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다문화 시대
이웃종교에 열린마음 가지면
종교초월해 내적 성찰 도움

우리는 현재 다종교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종교를 초월해 평화롭게 함께 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아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종교를 초월해 마음을 열고 함께 하면 각자 자신의 신앙 안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내적 체험을 더욱 깊게 할 수 있기에 이웃종교에 열린 마음을 가진 예수회의 가풍(家風)에 따라 최근 열렸던 ‘원철 스님과 함께 한 2015년 2학기 서강대 개강미사’를 한 사례로 들어 함께 성찰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학교가 모든 강의를 휴강하고 개최하는 개강미사 참석은 비록 100% 자유지만 학기 초에 ‘참선’을 포함해 제 강의를 듣는 150여 명의 수강생 전원에게 ‘개강미사참관기’ 과제를 부과했습니다.

그후 개강미사 당일 집전은 예수회 서명원 신부(선도회 법사)님께서 맡으셨는데 다양한 배경의 참석자 분들을 배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이 서두를 꺼내셨습니다. “저는 신부로서 불교를 공부하며 다른 종교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게 되었고,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더욱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정진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비록 불제자가 아니더라도 종교를 초월해 미사 참석자 분들로 하여금 강론에 진심으로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었다고 봅니다. 그 증거로 ‘미사참관기’ 과제를 제출한, 한 학생의 소감을 통해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진정으로 좋은 가르침은 종교를 초월하여 내적 성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미사 강론 연사로 초청된 해인사 승가대학장이신 원철 스님의 ‘나를 찾는 여정’이라는 제목의 진솔한 강론이 20분간 이어졌습니다. 비록 강론은 짧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셨는데 그 핵심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몸이 하자는 대로 습관적으로 살아갑니다. 때로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다그치지만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결심의 힘이 기존 습관의 힘보다도 더 약하기 때문입니다. 습관의 세월만큼 결심을 지속화하거나, 습관의 힘보다도 더 큰 힘이 작용한다면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 해답은 만권독서와 만리여행입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성찰입니다. 만권독서와 만리여행을 통한 사색은 나를 바꾸어 줄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 안의 적을 굴복시켜 나를 바꾸어 보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나를 바꾸면 내 주변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느 종교든지 이번 서강대 개강미사처럼 종교의식에서 가끔 언행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웃종교인들을 초청해 내적 성찰에 관한 그 분들의 체험을 함께 나눈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웃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배타심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참고로 이번 과제에 대해서 대체로 개신교 학생들도 잘 따라주었지만 매우 보수적인 목사님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한 몇몇 학생들을 위해 대체과제를 허락 했습니다. 아울러 이런 개신교 학생들로 하여금 보다 열린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도록 미사 다음날, 이번 미사를 기획하셨던 교목처장 신부님께 언젠가 개최될 ‘목사님과 함께 하는 열린 개강미사’를 위해 농촌 살리기에 온몸을 던져 헌신하고 계신 안목 넓은 목사님 한 분을 적극 추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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