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던 앉은뱅이 발심<'보문품' 수지 독송> 후 두 발 되찾아

 

명나라 숭정 산동 땅에 앉은뱅이가 있어 손으로 발을 대신하였습니다. 그러니 그 몰골이야 어련하겠습니까? 항상 얼굴은 땀이 비 오듯 하였고, 손은 곰발바닥처럼 거칠었습니다.

“저게 사람이야, 짐승이야?”

그런데도 그는 항상 혼잡한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걸식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하루의 공양물이 마을보다는 훨씬 나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사람들의 놀림은 감수해야 했습니다. 일단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시장 바닥을 훑고 다녔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도 발만 불편할 뿐이지 생각하는 것은 일반 사람과 같았으니까요. 하여 그도 속으로는 그를 낳아준 부모님을 원망하였고, 자신을 흉보는 세상을 원망하였습니다.

“내가 일어서기만 하면 다들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음 생에는 반드시 두 발이 온전한 사람으로 태어나리라.”

하지만 그것은 모두 헛된 혼자만의 다짐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날도 예외 없이 시장을 나갔다가 시장의 불량배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늘 보던 불량배들이었습니다. 불량배들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술에 한껏 취해 있었습니다.

“어이, 앉은뱅이 통행세를 내야지?”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말도 못하는가?”

그런데도 그는 그냥 지나가기 위해 손을 움직였습니다. 그러자 불량배 중 한 명이 그의 손을 걷어찼습니다. 그는 그만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사람 말이 말같이 안 들려?”

그래도 그는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불량배들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래도 눈은 보이는가? 그렇다면 통행세를 내야지?”

그는 그 자리에서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습니다.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이구, 이젠 부처 흉내까지 내시네. 그래도 통행세는 받아야겠다.”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절망했습니다. 바로 그 때, 그 앞을 지나던 당교암의 수곡이라는 스님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스님의 바지를 붙잡았습니다.

“스님!”

수곡 스님은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 불량배들을 보고 일갈했습니다.

“아무리 불학무식한 장거리의 무뢰한이라고 하나 어찌 일어서지도 못하는 사람을 희롱하느냐? 너희들이 과연 관가의 뜨거운 맛을 보고서야 물러서려느냐?”

불량배들도 익히 수행에 지극한 스님의 명성은 듣고 있었습니다. 또한 스님이 관가의 사람들과도 교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습니다.

“참으로 험한 일을 당했소.”

스님은 쓰러진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위로하였습니다.

그는 비로소 고개를 들어 스님을 보고는 발버둥을 쳤습니다.

“스님,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습니다. 부디 저를 가엾게 여겨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하여주십시오.”

그의 얼굴은 땀과 흙, 그리고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수곡 스님은 눈을 감았습니다.

“스님, 저를 살려주십시오!”

수곡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대가 발심하여 스님이 되어서 부처님 자비의 힘을 빌어 의지하면 혹 지옥에서 나오지 않을까?”

앉은뱅이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말했습니다.

“이 지옥에서만 탈출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겠습니까? 바로 출가하겠습니다.”

“그렇지만 훗날의 일은 나도 모르네. 모든 건 자네의 정성에 달린 일이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는 즉시 머리를 깎고 십계를 받았습니다.

“비록 걸식을 할지라고 파, 마늘, 술, 고기를 먹지 않으며 또한 남들이 욕설을 하더라도 인과를 생각하여 좋은 마음으로 참겠습니다.”

“잘한 결정이오.”

수곡 스님은 앉은뱅이를 칭송하며 다음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대는 언제나 〈법화경〉 ‘보문품’을 배우고 익히며, 항상 수지함은 물론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밥 먹듯이 지송하라.”

“스님의 분부대로 평생을 살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스님의 명대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법화경〉을 배우고 익히며 관세음보살님을 연호(連呼)하였습니다. 그러나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참 별꼴이라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아니, 앉은뱅이도 부처가 된다던가?”

“요즘 세상은 아무나 스님이 되나봐.”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앉은뱅이는 수곡 스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가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곱게 늙은 한 여인이 소복에 화관을 쓰고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너는 곧 일어나라!”

그러나 앉은뱅이는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날 때부터 앉아서만 살았으니 일어나는 것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여인이 말했습니다.

“어서 일어나라!”

앉은뱅이는 앞으로 엎어지며 통곡을 하였습니다.

“저는 일어날 수가 없는 몸입니다.”

여인이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저를 어찌 아는지 모르지만 저는 날 때부터 이렇게 앉아서 생활하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네게 일어나라고 하지 않느냐?”

그러면서 여인이 손으로 앉은뱅이 두 발을 잡아당기니 다리가 쭉 뻗는 것이었습니다. 앉은뱅이는 너무 놀라 화들짝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다리가 멀쩡했습니다. 펴지지 않던 다리가 길게 늘어서 있었던 것이지요. 그는 조심스럽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도 보통 사람처럼 일어설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그는 너무 기뻐 한걸음에 당교암으로 달려갔습니다.

“스님!”

“스님!”

그가 뛰어오는 걸 보고 수곡 스님도 그간의 정황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앉은뱅이는 수곡 스님에게 엎드렸습니다.

“스님께서 절 지옥에서 구해주셨습니다.”

“아니지. 자네를 구한 것은 자네 자신이야.”

“스님이 안 계셨으면 제가 어찌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또 하나 자네 꿈속에 나타난 그 분은 다름 아니 관세음보살님이실세.”

“아!”

앉은뱅이는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보며 합장을 하였습니다.

“자비로우신 관세음보살님!”

“자네는 이제 오로지 관세음보살님의 너른 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명으로만 살아가거라!”

“제가 어찌 그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 또한 이제 이곳에서의 본분은 다한 것 같구나. 그대가 이 당교암을 맡아 모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널리 알리도록 하라.”

그 말을 마치자 수곡 스님은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앉은뱅이 스님이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자명하지 않을까요?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환란을 당해 이 세상 아무 것에도 기댈 곳이 없을 때, 아무도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을 때, 바로 그 때 우리 곁에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이 있다는 믿음, 그것이 우리를 가까운 사찰로 이끄는 힘이 아닐까요? 어쩌면 아주 세속적이지만 그것이 오늘날 우리 불교를 만든 근본 힘이 아닐까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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