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사 30년, 날마다 세상 향해 감사 기도 

 

소백산 구봉팔문 연화지에 자리 잡은 현 구인사에 그야말로 흰 백련이 활짝 피는 날, 우리 불교도 일층 발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력에 거듭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처음 구인사와 인연 맺던 그 마음처럼만 산다면 이 힘든 세상도 거뜬히 뚫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인사와의 첫 만남은 아주 오래 전 제가 국립대를 다닐 무렵입니다. 진주에 있는 국립대 1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꽤 좋았던 저는 대학교 1학년 학점에 크게 실망을 했는데, 이후부터 건강이 차츰 안 좋아졌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약업에 종사를 하셔서 좋다는 약은 다 먹어봤지만 별다른 차도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이 귀띔해줘 구인사라는 절에 대해 알게 되었고, 친정어머님께 얘기를 드렸습니다. 원래 저는 조계종 소속 사찰을 다니고 있었기에 구인사와의 만남은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51세인데, 그때 저는 20세로 지금으로부터 삼십년도 넘은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는 구인사로 가는 교통편이 드물었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제가 살던 경남 고성에서 부산까지 가서 단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지금 삼광사의 전신인 광명사에서 단양까지는 왕복이 아닌데도 10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 같습니다. 친정아버지는 저와 친정어머니가 구인사에 가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친정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단양에 도착해 처음 본 구인사의 느낌은 ‘아! 대한민국에 이렇게 좋은 절이 있었나’할 정도로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2대 종정 스님을 친견하고 4박 5일간의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2대 종정스님으로부터 생강을 끓여먹으라는 증명을 받고 정성껏 달여 주시던, 지금의 팔순이 된 노모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친정어머니를 언급하자면 마산 삼학사에 다니면서 하안거 동안거를 한 달 동안 구인사에서 지내실 만큼 신심 돈독한 천태종 신자였습니다. 모든 자식이 그렇겠지만, 제 바람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불심 속에서 오래오래 장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친정아버님께서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안타까운 마음을 보답하는 방법은 제가 앞으로도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근 사찰에 49재를 모셔놓고 있던 중 맞선 제안이 들어왔는데 현재 저의 남편이 되었습니다. 49재를 잘 마치고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3개월 뒤에 부산에서 지금의 남편과 첫 만남을 가진 후 결혼해 천안에서 둥지를 튼 지도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참 세월이 유수 같구나’하는 것을 실감하는 오늘입니다. 저의 큰 딸이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해서 올해 3학년이 됩니다. 장학금까지 받아서 얼마나 대견한지 많이 칭찬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천안 만수사 관세음보살님이 저와 함께 이십년이 넘게 함께 해온 것에 가슴깊이 고마움을 느낍니다. 일봉산의 맑은 공기와 주위의 아름다움이 어울려 만수사는 차츰차츰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천안시민이 가고 싶은 절’, ‘불심으로 똘똘 뭉친 만수사’가 되기 위해서 이 한 몸 최선을 다해서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든든한 우리 아들은 조정기능사 자격증 이론과 실기시험에 합격해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올 10월에 군대를 무사히 갔다 오길 주야로 부처님 전에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막내딸은 고3 졸업반이며 지금 학원에서 댄스 연습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길을 모색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몸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항상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면서 극복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더욱 열심히 생업에 종사할 것이며,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미기 위해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작년 11월 26일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노력해 집을 사서 리모델링까지 했는데, 정말 힘든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부처님 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친정어머니와 약사인 내 동생, 정말 고맙고 그 마음처럼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신년 초에 본산 4박5일 기도를 하는 것과 금강대학교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상월원각대조사님 탄신일에 꼭 참석하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제가 느끼는 것은 불자로서의 자긍심은 대단한데 포교와 지식적인 면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법회에 오신 분들에게 불서 한 권 정도는 포교할 수 있고, 책을 항상 가까이 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가져봅니다. 세계 속의 한국 불교, 그 중에서도 우리 천태종이 우뚝 서는 날까지 심혈을 기울여주실 훌륭하신 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백산 구봉팔문 연화지에 자리 잡은 현 구인사에 그야말로 흰 백련이 활짝 피는 날, 우리 불교도 일층 발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력에 거듭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처음 구인사와 인연 맺던 그 마음처럼만 산다면 이 힘든 세상도 거뜬히 뚫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새해부터는 저부터라도, 아니 우리 가정만이라도 부처님의 정법을 최대한 포교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입니다. 끝으로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글을 매듭짓도록 하겠습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음식으로 주림을 달래고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사회 대중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상월원각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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