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서 겨울 재촉으로 넘어가는 지난 토요일, 11월의 중순이 흘러가는 오후,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흥미로운 잔치가 열렸다.

이름하여 ‘성철 스님 래퍼 되다’라는 타이틀의 랩 창작곡 대회로 청소년과 대학생 일반부로 나뉘어 자신들만의 개성과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젊은 불자님들의 절 마당 뮤직페스티벌이었다.

한국불교의 큰 스승인 성철 스님께서 조계종 종정으로 재임하시던 중 발표한 신년사와 초파일 법어를 랩으로 풀어 부르는 창작곡 대회로, 젊은 친구들의 비트와 열정 그리고 자유로운 참여와 함께, 진정 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소통하는 랩 잔치, 불교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펼쳤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성철 스님과 랩! 웬 랩?

인연은 이렇게 됐었다. 성철 스님 기념관에 참배하러 오는 사람들이 성철 스님의 법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성철 스님 이야기’라는 음반 제작이라는 프로젝트 기획을 하게 되었다.

음반 프로듀싱을 맡은 작곡가 윤소희 선생의 추천으로 필자가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배정받은(?) 성철 스님의 법어를 받아들고는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다.

몇날 며칠을 끙끙거리다 겨우 악보를 정리 할 수 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법어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생일입니다 (성철대종사 1986년 초파일 법어)
교도소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웃음 파는 엄숙한 부처님들, 오늘은 … 〈계속〉 

성철 스님의 법어라는 큰 가르침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하여 나름 애를 쓴 몸부림으로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인연과 정성이 단초가 되어 급기야 랩 창작곡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비록 첫 번째 대회이기에 어색하고 부족함이 눈에 띠기도 하였지만, 열띤 대회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모든 분들의 가벼운 흥분이 환희로 노래로 바뀌기에 충분했다.

여기저기 끼와 흥 부림이 가시지 않은 듯, 젊은이들의 힘찬 노래처럼 활기가 있었고, 법당안의 부처님 역시 환한 웃음으로 박수를 치는 듯, 행복 된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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