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10시경 경북 김천의 한 사찰에서 훼불 사건이 발생, 불교계에 충격을 줬다. 법당에 침입한 60대 남성은 각목으로 불상과 집기를 파손했다. 앞서 인근 성당에서 성모마리아상도 훼손했다고 한다. 주지 스님에 따르면 피의자는 술이 취했거나 심신미약자도 아니었다. 논리정연하게 “절과 성당에는 미신이 있기에 모두 없애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수년 간 뜸했던 훼불사건으로 잠잠해진 종교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개신교 일각에서 몰지각한 개신교인들의 훼불행위를 대신 사죄하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신학대 교수는 사건 발생 며칠 후 페이스북을 통해 “작지만 우리의 정성을 모아 법당 회복을 위한 헌금을 전달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우리가 지은 잘못을 용서받을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미안한 마음과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실천하기로 했다”며 개신교인들의 헌금을 통한 법당 복구비용 마련 운동을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려를 금치 못하는 이유는 이교도의 훼불 사건이 선거철을 전후해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 후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일부 광신적 개신교들의 행위라고 할지라도 훼불은 종교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2013년 입법예고했다가 무산된 바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피해 사찰에 대한 사죄의 성금모금도 좋지만, 유사 사건의 근절을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는 범종교계가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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