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아프더라도 마음은 편하게 해주세요.

스님, 공부를 하다보니까 관세음보살님은 대승불교에서 허구로 만든 보살이라는 말이 있던데 제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매일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하고 있거든요. 정말 관세음보살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속 시원히 답 좀 해주세요!

관세음보살님은 대승불교에서 허구로 만든 보살이라는 말은 대승불교는 불교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것에서 기인합니다. 대승불교는 용수보살의 불교이지 부처님 가르침은 아니라는 이 주장에는 소승불교만이 부처님이 친히 설하신 불교라는 주장이 들어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은 소승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연기법, 중도에 있는 것입니다. 용수보살이 주창한 대승불교의 근본 뜻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때까지 교리논쟁이 심했던 부파불교에서 벗어나 바로 부처님이 설하신 근본불교로의 복구운동이었던 겁니다.

범부의 눈으로 보면 아미타부처님도, 관세음보살님도 친견할 수 없습니다. 중생을 가르치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겁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인도뿐만 아니라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서도 기도대상으로 널리 신봉되는 구원보살이에요. 관세음보살님의 정토는 보타락가산이라고 믿어졌는데요. 중국에서는 절강성 보타산 진제사가 관세음보살님 거처라고 믿고 있습니다.

보살의 모습은 불교에서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입니다. 실현 불가능한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각자가 그렇게 살기를 발원하고 실천함으로써 스스로 도달하게 되는 경지입니다.

불자님이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염불기도를 하는 궁극의 목표는 관세음보살님께 이런 저런 내 소원을 들어주세요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관세음보살이 되겠습니다 하는 큰 서원을 세우는 겁니다. 스스로 관세음보살이 되는 것이 관세음보살 기도를 하는 이유에요.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간직한 사람이란 보살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자, 능히 마음에 들끓는 번뇌의 불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불자님께서도 관세음보살님을 닮아 남을 위한 이타행을 실천하고, 위험한 지경에 처한 사람을 위해서는 나를 희생해서 위험한 사람을 구하는 마음을 내는 관세음보살이 되십시오. 그렇게 기도한다면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나를 구원해주는 관세음보살을 만나게 될 겁니다. 

친정어머니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셔요. 답답한 마음에 〈부모은중경〉 사경, 〈금강경〉 독송과 108배도 올리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요? 스님 말씀 듣고 싶습니다. 

잘 하고 있는 겁니다. 〈부모은중경〉을 사경하며 부모님 은혜의 지대함을 다시 되새길 것이고 〈금강경〉 독송을 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친정어머니의 투병을 보며 불자님은 고통을 겪고 계시죠. 일련의 일들이 불자님 때문은 아닐 겁니다.

부처님이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의 길을 가게 된 계기가 된 일을 ‘사문유관’이라고 합니다. 성 밖으로 나가 생로병사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고 왜 저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셨던 거죠. 사람은 업에 따라 태어나고 자라고 병들고 늙어 죽음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 누구 하나 육체를 받았다면 생로병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죠.

어머니가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것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10년 20년 계속 같이 계실 수는 없는 거니까요.

어머니가 계속 같이 있기를, 늘 건강하시기만을 바라는 마음 또한 집착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세요. 떠나시기 전까지 부처님 품안에서 계실 수 있도록 몸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이 되지 않도록 돕는 것은 불자님의 몫입니다.

건강이 안 좋으신 친정어머니 옆에 계실 때 〈금강경〉을 직접 독송해주시고, 어머니한테는 늘 관세음보살을 외우시라고 하세요. 입이 말라 소리가 안 나면 마음으로 하시도록 도와주세요. 불자님이 같이 할 수 없을 때는 독송CD를 틀어주세요.

어머니가 비록 몸은 아프더라도 마음은 편하실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이 불자님이 할 수 있는 효도입니다.

이렇게 하고 있어도 죄인 같은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친정어머니의 쾌유를 위해서 발원문을 써보세요. 어머니가 해주신 것들, 같이 했던 것들, 건강을 찾으면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서 편지처럼 불자님의 마음을 담아 발원문을 쓰는 겁니다.

그리고 108배를 하기 전에 발원문을 읽고, 108배를 하세요. 어머니를 향한 불자님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질 겁니다. 

저는 모태 기독교신자였으나 몇 년 전에 우연히 불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절에 다니고부터 어쩐 일인지 모든 일들이 꼬이고 경제적으로나 생활자체가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주위에서는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그렇다 하나 제가 기도가 부족해 부처님께 누를 끼친 것 같아서 괴롭습니다. 어떻게 신행생활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세요.

불교에서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업장 소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불자님께서 불자가 되고 나서는 생활 전반의 모든 것이 안 풀린다면 세세생생 쌓아온 업장소멸을 하고 있다 하고 생각해보세요. 불교를 믿기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불교를 믿기 때문에 그 동안 쌓인 악업을 씻어내는 과정인 것이죠. 긍정의 마음은 긍정의 결과를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불교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신행생활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감사와 참회의 마음으로 현재를 받아들이시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업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한 고난의 길을 걸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고 힘을 내십시오.

신행이란 믿음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긍정의 시선으로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신행의 근간이죠. 때문에 기도를 하든, 염불을 하든 내가 이 고난을 헤쳐 나가는 주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내 안의 불성을 일깨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고통과 괴로움 또한 내 인생에 중요한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부처님이 가르치신 진리를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신행하시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