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세기 한국 디자인 역사 한눈에


▲ 제1전시관 '세계 근대 문화의 유입과 디자인 개념의 태동' 대한제국의 제정한 태극기의 초기 자료가 전시돼

‘디자인’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서양에서 들어왔다’는 생각부터 떠올리게 된다. 디자인의 개념이 정립된 곳이 서양인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시대 흐름에 맞는 디자인 결과물이 존재한다.

서울 마포구 와우공원 입구에 자리한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한국 디자인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의 디자인 관련 박물관으로, 박암종(선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관장이 2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모은 디자인 사료 1,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박 관장은 외면받고 있는 한국 디자인의 역사가 결코 외국에 뒤지지 않음을 알리고 한국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보여 주고자 사재를 털어 2008년 3월 14일 박물관을 개관했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다. 갤러리 모디움(지하 1층), 뮤지엄카페(지상 1층), 상설전시관(2~3층), 학예연구실과 와우디자이너스 클럽(4~5층)이 들어 서 있다.

지상 2~3층에 위치한 상설전시관에는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디자인 사료들이 7부문(태동기, 정체기, 발아기, 초창기, 발전기, 도약기, 성숙기)으로 나눠 전시돼 있다. 어두운 밤, 나그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북두칠성처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고자 ‘밤 하늘에 빛나는 7개의 별-북두칠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관과 2관은 ‘세계 근대 문화의 유입과 디자인 개념의 태동(1876~1909년)’과 ‘우리 문화 발전의 정체와 국내 기업의 모태 창립(1910~1945년)’을 주제로, 개화기~해방이전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대한제국에서 제정한 초기의 태극기 자료, 대한제국을 최초로 소개한 프랑스 일간지 ‘르 쁘띠 주르날’ 신문 2부, 천재 시인 이상이 디자인한 김기림의 시집 〈기상도(氣象圖)〉가 눈길을 끈다.

많은 소장품 중에 박 관장의 애장품 1호는 희귀본인 김기림의 시집 〈기상도〉다. 박 관장은 이 시집을 소장하기 위해 수소문 했고, 결국 고액을 들여 경매에서 낙찰 받아 소장하게 됐다. 시인이자 건축가인 이상이 직접 디자인한 〈기상도〉는 1930년대 당시 모더니즘 디자인의 극치를 보여주며 1920~1930년대 초기 모더니즘 디자인을 살필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료로 평가받고 있는 시집이다. 이 시대의 디자인 시각에서도 탄성을 자아낼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오랜 기간 디자인 역사를 연구해온 박 관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를 한국 디자인 역사의 부흥기로 꼽았다. 그는 ‘디자인의 체계화 국제 스포츠 행사를 통한 발전 도모’라는 주제로 꾸민 5관을 국제 스포츠 행사로 한국 디자인 발전에 불을 지핀 ‘88서울올림픽’의 각종 기념품과 엠블럼 등 다양한 디자인 사료들로 꾸몄다.

박종암 관장은 “당시 10여 년간 한국디자인시장에선 한국적 디자인 정체성을 찾는 운동이 활발했다, 그 운동시기와 ‘88서울올림픽’시기가 연결돼 보다 새롭고 한국적인 디자인이 많이 발굴됐으며 당시 다양한 작품과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고 회고했다.

이 외에 ‘디자인 유용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발아 및 확대’의 주제인 3관(1945~1961년)과 ‘경제발전 및 수출동반자로서의 디자인 역할 수행’의 4관(1961~1978년), ‘한국형 디자인의 정착 및 국제화, 세계화의 기반 구축’의 6관(1988~2000년), ‘시계 디자인 대회 개최를 통한 한국 디자인의 위상 고조’의 7관(2000년 이후)에서는 해방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디자인 변천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전시된 디자인 사료는 오랜 역사속의 유물이 아닌 우리가 직접 사용했던 실체화된 생산물로써 관람객들의 추억을 더욱 자극한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지금까지 연 1~2회 기획전시를 진행했다. 박 관장은 “아직 깊이 있게 소개하지 못한 디자인 사료가 많다”며 “향후 다량 소장중인 엽서와 딱지본에 대해 기획전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의 공예와 예술이 갖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인정했듯이 한국 디자인 역사가 외국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다”며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의 조화를 함께 확인 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30길 36에 위치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성인(20세 이상) 5,000원, 소인(14세~19세) 4,000원이다. 문의 070-7010-4346.

▲ 대한제국을 최초로 소개한 프랑스(파리) 일간지 '르 쁘띠 주르날' 신문 2부
▲ 천재 시인 이상이 디자인한 김기림의 시집 <기상도(氣象圖)>
▲ 제 2전시관 '우리 문화 발전의 정체와 국내 기업의 모태 창립'
▲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전경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