찾아주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몇 가지 도인 운동을 알아보자.

다양한 도인 운동
가장 먼저 손쉬운 도인 운동은 ‘자연스럽게 선 운동’이다.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서 선 자세로 어깨 힘을 빼고, 가만히 편안하게 서서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을 5분쯤 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운동으로도 좋고, 준비 또는 마무리하는 것으로 활용해도 된다. 

전신을 진동하는 ‘자발공’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선 자세에서 양 팔을 옆으로 20도 정도로 벌린다. 가만히 서서 전신을 진동한다. 즉, 자연식 선 자세에서 온 몸을 진동하는 운동으로 가슴ㆍ배ㆍ팔ㆍ다리ㆍ손발을 미세하지만 힘차게 떠는 운동이다. 전신의 세포를 활성화하고, 혈류 개선의 효과가 강하다. 마음의 안정과 함께 전신의 기혈(氣血) 순환에 도움이 된다. 특히 노인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회춘공’이라고도 불린다. 1일 횟수는 관계없고 전체 20분가량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체력이 되면 1회에 20분 전동 하면 전신에 땀이 나고 활성화하는 효과가 좋다.)

인체의 생체 에너지를 느끼는 도인 운동도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양 손 올리고 내리기’는 따라 해볼 만하다. 그냥 가만히 서서 양손을 배꼽에서 가슴까지 천천히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양손은 손등이 위로 향하도록 한다.) 이때 양 무릎도 같이 굽히고 펴고 하면서 천천히 움직인다. 또 손이 올라오면서 숨을 들이쉬고, 손이 내려가면서 숨을 내쉬도록 한다. 동작과 호흡이 일치하도록 천천히 하면 된다. 5~10분 정도하면 마음의 안정에 참으로 좋다.

기운 느끼기 운동에는 ‘양손을 열고 합치는 운동’도 있다. 가만히 서서 가슴 앞에서 양손을 합장하고서 크게 벌렸다가 다시 모우는 ‘개합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양손을 벌리는 경우에 양손바닥을 마주 하며 벌리고 싶은 만큼 크게 벌린다. 양손을 펼치면서 들숨하고, 합치면서 날숨 한다. 가슴이 시원하고 후련한 효과가 크다. 기분이 답답하거나 영 불편한 경우에 한 번씩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운수(雲手)’라는 도인 운동도 있다. 좌우 어느 한 손의 손바닥 가장 안쪽 움푹한 곳을 응시하면서 손을 가슴 앞에서 좌우 옆으로 천천히 왔다 갔다 한다. 눈은 손을 따라가면 된다. 호흡도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천천히 한다. 그래서 한 손을 마치면 반대편 손도 마찬가지로 하도록 한다. 눈과 손은 30cm정도 간격이면 되고 전체 5~10분 정도 하도록 한다. 운수라는 이름처럼 높은 산의 구름 속에서 마치 신선이 된 듯 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마음이 푸근하고 차분해지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크며 스트레스 풀기에 적당하다. 저자가 좋아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또 식사 후에 산책하는 도인 운동도 좋다. 산책법은 원래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에 선(禪)이 되라는 선사(禪師)들의 말씀과 한의학의 토기(土氣)를 강화하는 ‘팔다리 흔들기 운동’의 결합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는 남녀노소에게 모두 적합한 운동으로서 역대의 양생가들은 모두 이 방법을 추천했다.

<천금익방(千金翼方)>에는 ‘사계절의 날씨가 화창할 때마다 그 계절의 온도에 맞춰 밖에 나가 돌아다니면서 거니는 것이 가장 좋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걷는데 다만 숨이 차거나 헐떡거리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아침ㆍ점심ㆍ저녁 식후에 산책할 때는 천천히 걸으며 가슴을 쭉 펴고, 숨을 편안하게 쉬면서 중요한 점은 반드시 양팔을 크게 흔들도록 한다. 걷는 시간이나 속도는 자신의 체력에 맞도록 편안하게 하도록 한다. 또한 동서남북 사방을 모두 돌면서 자연의 기운을 고르게 흡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도인 운동에는 소리를 이용하는 재미난 것도 있다. 중국에서는 육자결이 있는데 이는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한국의 소리 도인 운동은 부작용 없이 누구나 항상 할 수 있다. 방법도 간단하다. ‘음ㆍ아ㆍ어ㆍ이ㆍ우’를 자신에게 알맞은 정도로 길게 크게 편안하게 소리하는 것이다. 영가무도에서 유래한 이 오음은 우리의 오장에 상응하여 공명하는 소리로서 마치 보약을 먹는 효과가 있어서 하면 할수록 건강에 좋고 마음도 편안하게 된다. 하루 20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의식하지 않고 삼키고 있는 입안의 타액을 의식적으로 생성시켜 삼키는 ‘옥천(玉泉) 삼키기’ 방법이 있다. 타액은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제대로 돼 인체 기운 순환이 조화로운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나면 수시로 타액을 만들어 입 안 가득 머금고, 조금씩 삼키도록 한다. 타액은 인체에 크게 유익하므로 <동의보감>에서는 감로수와 같다고 했다. 또 ‘옥같이 맑은 샘’이라고 할 정도다. 많이 할수록 좋고 피부 미용에도 좋고, 내 몸 안의 감로수를 이용하는 것이니 또한 좋다.

호흡의 중요성
그런데 이런 도인 운동에서 호흡은 몸 동작과 정신 집중만큼 중요하다. 호흡은 생명 유지의 핵심이다. 부처님도 한 호흡이 바로 생명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호흡을 잘 하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거의 ‘호흡 병신’이라고 할 정도로 엉망이다. 자세 불량ㆍ식사 포만감ㆍ감정ㆍ급한 반응ㆍ스트레스 등으로 호흡은 항상 뒤틀리기 쉽다. 호흡은 외부 자극으로 너무나 쉽게 변화해 감정 등으로 격동을 치지만,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호흡의 변화이다. 그래서 호흡의 조절은 생체 에너지 활성화와 마음 신행에서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 건강할 때는 깊은 숨으로 생체 여러 부위에 고르게 기운이 퍼진다. 허약하거나 질병이 발생하면 그런 호흡조차 어렵게 되어 얕은 숨으로 바뀌며, 마지막에는 숨이 차서 호흡을 깔딱하면서 죽게 된다. 이처럼 호흡은 생명의 핵심 사항이다. 도인 운동에서 신체 동작과 호흡 그리고 정신의 일체를 이뤄 고도의 평정한 호흡을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고른 호흡을 하면 몸은 건강하고, 정신은 행복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인체가 호흡을 통해 자연에 상응하는 것이므로, 호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항상 호흡의 조절에 유념해야 한다. 호흡 조절의 훈련은 앞에서 소개한 도인 운동을 통하여 달성 가능하다.

또 호흡의 조절에는 마음가짐의 상태가 아주 중요하다. 호흡을 고르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으뜸은 평정(平靜)한 마음으로 고요한 상태에서 가늘고 길게 그리고 깊게 호흡하는 것이다. 고른 호흡과 평정한 마음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억지로 하면, 큰 병을 얻게 되므로, 자신의 상태에 맞도록 하되 점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각종 스트레스 등으로 호흡의 조절에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음주나 컴퓨터 게임 등은 호흡 조절에 많은 손상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육체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신적인 손상까지 생각해야할 정도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평정한 호흡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여가 시간이 나면 도인 운동과 같은 전문적인 호흡 양생을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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