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속 선신이 보호, 염라국서 살아오기도

 

누구보다도 부처님을 굳게 믿던 그도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법화경〉을 암송하는 대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습니다. 〈법화경〉의 구절들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을 마친 그들은 광명을 뻗으며 오색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흩어졌습니다. 그제야 그는 분명하게 불보살님이 자신을 돕기 위해 화현하신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두 스님이 떠난 공중을 향해 합장을 하였습니다.

그제야 그는 입으로 〈법화경〉을 연호(連呼) 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지통은 당나라 때 농성 땅 사람입니다. 그는 항상 〈법화경〉을 독송하였는데, 나이 스무 살이 되었을 적에 병졸로 뽑혔습니다. 어느 날, 적진에 깊이 들어가게 됐는데 자기 집과는 1만 여 리나 멀어지게 되므로, 길을 가면서도 입으로는 항상 관세음보살님을 찾았지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러나 그의 부대는 패잔병이 되어 수많은 전사자를 남겨두고 모두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전쟁, 그 참상은 말로 또는 입으로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팔다리가 떨어져나간 사람, 혹은 머리가 없는 사람까지, 그 속을 홀로 걷는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적병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지옥에서 내려온 살인마였습니다. 누구든 제 편이 아니면 칼을 휘둘렀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게다가 캄캄한 밤,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알 도리조차 없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부처님을 굳게 믿던 그도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법화경〉을 암송하는 대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습니다. 〈법화경〉의 구절들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 제발 살려주세요!”

“이 전쟁에서 살려만 주신다면 평생을 부처님 뜻대로 살겠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나운 적병을 피해 아군이 있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그는 그만 적진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적병에게 죽을 수밖에 없는, 적의 지척에 이르렀을 때 천만 뜻밖에도 이상한 다섯 사람이 말을 타고 바람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는 놀라서 얼른 몸을 숨겼습니다.

그 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대는 항상 대승경전을 독송하였으므로 우리들이 보호하려고 왔소. 그대 몸에는 아무 염려가 없을 것이니 이 길로 한 7마장을 가게 되면 돌탑이 있을 것이니 그 속으로 들어가서 숨게 되면 적병이 모르고 그냥 지나갈 것이오.”

그렇지만 그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여 그냥 자기 갈 길만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다시 승려 두 명이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대가 위난에 닥쳐 부처님을 찾으므로 먼저 다섯 사람을 보내어서 수호하라 명하였거니와 그대가 부지런히 〈법화경〉을 읽게 되면 항상 선신이 몸을 따라 위호할 것이다.”

말을 마친 그들은 광명을 뻗으며 오색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흩어졌습니다. 그제야 그는 분명하게 불보살님이 자신을 돕기 위해 화현하신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두 스님이 떠난 공중을 향해 합장을 하였습니다.

그제야 그는 입으로 〈법화경〉을 연호(連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조금 걸어가자 작은 돌탑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는 얼른 그 곳으로 몸을 숨겼지요. 그가 몸을 숨긴 직후 수많은 적병들이 그곳을 지나갔습니다. 그는 오금이 저려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두두두.
두두두.

그렇지만 그는 적병들의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엎드려 〈법화경〉을 암송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누구도 무너진 돌탑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쉴 새 없이 관세음보살님을 연호하였지요. 그렇게 그는 죽음의 경우를 세 번이나 겪었는데도 그 때마다 조금도 위험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난리가 평정되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집안사람들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부처님 만세를 불렀지요.

그 후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불문가지의 일이겠지요. 그는 가족은 물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불보살님들을 믿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도 다가오는 죽음은 어찌할 수 없어, 당 태종 8년에 그 목숨을 다하고 염라국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염라국의 수장인 염라대왕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세상에 있으면서 무슨 일을 하였는고?”

그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예, 저는 항상 〈법화경〉을 독송하였습니다.“

염왕은 이미 그가 살아생전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기에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왜 그토록 〈법화경〉만을 독송하였는고?”

“예. 처음엔 오직 저 하나만을 위해 부처님께 기도하고, 관세음보살님을 연호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이 부질없음을 알았습니다. 하루살이처럼 짧은 인생, 다른 이들을 위해 좀 더 기도하고 헌신하지 못한 제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염라대왕은 빙긋 웃었습니다. 지통의 진심을 알기 때문이었지요.

“진정한 불제자로다.!”

염왕은 곱게 합장하며 황금 상을 가져 오게 하여 보배 방석을 펴고 지통을 청하여 그 자리에 올라 앉혔습니다.

“그대는 그대가 평생 외웠던 경을 외워보라!”

지통이 승낙하고 엄연히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낭랑하게 독송하였습니다.

......
......

800명의 제자 가운데 구명이라는 이름의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 많았으며, 비록 여러 경전을 읽더라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많아서 구명이라 이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람도 착한 마음을 많이 심은 인연으로 한량없는 백천 만억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감탄하였습니다.

미륵보살은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그때 묘광보살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저이며, 구명보살은 바로 그대입니다.

지금 이러한 좋은 모습을 보니 그 때의 모습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생각컨데 오늘 여래께서도 큰 바른 가르침을 말씀하시려 함이니,

그 이름이 〈묘법연화경〉입니다.
이 경은 보살을 순화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항상 보호하고 보살피는 가르치는……

 그가 거침없이 계속 암송하자 염왕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만하여도 그대의 정진력을 알겠소. 모든 지옥을 시찰하여 여러 중생이 죄를 받는 상황을 둘러보라.”

지통은 염왕이 딸려 보낸 옥리와 함께 화탕지옥과 검수지옥 등 두 곳을 살펴보는데, 하루 낮 하루 밤에 만 번 죽고 만 번 소생하는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지통이 물러 나오자 다시 염왕이 말했습니다.

“저들은 모두 살아생전 부처님을 욕하고, 부처님 뜻을 단 한 번도 실행하지 않은 자들이오. 또한 곁에 있는 이웃들의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그들의 흠만 보아 두고두고 그것만을 기억하는 삶을 산 자들이오. 한두 곳에만 보더라도 그 죄업이 무서운 줄 짐작할 것이니, 그대가 인간에 가서 송경공덕을 더 많이 지어라. 지금 돌려보내겠다.”

염왕이 또 옥리를 딸려 보내어 인간 길을 열어 주므로,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지통은 나머지 여생을 오로지 〈법화경〉을 사경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쏜 화살이나 겨울바람 같은 우리 인생, 누가 누구를 탓하며 살겠습니까?

모쪼록 부처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위대한 말씀들이 알알 영글어 가는 새해 첫 달이 되어야겠습니다. 아마도 도솔천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옛날의 중국사람 지통에게 부끄럽지 않는 오늘날의 한국사람 불자로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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