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배척 말고 따뜻하게 보살펴야죠"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100만 명 정도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단기 혹은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한다면 약 150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활환경은 녹록하기만 하다. 특히 보건ㆍ의료 등 꼭 필요한 분야의 지원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해주는 봉사단체가 있다. 바로 ‘선재마을의료회’다. 그리고 여기에 16년 동안 쉬지 않고 매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여오숙 선재마을의료회 부회장〈사진〉이 있다. 

10월 27일 그를 만나러 진료소가 위치한 봉은사를 찾았다. 향적원 지하로 통하는 좁은 계단을 내려가자 여느 병원 못지 않은 깔끔한 진료소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진료소는 내과, 치과, 한방, 약제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처음 진료소는 봉은사 주차장 한편에 있는 컨테이너에 위치했어요. 그러다 2002년 창고로 이용하던 이곳으로 이사했죠. 작년에 리모델링을 해 지금의 깔끔한 진료소로 탈바꿈했어요.”

선재마을의료회는 1999년 5월 IMF로 인해 경제적 고통을 받는 서민과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무료진료를 위해 대불련 출신의 의료인들이 모여 창립했다. 의료회는 창립 후 정기 무료진료를 시작으로 2001년 서울역 노숙자 진료소, 2003년 부천 석왕사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소 등을 개설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봉은사 진료소만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라오스, 몽골, 중국 연변 등 해외진료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여오숙 부회장은 의료회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해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걸까?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지인과 기독교 단체에서 몇 번 의료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불교에는 왜 의료봉사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죠. 그러다 99년 9월 간협신보(현 간호신문)에서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봤고, 이거다 싶어 망설임 없이 신청했어요.”

여오숙 부회장은 불교와 인연이 상당히 깊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의료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그에게 연 1회로 줄이라고 권유했단다. 여 부회장의 외할아버지가 장흥 보림사의 주지 스님이었는데 딸도 출가할까봐 걱정한 것이었다. 16년 동안 꾸준히 의료봉사를 해온 여 부회장은 현재 봉사 현장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요즘은 저보다 더 뛰어난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서 그들의 부족한 부분만 채워주고 있어요. 행정, 전화응대, 접수 등의 업무를 맡고 있죠. 그래도 가끔 간호사 자리가 부족하면 제가 메우곤 해요(웃음).”

여 부회장은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의료신뢰도와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국대 겸임교수가 됐다. 그가 자료조사 중 알아낸 사실은 현재 전국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소 40여 곳 중 불교계 진료소는 단 1곳뿐이라는 점.

“타종교는 의료를 선교 목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불교는 자기 수행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에는 별로 관심을 안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저출산 초고령화 국가가 되고 있어요. 앞으로 일할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외국인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에요. 그들을 무조건 배척만 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해요.”

그는 의료봉사를 하면서 힘든 점보다 얻은 점이 많다고 했다. 과거 수술실에만 갇혀 반복된 생활만 했다면 의료봉사를 하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직업군을 알게 됐다고.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하는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하지만 그는 도리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봉사가 고맙다고 한다. 그런 그의 겸손한 마음이 퍼져 더 많은 불자의료인들이 현장에 나와 의료봉사를 하길 기대해본다.

▲ 외국인 근로자의 혈압을 체크하고 있는 여오숙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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