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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로 배우는 불교 3. 아미타25보살 내영도
  • 이승희 / 홍익대학교 강사
  • 승인 2016.0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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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명염불 수행 통한 극락왕생 보여줘  

   
▲ ‘아미타25보살내영도’, 가마쿠라 14세기, 일본 교토 지온인(知恩院).

‘내영(來迎)’은 아미타불이 서방 극락세계에서 인간이 머무는 사바세계로 내려와 임종이 임박한 왕생자를 영접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아미타불이 왕생자가 있는 곳에 직접 와서 데려간다는 점에서, 정토왕생은 아미타불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해 이뤄진다.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비구(法藏比丘)는 〈무량수경(無量壽經)〉에서 48원 중 19번째에 ‘임종 시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할 때 대중에게 둘러싸여 아미타불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면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발원할 정도로 내영인접(來迎引接)에 대한 강한 염원을 드러내고 있다. 법장비구의 발원내용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다음 생을 기대하는 인간들의 근본적인 염원을 대변한다. 12~14세기 고려와 일본, 멀리 중국 서북부 돈황지역에 세워졌던 서하(11~13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서는 아미타불이 내영하는 모습을 그린 내영도상이 크게 유행하였다. 그 중 내영미술이 크게 발전하였던 일본에서 그려진 14세기의 ‘아미타내영도’에는 타방정토에 대한 인식과 왕생방법 그리고 임종의식과의 관련성이 잘 표현되어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의 향우측 하단에는 창호가 활짝 열린 자그마한 전각 안에 한 승려가 합장을 한 채 경건하게 앉아 있다. 전각이 있는 산중은 어두운 색채의 기묘한 봉우리가 겹쳐있어 죽음과도 같은 고적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깊은 산골의 광활한 어두움을 뚫고 속도감 있게 휘어 감기듯 내려오는 흰색 구름은 마치 광명과 같다. 구름의 맨 앞에는 오른 무릎을 궤고 연화대좌를 들고 있는 관음보살과 번을 든 보살과 합장을 한 보살이 앞장선다. 그 뒤로 각종 악기를 연주하며 흥겹게 춤추고 있는 여러 보살이 따르고 있다. 구름의 중심부에는 왼 손을 앞으로 내민 채 위엄 있게 서있는 아미타불과 그 뒤로 각종 악기를 연주하며 큰 북을 울려 환희에 찬 아미타불의 내영 장면이 표현돼 있다. 침잠된 어둠 속에 희게 채색된 구름,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는 모습과 인각적인 감정을 깊이 갈무리한 채 조용히 앉아 염불을 하며 아미타불의 영접을 기다리는 모습의 대비는 죽음이 끝이 아닌 시작이자 새로운 생명으로의 탄생, 그리고 나아가 구원에 대한 기대감을 극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내영도상’이 성립하게 된 배경에는 타방정토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아미타경〉에 의하면, 아미타불이 머무는 극락세계는 서방에 위치하며 십만 억의 불국토를 지나 다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경전에 근거하여 사람들은 아미타정토를 공간적으로 인식해 인간이 사는 사바세계가 아닌 서방 어딘가에 실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극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정토에 태어난 사람은 심신의 괴로움 없이 즐거움만 가득 누리면서 살다가 궁극적으로는 성불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이 죽은 이후에 갈 수 있는 최고의 이상향으로 여겨졌던 아미타정토에 어떻게 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6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하나의 정토수행문화를 만들어냈다.

아미타정토가 서방에 위치한다는 타방정토관(他方淨土觀)을 가졌던 남북조시대의 승려 담란(曇鸞, 467~542)은 인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극락왕생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자력이 아닌 타력(他力) 아미타불의 힘에 의해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타력본원설(他力本願說)이다. 담란의 타력본원설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던 도작(道綽, 562~645)은 석가가 입멸한지 오래된 말법시대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오직 정토문(淨土門)만이 혼탁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생 악업을 지어도 임종 시에 부처님의 명호를 염송하면 모든 장애를 소멸하여 왕생할 수 있다”하여 범부구제(凡夫救濟)의 정토교학을 발전시켰다.

담란과 도작의 이론을 계승한 선도(善導, 613~681)는 정토왕생의 수행법을 〈정토삼부경〉의 독송(讀訟), 아미타불의 관찰(觀察)ㆍ예배(禮拜)ㆍ칭명(稱名)ㆍ찬탄공양(讚嘆供養) 5가지 수행법으로 체계화시켰는데, 그중 가장 으뜸은 ‘칭명염불(稱名念佛)’이라고 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염불법과 아무리 큰 죄를 지은 범부라도 죄를 반성하고 염불한다면 정토왕생 할 수 있다는 그들의 교학은 당대(唐代, 618~907) 일반 대중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정토왕생관은 이후 일본 가마꾸라 시대에 호넨(法然, 1133~1212)이 그들의 교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전수염불(傳受念佛)을 주장하며 정토종을 개창하기도 했다.

타방정토에 대한 관념과 타력본원설을 바탕으로 성행했던 의식이 임종행의(臨終行義)이다. 선도가 지은 〈임종방결 臨終防結〉에는 임종행의의 장소 및 의식과정과 행동 방침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임종할 사람은 북쪽을 향해 머리를 두고 얼굴은 아미타극락정토가 있는 서쪽을 향하고 있으며, 채색한 불화를 걸고 아미타부처님을 관상하며 일심으로 염불을 하면 화불과 보살중이 행자를 맞으러 온다’는 것이다. 임종행의는 특히 정토종이 융성했던 일본에서 대중적인 불교수행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의 다이마데라(當麻寺)에서 행해지는 영강(迎講)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영강은 죽음의 순간 아미타불이 보살성중과 함께 정토로 데려가기 위해 내려오는 모습을 연출한 종합예술 공연이다. 아미타불의 내영 순간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대중 사이에 파급력이 컸다.

불화 속에 표현된 아미타내영 장면은 아미타정토에 대한 믿음과 아미타불의 본원적인 의지 없이는 극락왕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러한 믿음 하에서 불자로서 할 일은 부처님의 본원적인 힘을 온전히 믿고 의지하며 끊임없이 염불수행(念佛修行)을 하는 것이다. 칭명염불, 단 하나의 방법만으로도 아미타불 세계에 왕생할 수 있고, 평범한 범부로서 아무리 악한 죄를 지었더라도 누구나 구원받아 극락왕생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부처님의 자비심을 진정으로 구현한 것이 아닐까.

이승희 / 홍익대학교 강사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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