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스님 (청주 명장사 주지, 서울 관문사 9월 6일 법문)

불교의 핵심 화두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국보 3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팔만대장경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죠. 이 팔만대장경의 내용은 ‘心(마음 심)’자 한 글자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음’이라는 것은 자신의 실체를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출가 수행자나 여러분들 같은 재가불자들은 마음을 보기 위해서 백만독 기도, 관음정진 등의 수행정진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태종 신도라면 다 알고 있는 선현의 말씀이 있죠? ‘一心常淸淨(일심상청정) 處處蓮花開(처처연화개)’. 바로 상월원각대조사님의 법어 중 한 구절입니다. 사찰의 각종 행사 때 마다 스님들이 큰 소리로 읽어주고 있죠.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곳곳마다 연꽃이 피어난다.’ 즉 곳곳이 다 부처라는 말입니다. ‘연화개’라는 말은 ‘부처로 재탄생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처로 재탄생하려면 마음이 깨끗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습니다. 마음이 청정해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갖추면 삶이 행복해지고, 안락해지고, 만족스럽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죠.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힘들겠지만 수행을 통해 번뇌ㆍ망상을 다 없애야 합니다.

마음에 관한 또 다른 예를 들어보죠. 〈화엄경〉에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는 말이 나옵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이 일체유심조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일화가 신라시대 고승 원효 스님 이야기입니다. 원효 스님이 의상 스님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는 도중 날이 저물어 동굴에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 목이 너무 말라 옆에 있는 물을 마셨죠. 다음날 날이 밝아 확인해 보니 잠결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인 것을 알았죠. 스님은 구토를 하다 문득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물론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경주로 돌아와 불법홍보에 힘썼습니다. 이렇듯 우리 불자들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 합니다. 명예가 있으면 명예를, 재물이 있으면 재물을 과시하죠. 하심(下心)할 줄 알고 겸손한 사람은 자꾸 감추려고 하는데, 드러내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주로 자신을 자꾸 드러내는 거죠. 이 행동이 나쁘다는 게 아니지만 자기 마음속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그게 행동과 얼굴에 다 나타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쉽게 말해 이 마음이라는 것은 그릇은 하나이지만 여러 가지 내용을 한량없이 담을 수 있습니다. 이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표현, 말, 행동이 달라집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무심(無心)이지만, 우리가 현재를 삶아가면서 무심을 지키기에는 제약이 많죠. 무심을 만들지 못한다면 정직한 마음이라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삿된 길로 빠지지 않습니다. 만약 무심의 경지에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피안(彼岸)의 경지에 도달하는 거죠. 그래서 스님들이 항상 여러분들에게 ‘마음공부하자, 마음공부하자’라고 독려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마음공부를 할 때 가장 큰 적은 삿된 마음과 탐(貪)ㆍ진(瞋)ㆍ치(癡) 삼독심(三毒心)입니다. 이 사념(邪念)들을 그냥 방치하면 철천지원수보다도 더 여러분들에게 해악을 끼칠 것입니다. 행동이 옳지 못한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참 삿되다, 참 사사롭다’는 말을 하죠?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스스로가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공부로 이 사념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합니다. 열심히 마음공부해서 우리의 마음을 무심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보살로, 부처로 재탄생하는 길입니다. 또 마음에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면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실상과 본질을 똑바로 볼 수 없습니다. 여러분 마음에 삿된 마음을 담고 있지 않으면 그것이 피안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머리로, 가슴으로 새기시길 바랍니다.

이를 바탕으로 마음공부와 신행생활을 하신다면 여러분들은 금생에 반드시 스스로를 제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금생의 신행 공덕은 천세만세 이어져서 여러분들을 이상세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정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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