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시간에 나만의 법회를 여세요.

스님! 저는 거의 24시간 근무하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오라 법회를 가려면 오전시간에 가야하는데 갈 수가 없습니다. 재일(齋日)을 지킬 수 없는데 불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절에 가고 싶어도 시간이 안 맞아서 법회 참석을 할 수 없으니 걱정이신데요. 시간 되실 때 절에 가서 법당에 앉아 기도 하세요.

처음엔 부처님 저 왔습니다, 하고 인사 하고 앉아서 마음을 다스리시고, 그 다음엔 매번 같은 시간에 부처님께 인사 올리고 나만의 법회를 여십시오. 설법을 못 듣는 것이 아쉬우면 요즘 인터넷에도 많이 올라와 있고, 책도 많으니 그걸로 공부하셔도 됩니다.

반드시 정해진 날, 정해진 법회에 참석해야만 불자가 되는 게 아니에요. 천태종에서는 생활불교를 강조하는데요. 절에서만 수행을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이 곧 수행이 되도록 하면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래된 경전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모든 부처님의 형상에서 찾아보세요. 그 형상은 나의 가족과 이웃, 직장 동료 그리고 마주치는 모든 분입니다.

절에 가지 못해도 평소에 세 가지를 꼭 지키세요. 먼저 내가 불자라는 생각을 늘 하세요.

나의 말과 행동, 마음이 바로 부처님의 말과 행동과 마음임을 아셔야 합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이런 상황에 부처님은 어떻게 하실까’ 하고 생각해보시고, 그에 맞게 행동하세요.

둘째,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하세요. 하루 10분이라도 괜찮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셔도 돼요. 정근이든 독경이든 염불이든 매일 동일한 시간에 반복하는 수행일정을 잡아놓고 실천하세요.

마지막으로 가끔은 절에 가서 스님과 상담을 하세요. 이렇게 나름 수행을 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점검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재일이나 정기법회 때 절에 가지 못해도 불자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너무 가난해서 잘 살아보려고 절에 나갔습니다. 어린 나이에 지금은 큰 집도 장만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돈 버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는 거 같아요. 내려놓고 쉬어야지 싶지만 잘 안되네요. 어째야 할까요?

돈 버는 게 습관이 되셨다고 했죠?

평생 잘 살기 위해 노력하셨으니 돈 버는 게 습관이 되신 겁니다. 매일 반복하다 보니 습관이 된 건데, 이젠 수행을 습관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습관은 일부러 하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되풀이 하다 보니 익숙해진 행동이나 성질을 말합니다.

돈 버는 습관을 바로 버리기 어렵다면 수행하는 습관을 자꾸 들이도록 노력하세요. 서서히 바뀌어 갈 겁니다. 무작정 하루아침에 뜯어고치려고 하면 되지도 않을뿐더러 스트레스만 쌓이게 됩니다.

돈 벌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꼈다면 그 순간 심호흡부터 하세요. 그리고 정근을 하든, 참선을 하든 불자님의 근기에 맞는 수행을 1분이고 2분이고 하세요. 그렇게 생각의 전환을 이루어내세요.

습관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내 모습을 느끼고 발견하는 순간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습관을 멈출 수가 있게 되는 겁니다. 일체유심조라고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고 했죠? 습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는 부를 이룰 만큼 능력 있는 분이잖아요.

그 어려운 돈 벌기도 해내셨는데 수행인들 못하겠습니까? 돈 벌 때 손해나는 거래는 가차 없이 멈추시죠?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이제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며 불자다운 삶을 살겠다는 발원을 하세요.

그 발원을 지키고 이루어나가기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행동은 가차 없이 버리세요. 돈에 몰두하는 삶 역시 불자님이 바라는 새 삶의 첫 목표가 아니니 과감하게 후순위로 미뤄두십시오.

결혼을 걱정하는 30대입니다. 이왕이면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어 절에 다니는데요. 솔직히 신심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아 부처님을 뵐 때마다 양심에 찔립니다. 절에서 인연을 찾으려 다니는 제가 나쁜 건가요?

아니에요,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참 좋은 일이에요.

요즘 사찰에서 소울메이트 찾기나 싱글파티 템플스테이 같은 거도 하고, 선남선녀 인연 맺기 법회를 하는 사찰도 있습니다. 예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결혼상담소를 운영하는 사찰들도 있더군요.

내 인생의 반려자를 같은 불자로 찾는 일은 참 좋은 일입니다. 스스로를 비난하실 필요가 전혀 없어요. 불자로 살겠다는 마음이 크니, 같은 불자를 반려로 맞고 싶은 건데 그런 걸 잿밥이나 노린다고 보면 안 되죠. 청년회 등에서 부지런히 활동하세요. 같은 청년회원을 반려로 맞을 수도 있고, 다른 분이 소개를 해줄 수도 있는 거겠죠.

부처님은 부부의 화합, 효, 부모의 도리, 자식의 도리, 스승의 대한 예 등 일상에서의 참된 마음을 많이 강조하신 분이세요. 부처님 말씀대로 살려면 도반을 반려로 맞아 신행생활을 하면서 사는 것이 맞죠.

불자님은 불자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주변 눈치 보지 마시고 소신껏 인연을 찾으세요. 다만 스스로 걱정하는 것처럼 잿밥에만 눈이 어둡지 않으려면 기도 하는 순간만큼은 무심으로 하셔야 합니다. 욕심으로 찾아왔다고 해서 모두 욕심으로 결말 짓는 것은 아니죠? 욕심을 정진으로, 좋은 인연 찾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